차이-매카시 회동...中 “강력 조치” 경고

매카시 “美 무기 적기에 판매해야”
차이 “대만, 고립되지 않았다 확인”
中 정부 “첫번째 레드라인 넘었다”

중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미국을 경유한 차이잉원(왼쪽) 대만 총통이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인근 시미밸리에 위치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케빈 매카시(오른쪽) 하원의장과 공식 회동을 가졌다. 이에 중국은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FP]

대만 총통과 미국 하원의장이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땅에서 공식 회동을 가졌다. 대만에 대한 미국산 무기 판매 등 민감한 이슈가 거론되자 중국은 “결연한 조치 취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5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공화당 소속의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을 만났다. 이는 1979년 미국과 대만이 단교한 이후 미국 땅에서 열린 양국간 최고위급 회동이다. 하원의장은 미국 권력 서열 3위다.

차이 총통은 지난달 29일부터 9박10일 일정으로 미국을 경유하는 중앙아메리카 2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뉴욕을 경유해 중미 수교국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방문한 뒤 귀국길에 미국 캘리포니아에 들렀다.

매카시 의장과 차이 총통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2시간여 동안 오찬을 함께하며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과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10명이 함께 했다.

기자회견에서 매카시 의장은 대만과의 우정과 연대를 강조하며 “우리는 대만에 무기 판매를 지속해야 하며 그런 판매가 적시에 도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무기 판매 촉진과 관련한 방안을 회동 중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날 함께한 마이크 갤러거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대만에 무기를 인도하는 문제와 관련해 하푼 대함 미사일을 대만에 먼저 배치할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매카시 의장은 “대만 국민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확고하고 흔들림 없이, 초당적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특히 무역과 기술 분야에서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만과 미국 국민의 우정은 자유세계에 매우 중요한 문제로 경제적 자유와 평화, 지역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중대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차이 총통은 “미 의원들의 흔들림 없는 지지는 대만 국민에게 우리가 고립돼 있지 않고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확인 시켜 준다”며 “우리가 함께일 때 더 강하다는 것을 덧붙이고 싶다”며 호응했다.

이번 회동에 중국은 이례적으로 외교부와 국방부 등 5개 조직이 담화 또는 성명을 동시 발표하며 강력 대응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과 대만이 유착해 행한 엄중하게 잘못된 행동을 겨냥해 중국은 앞으로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수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개 공동성명 규정을 엄중하게 위반하고 대만 독립·분열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며 중미관계에서 넘어서는 안 될 첫번째 ‘레드라인’”이라며 미국 측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지도자의 약속을 이행하고 미국과 대만 간 모든 형식의 공식 왕래를 중단하라고 재차 촉구했다.

대만에 대해서는 “차이잉원은 취임 이래 ‘92공식’을 승인하길 거부하고 각종 대만 분열·독립 언행을 방임·지지·추동해 양안 관계를 심각한 어려움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중국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외사위원회도 이날 성명에서 매카시 의장과 차이 총통의 회동에 대해 “역사적 사실과 정의를 짓밟고 국제 법치를 파괴했다”고 비난했다. 원호연 기자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