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절친 현미 별세에 울음 삼킨 엄앵란 "전날까지 날마다 안부 확인했었는데..."

TV조선 캡처

 
"현미랑 나랑은 앉으나 서나, 낮이건 밤이건 어디를 가도 같이 다녔어요. 그랬는데 (별세 소식을 접하니까) 팔이 떨어진 기분이에요.”

배우 엄앵란(본명 엄인기·87·맨 위 오른쪽 사진)은 지난 5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엄앵란은 지난 4일 향년 85세로 별세한 가수 현미(본명 김명선·맨 위 왼쪽 사진)와 깊은 우정을 나눈 사이로 연예계에서 유명했다.

엄앵란은 연합뉴스에 현미가 별세하기 전날까지 매일 통화하며 서로 안부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엄앵란은 또 “둘이 20대일 때 한 행사장에서 처음 만났다”며 “현미가 ‘아이고 엄앵란씨 이름만 들었지, 얼굴은 처음 뵙네요’ 하길래 내가 ‘언니 할게요”라고 말했다"고 첫만남을 돌아봤다.

둘은 우여곡절이 많았던 연예계 생활과 가정생활을 보내며 약 60년간 두터운 우정을 쌓았다. 엄앵란은 화통하고 털털한 성격의 현미를 보고 있으면 어느덧 자기도 깊은 속내를 드러내 나누곤 했다고 전했다.

엄앵란은 “허물없이 다 털어놓았다”며 “슬프면 슬픈 대로, 사람들이 미우면 미운 대로 서방 욕도 서로 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현미가 남편인 작곡가 고(故) 이봉조와 다툴 적에 마음을 위로하려 들렀던 곳도 엄앵란의 집이었다고 한다.

엄앵란은 “우리가 같은 아파트에 살았다”며 “현미 집이나 우리 집이나 서로 자기 집처럼 오고 갔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렇게 재밌게 살았는데…”라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현미는 1957년 미 8군 무대를 통해 연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재즈풍의 허스키한 목소리를 앞세워 ‘밤안개’와 ‘보고 싶은 얼굴’, ‘떠날 때는 말없이’ 등 연이어 히트곡을 내 60년대 가요계를 이끌었다.

그는 지난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동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빈소는 현미의 두 아들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귀국하면 확정될 예정이다.

엄앵란은 “(현미가) 아직도 얼음 속에 들어앉았다더라”며 “만사가 싫고 슬프다”고 울음을 삼켰다.

박은혜 온라인 뉴스 기자 peh06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