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과정중 불거진 '양육권' 싸움, 2심 소송중 남편이 꺼내든 녹취에 아동학대가?"
YTN라디오(FM 94.5)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 방송일시 : 2023년 4월 6일 (목요일)
□ 진행 : 조인섭 변호사
□ 출연자 : 김혜은 변호사
- 법원은 아동이 유도에 따라 대답하게 한 경우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해
- 친권자, 양육자를 정하는 기본원칙은 아이의 성장과 복지에 적합해야
- 부모로서 자격이 없다고 판단되면 친권행사의 제한 또는 친권상실의 선고를 청구할 수 있어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조인섭 변호사(이하 조인섭): "제 남편은 다혈질에 말투가 거친 편입니다. 그래도 아이가 생기면 달라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심해지더라고요. 저는 폭언을 듣다못해 결국 이혼하기로 했습니다. 제 결심이 워낙 확고해서 남편도 동의해 줬지만, 아이는 반드시 자신이 키워야겠다고 하더라고요. 저 역시 그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습니다. 아직 세 살 밖에 안 된 아이에게는 엄마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생각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1심 소송 중에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마음대로 데려가서 내내 데리고 있었죠. 다행히 1심 판결 결과 아이를 엄마에게 인도하고 엄마가 양육하는 것으로 정해졌지만 남편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항소를 제기했고, 2심에서 또 다시 아이의 양육권을 두고 치열하게 다퉜습니다. 그런데 2심 소송 중, 황당한 일을 겪게 됐습니다. 남편이 면접교섭 기간에 아이의 진술이 담긴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하면서 저를 아동학대로 고소한 겁니다. 녹취록 내용 중에는 "엄마가 나 때렸어. 엄마가 나쁜 사람이야. 나 아빠랑 살고 싶어." 라는 아이의 발언이 담겨 있었습니다. 온종일 사랑을 줘도 모자랄 아이를 제가 왜 학대하겠습니까. 하늘이 알고 땅이 압니다. 남편이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서 아이에게 저런 끔찍한 말을 하도록 시킨 것이 분명합니다. 아이에게는 정말 엄마가 필요합니다. 아이의 녹취록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까요?" 아이를 사랑으로 키우고 있었는데 아동학대로 고소까지 당하다니, 너무 당황스러우셨겠어요. 아이의 녹취록에는 '엄마가 나를 때렸다'라고 하는 내용이 있는데 실제 재판에서 아이들의 대화 이렇게 녹음 증거로 제출되는 경우가 있긴 하거든요. 근데 아이가 지금 3살이에요. 3살짜리 아이의 진술이 재판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요? 아이를 키우지 못하게 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 김혜은 변호사(이하 김혜은): 네, 이 사안처럼 이혼 소송 중에 양육권 다툼이 치열할 경우 상대방이 '아이를 학대했다', '아동학대자는 아이를 키우기 부적합하다'라는 주장을 하면서 그 증거로 아동의 진술이 제출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는데요. 아동이 직접 본인 입으로 양육죄에 대해 부정적인 진술을 했을 때 판사님이 안 좋게 보실 것 같다고 많이들 걱정하십니다. 하지만 판사님도 아이들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미숙하기 때문에 언어 표현도 그만큼 불안전하고 정신적 세뇌나 유도 질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은 잘 인지하고 계십니다. 이 사안에 아이 나이가 3살로 많이 어리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 조인섭: 아이의 의사가 실제로 재판에 반영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거는 이제 13세 이상인 거고, 지금 이 사안은 세 살짜리 아이거든요. 그러면 법원에서 아이의 진술을 신뢰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있을 것 같은데요. 기준도 설명해 주세요.
◆ 김혜은: 우리 법원은 아동에게 편향되고 유도적인 질문을 반복해서 아동이 그 유도에 따라 대답했을 때 그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나이랑 언어 능력, 아이가 그런 진술을 하게 된 배경, 또 부모의 유도 질문이 있었는지 등을 두루 고려했을 때 아이가 한 말이 그 아이의 실제 의사라는 판단이 먼저 있어야 그 내용이 재판에서 참장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조인섭: '아이의 진술이 오염됐다'라고 표현을 하는데, 특히 나이가 어린 아이한테는 물어보면 물어볼수록 묻는 사람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는 거거든요.
◆ 김혜은: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 조인섭: 네,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만 만약에 실제로 양육자가 학대를 한 정황이 발견된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그리고 진술은 있지만 학대 정황은 전혀 없는 경우는요?
◆ 김혜은: 양육자가 정말 아이를 학대한 정황이 있으면 그건 당연히 양육자 결정에 있어 매우 불리한 요소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만일 아이가 학대 사실을 진술을 했더라도 양육자가 아이를 학대한 정황이 전혀 없고 아동의 나이가 어리고 또 상대방이 유도 질문을 한 점이 드러나면 양육자 지정에 실제로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수행했던 유사한 사건에서도 어린아이의 학대 진술이 제출되긴 했는데요. 그 사안에서 우리 의뢰인한테는 아무 잘못이 없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재판 결과에는 영향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당사자들은 놀라겠죠. 그러면 엄마, 아빠 중에서도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더 많은 쪽이 양육자 지정을 받기에 유리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법원에서 친권, 양육권자 지정의 기준 중에 계속성의 원칙이라고 하는 것이 있어 아이를 데리고 있는 쪽이 유리하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 건데요.
◇ 조인섭: 그래서 사연자분 남편이 1심에서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일방적으로 데려가신 것 같습니다. 법원은 어떻게 판단을 할까요?
◆ 김혜은: 법원이 친권자, 양육자를 정하는 기본 원칙은 아이의 성장과 복지에 도움이 되고 또 적합한 방향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법원이 판단 과정에서 아이의 성별과 나이, 아이에 대한 부모의 애정, 양육 의사, 친밀도,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 능력, 아이의 의사 등 많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그리고 별거 상태에서 이혼 소송이 진행될 때 소송 중에 아이를 키우고 있어야 양육자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지 않냐고들 많이 물어보시는데요. 대체로 그렇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물론 기존 양육 상태를 변경시키는 게 쉽지는 않고 또 일반적으로 양육 환경의 변경이 자녀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아이가 어릴수록 기존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례의 1심 판결 결과처럼 아이를 무단으로 데려간 일방이 소송 내내 아이를 데리고 있었더라도 구체적 내용에 따라서 아이를 키우지 않는 쪽이 아이를 키우기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판결상 양육자로 지정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 조인섭: 그러니까 아이를 데리고 있는 쪽이 유리하기는 하지만, 꼭 그것만이 결정적인 판단 기준은 아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요. 조금 주제를 바꿔봐서, 최근에 아동학대 관련 사건들이 뉴스에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부모가 상습적으로 아이를 학대할 경우에는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요?
◆ 김혜은: 최근에 상당히 핫했던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주인공 문동은 씨 엄마가 자식에게 최대 악역으로 등장했잖아요. 저도 보면서 너무 무서워서 깜짝 놀랐는데요. 이처럼 이름만 부모지 부모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좀 있습니다. 아이를 상습적으로 때리는 것처럼 부모로서 자격이 없다고 판단되면 검사가 법원의 친권행사의 제한 또는 친권상실의 선고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 조인섭: '친권'이라고 하는 단어가 나왔는데요. 이제 친권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양육권과의 차이는 어떤 건지도 좀 설명을 해 주세요.
◆ 김혜은: 친권은 부모가 미성년자인 자녀에 대해 갖는 신분상 그리고 재산상의 여러 권리랑 의무를 말합니다. 친권을 가진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할 권리와 의무가 있는데, 친권자가 친권을 남용하거나 그 밖에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으면 친권상실의 선고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양육권은 미성년 자녀를 부모의 보호 아래 양육할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에 양육권보다는 친권이 좀 더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혼하는 경우에 양육의 편리를 위해서 친권자와 양육자를 부모 중 한 명으로 몰아서 지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경우에 따라 양육자는 한 명으로 하되 친권을 공동으로 갖는 걸로 정하기도 합니다.
◇ 조인섭: 그리고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이,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지도 간단하게 설명을 해 주세요.
◆ 김혜은: 피해 아동에 대해서 필요에 따라 친권자로부터 단기간 분리하거나 반복될 우려가 있으면 경찰이 아동학대 행위자에게 아동에 대한 접근을 금지시키는 긴급임시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 조인섭: 지금까지 내용을 정리를 해보면, 사연자분은 이혼 소송 중에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했습니다. 세 살 된 아들이 엄마에게 맞았다고 진술한 녹취록 때문이었는데요. 사연자분은 아이를 학대한 적이 전혀 없었고 또 이 녹취록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하셨는데, 어린 아이의 진술은 어른들의 유도된 질문에 의해서 왜곡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상대방의 유도 질문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 재판에서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친권자, 양육자를 정하는 기본 원칙은 아이의 성장과 복지라고 하는 점 기억해 주시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김혜은 변호사와 함께했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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