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김연아’ 신지아 “흠 잡을 데 없는 선수 될래요”
표정이 참 풍부하다. 활짝 웃으면 주변이 아주 환해진다. 그런데 빙판 위에만 올라가면 대담해진다. 얼음 위에서 거침없이 솟구쳐 오른다. 15살 피겨 선수, 신지아(영동중) 얘기다. 신지아는 지난해 김연아(2005년 은메달, 2006년 금메달)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냈고, 올해도 당당히 입상(은메달)에 성공했다.
신지아는 ‘연아 키즈’는 아니다. 2008년생이라서 2010 밴쿠버겨울올림픽이나 2014 소치겨울올림픽 때 김연아의 활약을 보지 못했다. 처음 스케이트를 시작한 것도 순전히 우연이었다. 7살 때 부산 집 근처 백화점에 아이스링크가 생겨서 스케이트를 타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피겨에 입문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한겨레〉와 만난 신지아는 “엄마가 피겨를 좋아하기는 했다”면서 “(김연아 언니가) 소치 대회 때 쇼트프로그램 연기 전 워밍업 하면서 잘 안 풀렸는데 그것과 상관없이 클린 연기를 하는 것을 보고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얼음 위에서 많이 넘어졌다. 그래도 “얼음 위에 서 있는 것 자체가 재밌었고, 싱글 악셀을 성공했을 때는 너무 신이 났다.” 트리플 점프 하나, 하나를 성공할 때마다 “신나는 경험”은 점점 추가됐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잘못 넘어져서 꼬리뼈를 심하게 다친 적도 있지만 “그래도 빨리 다시 (스케이트를) 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신지아의 최장점은 ‘클린 점프’다. 이호정 〈에스비에스〉(SBS) 피겨 해설위원은 “신지아는 점프와 스핀, 스텝, 그리고 예술적인 부분까지 종합적으로 잘한다”면서 “3회전 점프를 주로 하는데 점프의 퀄리티가 굉장히 좋아서 가산점을 잘 받는다”고 했다. 일례로, 클린 연기를 했던 2023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신지아는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더블 악셀, 트리플 루프 점프에서 총 4.31의 높은 가산점을 받았다.
가끔은 미끄러운 빙판 위에서 도약하는 게 무섭기는 하다. 컨디션이 안 좋거나 하면 더 그렇다. 그럼에도 빙상장은 신지아에게 “제일 신나는 곳”이다. 가장 자신 있는 점프는 트리플 플립과 트리플 러츠. “단단한 것 같다”는 표현을 쓴다. 기본기 숙지가 그만큼 잘 돼 있다는 뜻이겠다.
신지아는 2023~2024 국가대표 1차 선발전뿐만 아니라 2차 선발전에서도 우승했다. 나이답지 않은 완성된 연기로 이해인(세화여고), 김예림(단국대) 등 ‘언니들’을 제쳤다. 2차 선발전 때는 점프를 뛰고 난 뒤 펜스에 부딪혔는데도 침착하게 나머지 연기를 소화하는 강심장을 보여줬다. 스스로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후회되는 게 하나도 없이 만족했던”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2022년 12월)이다. 신지아는 이때도 김연아 이후 17년 만에 시상대(은메달)에 섰다. 신지아에게 ‘리틀 김연아’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유다.
신지아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겨울올림픽을 앞둔 2025~2026시즌에 이르러서야 시니어 무대에 데뷔할 수 있다. 러시아 선수들의 도핑 문제가 불거지면서 ISU가 어린 선수 보호를 위해 시니어 대회 출전 연령을 2023~2024시즌에는 만 16살, 2024~2025시즌부터는 만 17살로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2022~2023시즌까지는 만 15살이었다.
시니어 데뷔해가 늦춰진 신지아는 “아쉽기는 하다”면서도 “안무 표현력이나 점프, 스핀까지 아직 주니어에서 다져야 할 것 많아서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호정 해설위원은 “주니어에서 세계선수권 같은 큰 무대 경험을 충분하게 쌓으면 시니어 때도 괜찮을 것”이라면서 “이 시기에 제일 중요한 것은 다치지 않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지아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으러 가고 집에서는 반려견 미미(프렌치 불독)와 시간을 보낸다. 만화 캐릭터 짱구를 좋아해서 가장 최근 극장에서 본 영화가 극장판 ‘짱구는 못 말려’일 정도다. 피겨 선수로 가장 큰 목표는 올림픽 출전. ‘꿈에 얼마만큼 다가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신지아는 고민없이 “40%”라고 답했다. 그리고, 나머지 60%를 채우기 위해 “지금 120% 이상 노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궁극적으로 신지아는 사람들에게 점프, 스핀, 스텝, 표현력 등 모든 분야에서 빈틈이 없는 “흠 잡을 데 없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마지막 연기 뒤 기립박수도 꼭 받아보고 싶다. 아직 성장기에 있어서 키(152㎝)는 조금 작지만 얼음 위 열정은 누구보다 큰 신지아. 120%의 노력이 담긴 무한 성장으로 ‘지아는 못 말려’가 얼음 위에서 곧 상영될지도 모르겠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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