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히트상품 이재현 "엄마는 볼링선수…많은 것 물려받았죠"

김경윤 2023. 4. 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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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반대에도 이룬 프로선수의 꿈…내야 공백 메우며 우뚝
홈런 세리머니 목걸이 차고 포즈 취하는 이재현 (대구=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이재현이 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홈런 세리머니에 쓰이는 은목걸이를 차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재현은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이 목걸이를 차고 싶다고 다잠했다. 2023.4.6. cycle@yna.co.kr

(대구=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베테랑 유격수 두 명을 잃었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김상수가 자유계약선수(FA)로 kt wiz 유니폼을 입었고, 백업 유격수 오선진 역시 FA 자격을 얻어 친정팀인 한화 이글스로 돌아갔다.

삼성의 내야 전력난은 불가피했다.

그러나 삼성은 내야 공백을 훌륭하게 메우며 시즌 초반 순항하고 있다.

프로 2년 차 내야수 이재현(20)의 활약 덕분이다.

2022년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 선수로 삼성에 입단한 이재현은 비시즌 주전 유격수로 낙점받은 뒤 개막 후 3경기에서 안정적인 수비 실력과 날카로운 타격감으로 내야 공백 우려를 깨끗하게 씻어냈다.

NC 다이노스와 개막 2연전에서 모두 안타를 때려낸 이재현은 4일 한화 이글스전에선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포함해 3타수 2안타를 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올 시즌 3경기에서 9타수 4안타 타율 0.444의 성적을 거뒀다.

지난 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이재현은 "운이 좋았다"며 "아직 시즌 초반인 만큼 긴장감을 유지하며 매 경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라이온즈 이재현 [삼성 라이온즈 제공. 재배포 및 DB금지]

이재현은 젊은 나이에도 차분하고 진중했다.

삼성 관계자는 "원래 말수가 적고 조용한 성격"이라고 말했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유격수로서 큰 장점이다.

이재현은 "운동을 하는 엄마를 많이 닮은 것 같다"고 했다.

이재현의 어머니는 프로볼링 선수인 정수빈 씨다. 두산 베어스의 외야수 정수빈과 이름이 같다.

그는 "엄마에게 조용한 성격과 운동 신경을 모두 물려받은 것 같다"며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사실 이재현은 어머니의 반대로 야구 선수의 길을 밟지 못할 뻔했다.

그는 "어린 시절 야구를 좋아하는 아버지를 따라 문학구장(현 SSG 랜더스필드)에 자주 갔다"며 "당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뛰던 유격수 박진만 (현 삼성 사령탑) 감독님의 모습에 매료돼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고 소개했다.

이어 "야구부에 들어가 선수 생활을 하고 싶었는데, 엄마가 심하게 반대했다. 아마도 운동선수의 길이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이재현의 어머니 정수빈 씨는 아들이 힘든 길을 밟지 않길 바랐다. 오빠이자 이재현의 외삼촌인 정재민이 힘들게 야구선수 생활을 했던 것도 아들의 운동을 반대하게 된 배경이 됐다.

투수 정재민은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해 프로 선수의 꿈을 이뤘지만, 1군 무대를 밟지 못하고 은퇴했다.

삼성 이재현 [삼성 라이온즈 제공. 재배포 및 DB금지]

어머니의 반대에도 이재현은 꿈을 굽히지 않았다.

어린 이재현은 공부보다 운동에 관심을 기울였고, 우여곡절 끝에 야구부에 들어가 야구선수의 꿈을 이어갔다.

선수의 피를 물려받은 이재현은 남달랐다. 강한 어깨 힘과 타격 실력으로 고교 시절 전국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내야수로 성장했다.

이재현은 "난 엄마를 닮아 손이 크다"며 "이런 신체조건을 잘 물려받은 게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서울고 재학 시절 투수로도 활약했고, 당시 140㎞ 중반대 빠른 공을 던지기도 했다.

이재현은 프로 입단 첫해 1군에서 75경기에 출전하는 등 많은 기회를 받았다.

데뷔 첫해엔 타율 0.235, 7홈런, 23타점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스프링캠프에서 자신의 우상이었던 박진만 감독의 낙점을 받아 주전 유격수로 2023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이재현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프로에 잘 안착해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김상수가 떠나면서 남긴 등번호 7번을 잡은 것도 같은 이유다.

그는 "7번의 무게감을 잘 이겨내겠다"고 했다.

배번 7번은 KBO리그 최고의 유격수들이 단 상징적인 숫자다. 박진만 감독도 프로 시절 7번을 달고 뛰었다.

이재현은 자신감이 차고 넘친다. 그는 "꼭 성공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재현은 올 시즌 홈런 친 선수에게 걸어주는 은색 대형 목걸이를 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올해엔 이 목걸이를 많이 걸겠다"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올해 몇 번이나 목걸이를 걸고 싶나'라는 질문에 "그건 잘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거는 경기가 한국시리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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