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 ‘발망치’에 미칠 지경…슬리퍼 왜 안 신나[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김광현기자 2023. 4. 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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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집 ‘발망치’ 소리 때문에 미치겠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실제로 정신과 병원에는 이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고 합니다.

생활 소음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TV 소리에서 청소기, 세탁기 돌리는 소리,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 옆집 싸우는 소리 등등. 그런데 유독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많이 발생하는 원인이 바로 어른이나 아이들이 걷고 뛰는 소위 ‘발망치’ 소리입니다. 지속적으로 소리와 진동이 함께 전달되기 때문에 민감한 사람은 견디지를 못합니다.

조금만 주의를 한다면 진동과 소음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도 ‘발망치’입니다. 슬리퍼 신는 노력 하나만으로도 소음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비용이 좀 들기는 하지만 전용 매트를 정확한 곳에 설치해 확실한 효과를 봤다는 경험들도 많습니다.

※ 아래 내용은 실제 사례입니다. 층간소음 관련 고충이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설거지, 도마 소리는 참겠는데, ‘쿵! 쿵!’ 발망치 진동은 너무 괴로워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살고 있는 주부입니다. 지하, 1층, 2층, 옥탑으로 이루어진 다가구 주택이고, 저는 1층에 살고 있습니다. 위층에는 아이가 없는 중년 부부만이 살고 있다고 해서 이사를 했습니다. 이전에 층간소음으로 고생을 해 이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체크를 했습니다.

지은 지 20년이 넘은 집이라 그런지 조심해서 걷지 않으면 쉽게 바닥이 울리더군요. 이 때문에 저는 슬리퍼를 신고 생활합니다. 그런데 위층은 이미 여러 번 항의를 했음에도 슬리퍼도 신지 않고 생활하기 때문에 위에서 걸을 때마다 정말 미칠 지경입니다.

이 동네는 집들이 가까이 붙어 있어서 앞집의 TV 소리, 부엌에서 설거지하는 소리, 도마에서 칼질하는 소리, 압력밥솥 밥하는 소리 등등 별소리가 다 들립니다. 그러나 그런 소리는 귀로만 듣는 소리고, 진동으로 느껴지는 소리가 아니라서 그나마 무시하고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아래층으로 전해지는 발소리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습니다. 꼭 야간에 쿵쿵 걷는 소리가 나고, 새벽에 5시경에 소리가 나서 잠에서 깨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잘 때도 TV를 켜고 잡니다. 제 소원이 잘 때는 TV를 끄고 자는 것입니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주말인데 아이가 하루 종일 뛰어다니는 겁니다. 참다 참다 그날 저녁 경찰을 불렀습니다. 근데 오히려 위층 부부가 나와 동네 다 들리도록 소리소리 지르며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더군요. 기가 막힐 노릇이었습니다. 알고 봤더니 평소에는 부부만 살지만 그 부부의 딸이 손자를 데리고 수시로 놀러 오는 것입니다.

며칠 후 윗집 부부가 저희 집에 내려와 “얼마나 힘들겠냐. 우리도 그렇게 막돼먹은 사람이 아니다”면서 “매트도 깔고 조심해서 살 테니 걱정하지 말라”라고 하더군요. 자기 전화번호까지 주면서 앞으로 잘 지내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도 다시 딸이 손자를 데리고 왔지만 매트를 사다 깔기는커녕 여전히 아이가 뛰는 상황이 되었고 또 항의를 해야 했습니다. 그랬더니 한다는 조치가 이불을 까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딸이 아이를 데리고 올 때마다 매번 항의해야 했습니다. 전화번호를 안 이후로는 올라가기보다는 문자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문자로 ‘다시는 아이들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불과 몇 주 후 새벽 1시가 넘어서 아이 뛰는 소리에 잠이 깨고 말았습니다. 전화로 물었더니 오히려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말하더군요. 결국 경찰을 불렀고, 그 새벽에 동네방네 소리를 지르고 동네 사람 잠까지 다 깨워놓더군요.

게다가 저를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는 이 무례함과 무식함을 더 이상은 간과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조심해서 살면 오래된 집도 다른 세대에 피해를 주지 않고 얼마든지 살 수 있습니다.

위층도 슬리퍼 한 장만 신고 다니면 제가 정신과까지 가서 약을 지어 먹어야 하는 상황이 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정말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다면 슬리퍼와 층간소음 매트만으로도 제가 정신과에 가서 약을 지어 먹는 비용과 이사 비용을 절약할 수가 있겠죠. 이제 이사 온 지 3개월이 조금 넘었을 뿐인데 이사를 가려고 해도 그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이래저래 피해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 팁’
출가한 자녀들이 아이들과 함께 부모님 집에 방문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층간소음으로 아래 집 거주자와의 불화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층간소음을 일으킨 자녀들과 아이들이 돌아간 뒤 아랫집이 항의하면서 조심 좀 시켜달라고 하면 윗집은 당신들 때문에 우리 손자, 손녀가 불편해한다고 되레 화를 냅니다. 감정상의 문제로 확대되어 폭언 폭행 등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위 사례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먼저 아파트 관리소 또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통해 다음의 사항을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주로 아이가 방문하는 날에는 층간소음 주의 방송을 해 줄 것을 요청하십시오. 그리고 어 정확한 방문날짜와 시간대를 관리소(또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하여, 본인에게 알려달라고 하십시오. 실 거주자에게 타인(윗집의 자녀와 아이)이 방문하여 층간소음 피해를 주는 경우에는 관리소(또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에서 각별한 주의를 줄 의무가 있습니다.

윗집에서 비용 등의 이유로 전용 매트를 깔지 않는다면 이불을 거실보다는 현관에서 안방으로 가는 통로에 설치하도록 만드는 게 소음저감에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아이용 슬리퍼를 선물해주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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