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vs 反서방 신냉전 격화... ‘중간지대’가 사라진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 이상 중립국 지위를 유지했던 북유럽 핀란드가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식 회원국이 된 가운데, 5일(현지 시각)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미국 권력 서열 3위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회동했다. 같은 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모스크바에 방문하는 등 서방과 반(反)서방 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만해협 등 유럽과 아시아·태평양의 지정학적 ‘핫 스폿(hot spot·분쟁지대)’을 둘러싼 신(新)냉전 양상이 격화, 중간지대가 점점 좁아지는 모양새다.
◇ 대만총통·美하원의장 “함께일때 더 강하다”… 中 즉각반발
미국 CNN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차이잉원 총통은 캘리포니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매카시 하원의장과 회동했다. 1979년 미국이 대만과 단교한 이후 미국 땅에서 열린 양국 간 최고위급 회동이었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대만은) 미국의 훌륭한 친구”라며 “미국과 대만 국민을 위해 경제적 자유와 민주주의, 평화, 안정을 증진할 방안을 계속 찾을 것이라는 데 대해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차이 총통은 미국 측 환대가 “캘리포니아 햇살처럼 따뜻하다”고 화답했다.
매카시 의장은 회동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가 제때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대만 국민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확고하고 초당적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며, “특히 무역, 기술 분야에서 경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이 총통은 이날 회동에 참석한 미 의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미국의) 흔들림 없는 지지는 대만 국민들에게 우리가 고립돼 있지 않고,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준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린 더 강해져야 한다”며 “우리는 함께일 때 더 강하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즉각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반발했다. 이들은 “미국이 대만과 유착해 행한 엄중하게 잘못된 행동을 향해 중국은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수호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을 향해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개 공동성명 규정을 위반했다”며,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넘어선 안 될 첫 번째 ‘레드 라인’”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측은 대만에 대해서도 “차이잉원은 취임 이래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구현한 ‘92공식’ 승인을 거부하고, 섬(대만) 안에서 각종 대만 독립과 분열 언행을 방임, 지지, 추동하며 양안 관계를 어려움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푸틴 ‘우군’ 벨라루스 대통령 모스크바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군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같은 날 1박2일 일정으로 모스크바에 도착해 푸틴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푸틴 대통령은 “양국은 공동 작업을 통해 모든 분야에서 성과를 거뒀다”며 그를 환영했다. 아울러 “우리는 이들 모두에 대해 내일 의논할 것”이라며 “국제 분야에서의 협력, 안보 문제의 공동 해결 등에 대해 다루겠다”고 덧붙였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잇따랐던 서방 제재에 대해 “우리가 붕괴하길 바란 이들이 있었지만, 우린 전혀 무너지지 않았다”며 “우리는 이 모든 것을 극복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후로 러시아에 군사 기지를 제공하는 등 이들의 침공을 지원하며 러시아와 함께 서방 제재 대상에 올랐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6일 푸틴과 함께 연합국가(Union State) 최고 국무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회의에선 러시아와 벨라루스 간 공동 안보 전략 개발과 2021~2023년 연합국가 창설 조약의 이행 상황 등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두 국가는 지난 1990년대 말부터 연합국가 창설을 추진, 동맹국 이상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회담에서 핵 배치와 관련된 추가적 사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전망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배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루카셴코 대통령도 국정연설에서 “필요하면 전략 핵무기 배치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75년 중립국’ 핀란드 나토 가입, 스웨덴도 추진
나토 창설 74주년이었던 지난 4일엔 핀란드가 나토 31번째 공식 회원국이 됐다. 1948년 구(舊)소련과의 우호조약 체결 이후 약 75년간 군사적 중립국 지위를 유지했던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한 배경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다. 핀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 3개월 만이었던 지난해 5월 스웨덴과 함께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전쟁 이전 핀란드 국민의 나토 가입 찬성률은 20%대였지만, 최근에는 80%까지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비(非)군사동맹 시대는 끝나고, 새 시대가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반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 안보와 국익에 대한 침해”라며, “러시아는 안보 보장을 위해 전략적, 전술적 대응책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맞섰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으로 “나토의 동진(東進) 탓에 러시아와 나토가 국경을 맞대게 되면서, 러시아가 느끼는 안보 위협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 러시아와 나토 회원국 간의 국경이 기존의 약 2배로 늘어나는 정반대 결과가 초래됐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 매체들도 “푸틴 대통령은 나토의 확장을 막고자 했지만, 파괴적인 우크라이나 전쟁이 핀란드를 자극했다”고 평가했다. 북유럽의 또 다른 중립국 스웨덴도 올해 중 나토 정식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나토는 7월 정상회의에 젤렌스키 초청
나토는 오는 7월 정상회의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초청했다. 4일 AFP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외교장관 회의를 마친 뒤 “강력하고 독립적인 우크라이나는 유럽과 대서양 지역 안정에 필수적인 국가”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7월 (리투아니아) 빌뉴스 정상회담에서 만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019년 취임 이후 우크라이나의 나토·EU 가입을 줄곧 추진해 왔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유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젤렌스키는 나토 회원국이 된 핀란드에 대해서도 “창설 74주년 기념일에 나토에 가입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나토는) 러시아 침공에 맞서기 위한 유일하게 효과적인 안전 보장 체제”라고 말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안제이 두다 대통령을 만나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핵위협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는 각각 벨라루스와 서쪽과 남쪽 국경에 맞닿아 있다.
◇ EU, 中과 직접 대화 시도
이 가운데 EU는 중국과 직접 대화에 나서면서 양측 셈법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5일부터 3일간 일정으로 중국 방문에 나섰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두 정상이 6일 시진핑 주석을 만나 중국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우려를 전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경우, 유럽과 관계가 급격히 악화할 수 있음을 경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5일 중국에서 프랑스 교민들과 만나 “우리는 중국과 분리해서는 안 된다”며 “프랑스는 중국과 상업적 관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이 중국과 경제 협력 확대를 위해 관계 악화를 원치 않으며, 중국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단토록 설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럽과 중국 관계를 지렛대로 이용, 갈등 해결에 나서려 한다는 것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도 “유럽은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결별)을 원치 않는다”며 “유럽이 원하는 것은 ‘위험 제거(de-risking)’”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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