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다음 기회' 없는 女 챔프전, 분위기가 해답일까

권수연 기자 2023. 4. 6. 10: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흥국생명 김연경(좌)-한국도로공사 박정아ⓒ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마무리를 지어야 할 때가 왔다. 

6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리는 '2022-23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최종전)에서 흥국생명과 한국도로공사가 올 시즌 마지막 경기를 펼친다.

이제 정말 끝의 끝까지 왔다. 예상치 못한 이변이 하루 텀으로 벌어지고 있다. 

시즌 초까지만 해도 특별하게 눈에 띄지 않았던 도로공사였다. 공격력이 타 용병에 비해 비교적 떨어지는 카타리나 요비치(세르비아)를 뽑았을 때만 해도 시즌을 나기가 힘겨워보였다.

고심하던 김종민 감독은 대체용병으로 2021-22시즌 흥국생명에서 활약했던 캣벨을 뽑았다. 당시 김 감독은 본지와 통화에서 캣벨에 대해 "본인이 해줘야하는 역할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선수"라고 평했다.

캣벨은 김 감독이 판단한대로 활약했다. 시즌 중에는 평이한 모습으로 팀과 호흡 맞추기에 주력했다. 봄배구에서 진가가 발휘됐다. 플레이오프 첫 경기부터 29득점(공격성공률 40%)을 올리며 상대를 폭격했다. 박정아와 함께 경기를 쌍끌이하며 팀워크가 무너진 현대건설을 쉽게 돌려세우고 흥국생명을 만나기 위해 인천으로 향했다.

하지만 1, 2차전서 예상치 못한 컨디션 난조가 생겼다. 선수단에 감기가 돌며 챔피언결정전 5경기 중 2경기를 흥국생명에게 허탈하게 내줬다. 당시 1차전부터 옐레나가 32득점(공격성공률 45.90%), 김연경이 26득점을 퍼붓는 등 거의 일방적으로 도로공사를 제압했다. 

한국도로공사 선수단이 2차전 패배 후 아쉬워하고 있다 ⓒ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흥국생명 이원정ⓒ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흥국생명은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은 후 주전선수들이 약 10일 가까이 쉬었기에 체력, 화력 등 모든 점에서 절대우세로 여겨졌다. 김연경의 은퇴 혹은 타 팀 이적 가능성이 제기되며 흥국생명에서의 '라스트댄스' 이슈가 이와 맞물렸다. 

변수가 하나 있었다. 이원정이 지난 달 초 햄스트링 부상을 입으며 약 한 달 가까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이원정의 결장과 동시에 흥국생명은 도로공사에게 6라운드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완패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챔프전까지 이원정이 다시 돌아와 좋은 활약을 해 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흥국생명은 주전 세터의 부상에도 별 문제없이 정규리그 1위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기세가 좋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했던 그림과는 조금 달랐다. 부상에서 완전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코트에 선 이원정의 운영이 불안했다. 김미연, 옐레나, 김연경을 다양하게 활용하려 했으나 타점을 맞추기 쉽지 않았다. 교체로 투입된 김다솔 역시 급한 불을 끄기에는 모자랐다. 옐레나의 점유율을 높였지만 점유율만큼의 처리도가 낮았다.

그럼에도 1, 2차전을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도로공사의 공격화력이 떨어졌고 특히 수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당시 박정아, 배유나 등 주전들의 컨디션이 크게 좋지 못했고 특히 임명옥의 발이 무거웠다. 2차전 기준 임명옥은 디그 7개 시도에 5개 성공, 리시브 18개 시도에 겨우 5개 정확을 기록했다.

기뻐하는 한국도로공사ⓒ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3~4차전부터 도로공사는 홈 버프와 더불어 특유의 '늪수비'를 최고조로 살려냈다. 특히 문정원이 리시브와 클러치 득점에서 키포인트 활약을 펼쳤다. 거꾸로 체력 고갈과 멘탈 하강세가 찾아오기 시작한 흥국생명이 이에 말려들고 말았다. 더불어 이원정의 토스가 옐레나에게로 향했다. 상대 세터 이윤정을 뚫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토스가 낮아 옐레나가 손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김미연의 연타 시도도 상대에게 기회를 여러번 넘겨줬다. 김해란의 광범위 디그는 수준급이었지만 흔들리는 리시브까지 잡아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이 우승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홈에서 팬분들이 많이 도와줄거라 생각한다"며 절박한 심경을 드러냈다. 

반면, 도로공사 김 감독은 "저쪽은 하나(김연경)가 확실한 루틴이고 쉽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여자배구는 분위기가 바뀌면 어떤 상황이 올지 모른다, 그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뻐하는 흥국생명ⓒ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흥국생명의 도로공사 홈 상대 전적(정규리그+포스트시즌 총 10경기)은 5승 전승이다. 

이제 정말 '다음'은 없다. 이기면 정상에 등극하고 패배하면 한쪽 옆으로 비켜서서 상대의 축포를 힘없이 바라봐야 한다. 

남의 집 김천에서 안방 잔치를 노렸던 흥국생명은 이제 인천에서 남의 축포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한다. 세계적 선수인 김연경을 보유하고도 우승을 거저 내주는 초유의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반면, 도로공사는 새로운 역사를 코 앞에 두고 있다. 2017-18시즌 이후 4년만의 챔프전 우승과 동시에 V-리그 사상 최초 챔프전 역스윕 우승을 노린다. 특히 시즌 종료 후 배유나, 정대영, 박정아, 문정원, 전새얀 등 도로공사의 주축을 이루는 주전 5명이 모두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기에 또 다른 '라스트댄스'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 V-리그를 닫는 마지막 경기는 오후 7시에 펼쳐진다.  

Copyright © MHN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