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만쪽 외교문서’ 비밀해제… 1992년도 서사 공개한다

김민소 기자 2023. 4. 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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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이 국제사회 이슈로 본격 부각한 1992년 외교 비사(祕事)가 공개됐다.

문서에서는 북한과 미국의 첫 고위급 회담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북한 핵시설 사찰 등 바쁘게 돌아간 북핵 외교의 단면과 한중수교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반응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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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경과 비밀해제 외교문서’ 외부 공개
북핵 외교 단면과 한중수교 반응 등 담겨

북한 핵이 국제사회 이슈로 본격 부각한 1992년 외교 비사(祕事)가 공개됐다. 문서에서는 북한과 미국의 첫 고위급 회담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북한 핵시설 사찰 등 바쁘게 돌아간 북핵 외교의 단면과 한중수교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반응을 엿볼 수 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뉴스1

외교부는 6일 ‘30년 경과 비밀해제 외교문서’ 2361권, 36만여쪽을 외부에 공개했다. 1992년 당시 북한은 소련 해체로 국제정세가 급변하면서 외교적 고립 위기에 처하자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채택하고 대외관계 개선에 나섰다. 또 국제사회의 압력에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 후 6년여 만인 1992년 1월 IAEA 핵안전조치협정에 서명하고 핵 사찰을 받아들였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대미 유화전략을 구사하며 미국과 첫 고위급 회담에도 임했다.

1992년 1월 김용순 북한 노동당 국제부장과 아널드 캔터 미 국무부 정무차관이 회동했는데, 당시 북한이 주한미군의 존재를 역내 안정의 요소(source of stability)로 인정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미국의 평가도 외교문서에 담겼다.

북한의 핵개발 의혹은 북한이 한미가 북미관계 개선 조건으로 요구한 ‘남북간 상호 사찰’에 응하지 않고, 북한에서 방사화학실험실(재처리 시설)의 존재와 이 시설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실체를 갖게 됐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는 북미 간 오간 대화나 IAEA의 대북 핵시설 사찰 관련 내용이 상당 부분 비공개 처리됐다.

문서는 1992년 8월 한중수교와 관련해서도 막후 분위기를 살펴볼 단서들을 담고 있다. 한중 수교가 현실로 다가오는 것을 직감한 대만은 다양한 방법으로 한중 수교가 불러올 파장에 대해 경고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김종인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 일행의 1992년 1월 대만 보고서에 따르면 리덩휘(李登輝) 대만 총통은 김 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아시아에 남아있는 공산주의 세 나라(중국·북한·베트남)는 시간문제이지 저절로 넘어질 것이 확실하므로 한국과 대륙(중국을 지칭)과의 관계 개선에 속도를 늦춰 신중히 추진할 것”을 요청했다.

북방외교의 ‘종착점’으로 불리는 한·베트남 수교 과정 문서도 공개됐다. 미국은 한·베트남 관계 개선에 여러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정부는 미국과 베트남 관계도 급진전하는 상황에서 더는 수교를 미룰 수 없다고 봤고, 1992년 12월 22일 수교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과거사 현안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던 당시 한일 간 논의 내용도 일부 공개됐다. 1992년 2월 개최된 한일 과장급 업무협의에서 한국 측은 “보상 문제, 교과서 기술 문제 등 응분의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고 촉구했고, 일본은 “1965년 청구권 협정을 문제 삼을 경우 한일관계의 기본 틀을 흔든다”고 우려했다.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의 원문은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 열람실’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 이달 말 ‘공개외교문서 열람·청구시스템’이 구축되면 온라인에서도 원문 정보 청구와 열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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