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특례보금자리론, 주담대 금리 3%대 진입에 매력 ‘뚝’

진상훈 기자 2023. 4. 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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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례보금자리론 금리 4.05~4.45%
하단 3%대 은행 주담대 금리 웃돌아
SVB 파산에 은행 대출 금리 하락세
특례보금자리론서 은행 주담대로 재이동 전망
최근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연 4%대인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를 밑돌고 있다. /조선비즈DB

지난 1월 말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과 금융 취약계층의 내 집 마련 부담을 덜기 위해 도입된 특례보금자리론이 두 달 만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빠르게 내려가 특례보금자리론의 고정금리를 밑돌면서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해외 금융사들의 예상대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6월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할 경우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는 더욱 내려갈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 시장에서는 은행과의 금리 역전이 지속되면 특례보금자리론을 상환하고 다시 은행 대출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례보금자리론과 은행별 주택담보대출 금리 비교/각 은행 제공

◇ KB국민·NH농협은행 주담대 금리 하단 3%대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3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저 연 3.69%에서 최고 연 6.40%를 기록 중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의 이달 금리는 연 4.05~4.45%로 정해져 있다. 낮은 고정금리로 은행에서 돈을 빌린 사람의 부담을 덜겠다는 특례보금자리론의 금리가 시중은행 금리 하단보다 높게 형성된 것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9억원 이하의 주택 구매자에게 최저 3%대 후반의 고정금리로 소득에 관계없이 최대 5억원을 대출해주는 주택담보대출이다. 정부와 금융 당국은 지난해부터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어려움을 겪는 대출자들의 부담을 덜고자 이 제도를 지난 1월 30일 도입했다.

은행별로 보면 시중은행 가운데 주담대 금리 하단이 가장 낮은 곳은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의 주담대 혼합형(일정 기간 고정금리를 적용한 뒤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상품) 금리는 연 3.69~5.09%다. 변동금리는 신규코픽스 기준 연 4.18~5.58%, 신잔액코픽스 기준 연 4.26~5.66%로, 변동금리 하단 역시 특례보금자리론 금리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NH농협은행도 혼합형 금리가 연 3.97~5.87%로 하단이 3%대까지 내려왔다. 변동금리는 연 4.09~5.59%로 하단이 특례보금자리론과 비슷한 수준이다.

신한과 하나, 우리 등 다른 시중은행의 경우 특례보금자리론보다 주담대 금리 하단이 소폭 높은 편이지만,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발표한 금리 인하 조치가 반영되면 현재 연 4.97~6.40%로 형성된 주담대 금리가 더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은행(SVB) 지점 앞에서 예금주들이 인출을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 美 연준, SVB 파산에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 전망도

시중은행 대출 금리 하단이 특례보금자리론보다 낮은 수준까지 내려온 것은 예상과 달리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곧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늘면서 채권 금리가 빠르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금융채(은행채) 무보증 신용등급 AAA 기준 5년물 금리는 3.983%를 기록했다.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8일 4.473%에 비해 0.5%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금융채 5년물은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의 준거금리가 된다.

연준은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 문제 해결을 위해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특히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수 있다는 뜻도 밝힌 바 있다. 정부와 금융 당국이 특례보금자리론 도입 카드를 꺼낸 것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시중은행 대출 금리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갑작스럽게 파산하고, 비슷한 수익 구조를 갖춘 은행들이 연쇄 도산 위기를 맞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SVB는 고객 예탁자산을 주로 채권에 투자해 왔는데,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결국 파산했다. 이 때문에 미국 안팎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고, 연준은 결국 지난달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데 그쳤다.

최근 금융 시장 일각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5월에 고점을 찍고 이르면 6월부터 인하로 돌아설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시카소상품거래소(CME)의 기준금리 예측 프로그램인 페드워치는 연준이 7월 FOMC에서 현재 연 4.50~4.75%로 돼 있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45.8%,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16.6%로 각각 예상했다.

◇ 특례보금자리론, 중도상환수수료 부담 없어

만약 예상대로 하반기부터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하될 경우 국내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현재보다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금융 당국도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낮출 것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일반 은행 대출과 달리 중도상환수수료가 붙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은행 주담대 금리가 떨어지는 폭만큼 금리가 변동되지 않을 경우 이미 특례보금자리론을 받은 사람이 다시 은행으로 눈을 돌릴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례보금자리론의 자금 조달 수단인 MBS(주택저당증권)의 발행금리도 떨어진 상황이지만, 운영 주체인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시장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이다”라며 “현 수준보다 기준금리가 더 떨어져도 금융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시중은행들에 비해 인하 폭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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