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물거품 된 8년'...학폭소송 불참 후 잠수중인 변호사

'조국 흑서' 공동저자 권경애 변호사
고(故) 박주원 양 어머니 원고패소 판결 "망연자실"
알고보니 3차례 불참해 '자동취소'…소송비용 모두 부담해야 할 상황

[아이뉴스24 백소연 기자] 지난 2015년 학교폭력으로 숨진 피해 학생의 유족 측이 8년간 이어온 학폭 소송에서 민사소송 항소심을 진행하던 변호사가 재판에 '세 차례'나 출석하지 않아 소가 취하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 측의 원고 대리인은 이른바 '조국 흑서' 공동 저자로 알려진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58·사법연수원 33기)이다.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 [사진=유튜브 채널 금태섭티브이(TV) 캡쳐화면]

지난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8-2부(당시 부장판사 김봉원·강성훈·권순민)는 지난해 11월24일 고(故) 박주원 양 어머니 이기철 씨가 서울시교육청과 학교법인, 가해자 등 38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항소가 취하된 이유는 소송 당사자가 재판에 3번 불출석했기 때문이다. 민사소송법상 대리인 등 소송 당사자가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해도 변론하지 않을 경우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 사건에선 2회 기일 동안 원·피고 쌍방이 불출석한 후 원고 측 대리인이 기일지정신청을 했으나 새로 정한 기일에도 다시 쌍방이 불출석해 항소가 취하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권 변호사는 1심에서 가해 학생 중 1명의 아버지를 상대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이 씨는 이에 불복해 5월 항소를 제기했다.

일부 승소마저도 지난해 9월 22일, 10월 13일, 11월 10일 등 세 차례에 걸친 대리인의 재판 '불출석'으로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혔고 11월 패소가 확정됐다.

이 씨는 권 변호사의 무책임한 소송대리로 가해자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됐다며 황당함을 넘어 분통이 터진다는 입장이다.

권 변호사는 지난 3월 수차례 이 씨의 연락을 받지 않으며 "자기가 힘들어서 연락을 못 드렸다"라는 말만 하였고, 이후에 잡은 약속들도 연거푸 미뤘다.

권 변호사는 지난 9월 22일, 10월 13일, 11월 10일 등 세 차례에 걸쳐 대리인의 재판에 '불출석'했다. [사진=SBS 뉴스 유튜브 채널 캡쳐화면]

권 변호사가 약속을 미뤘던 이유는 지난해 10월 패소한 사실을 5개월 동안 쉬쉬하며 유족 측에 알리지 않기 위함이었다.

이씨는 이날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슴은 바위로 내려친 것 같았고 등줄기는 찌릿한 통증이 거침없이 밀려왔다"며 "울부짖으며 (이유를) 물었지만, 돌아오는 말은 한 번은 몸이 아파서였고 다른 날은 날짜를 잘못 적어놔서 못 갔다는 이해 안되는 말뿐이었다"고 적었다.

권 변호사는 이 씨에게 "작년 10월경 소송이 취하되고 자신도 너무 힘들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말했지만, 최근까지의 태도를 보면 정치권에 대한 SNS 활동부터 심지어 인터뷰까지 했다.

권 변호사의 어이없는 패소에 유족은 수억 원에 이른 소송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SNS로 정치적 발언에 열을 올리는 사이 학폭 피해자와 유족을 두 번 죽인 셈이다.

이 씨는 "가해자들이 재판에서 승소했다고 떠들고 다니겠구나 생각하니 미칠 것 같고 억장이 무너지다 못해 망연자실하다"며 "자식 잃은 어미의 가슴을 도끼로 찍고 벼랑으로 밀었다"고 SNS에 언급했다.

법조계에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김남석 변호사는 6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개인 사정이 있다면 다른 변호사에게 법률 대리를 맡겨도 되는데, 소송을 제기한 쪽의 변호인이 수차례 출석하지 않은 황당한 일은 처음 본다"라고 했다.

매체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위임 대리를 받고 변호사가 아무런 사유 없이 변론을 참석하지 않았다면 징계대상이 될 수 있다"며 "해당 변호사에게 따로 경제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씨가 권 변호사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하자 "그러면 나는 매장된다. 그것만은 봐달라"고 사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책임을 지고 선임비를 돌려주겠다면서 그것도 연말까지 기다려달라고 했다"면서 "자신이 변호사로 벌이가 있어야 손해배상이라도 할 거 아니냐고 한다. 이런 짓을 해놓고도 그 알량한 변호사를 해야만 당신은 폼나고 살아지는 거냐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이어 "능력이 없으면 책임감이라도 있던지 그 무엇하나 없이 수임받은 사건을 방치하고 말아먹은 변호사가 그래도 변호사를 해 먹겠다고 말한다"며 분개했다.

한편 권 변호사는 언론과의 접촉을 피한 채 사무실에도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백소연 기자(whit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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