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엔 위암 환자가 왜 많을까?…가족력보다 더 큰 이유 있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위암 환자가 가장 많은 국가이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한국엔 매년 약 3만 명의 위암 환자가 새롭게 발생한다. 인구 10만 명 당 발병률은 미국의 10배 수준이다. 지난해 연말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서 2020년 기준 암 발생 순위 4위(10.8%)다. 갑상선암(11.8%), 폐암(11.7%), 대장암(11.2%) 다음이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위암은 국내 암 발생 부동의 1위였다.
이처럼 국내에 위암 환자가 많은 이유는 한국인 특유의 식습관과 이로 인한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몽골, 일본 등 동아시아인의 헬리코박터균은 특별한 독성을 가진 유전자가 있어 위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이 즐겨먹는 김치나 장류 같은 소금에 절인 식품 또한 위암 발생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김병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국내 위암 환자 수가 많다는 이유로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면서 “위암 예방과 치료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조기 발견이 늘었고 완치율 또한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 30년 정도후 암으로 악화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위암 발생 위험이 2~10배 높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증은 위점막과 점액 사이에 기생하는 나선 모양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이 원인이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면 만성위염,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위 세포가 소장 혹은 대장 세포로 대체되는 현상), 위 선종, 위암으로 진행한다. 보통 10대에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위암으로 악화하기 까지 30~40년 정도 걸리는데, 간혹 젊은 사람 중 빠른 시간에 위암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헬리코박터균의 정확한 감염 경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파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물을 통해서도 감염되는 경우도 있으며, 음식을 한 그릇에 놓고 함께 먹음으로써 전염된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선 국이나 찌개, 탕을 서로 공유하는 한국 특유의 식습관을 피하고 술잔 돌리는 문화도 가급적 지양해야 한다.
헬리코박터균 감염확인은 내시경 검사나 요소호기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젊은 사람보다 나이 든 사람, 40대 이상에서 내시경 검사를 할 때 헬리코박터균 검사를 함께하면 좋다. 만성위염을 앓고 있는 경우에도 헬리코박터균 검사가 권고된다. 특히 숨을 불어 헬리코박터균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요소호기검사는 정확도가 높아 제균 치료를 한 뒤 결과를 확인할 때 특히 유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확인되면, 제균 치료를 권장한다. 제균 치료가 성공하면 위암에 걸릴 확률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는 보통 두세 종류의 항생제와 위산이 적게 나오게 하는 위산분비억제제를 병합해 1~2주간 복용한다. 제균 성공률은 90% 이상이다. 김병욱 교수는 “국내 성인의 절반 정도는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헬리코박터 감염률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특히 제균 치료는 한 번 할 때 성공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개별 환자에 맞는 맞춤 치료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0세 이상은 2년마다 위내시경 권장
위암은 조기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염분이 많이 들어 있는 젓갈류, 김치와 같은 염장 음식, 국과 찌개 등을 줄이는 게 좋다. 맵고 짜거나 기름진 자극적인 음식은 만성적으로 위 점막을 자극해 점막이 얇아지는 위축성 위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 음식에는 발암물질이 들어 있는 만큼, 조리법도 튀기기보다 끓이며 굽기보다는 삶는 방법을 활용하자.
면역력을 떨어트리는 스트레스도 관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위는 스트레스에 약하고, 위암은 스트레스와 밀접하다. 스트레스는 소화효소의 분비를 막고 위장운동을 위축시켜 소화를 방해한다.
알코올 또한 위 점막의 손상을 초래할 수 있어 자제하는 게 좋다. 빈속에 마시는 술은 위벽에 치명적이다. 흡연은 소화기암 발생의 최고 위험 인자로 꼽힌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위암 발생 위험이 2~3배 높다.
위암이 발생한다고 해도 초기에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40세 이상이라면 2년에 한 번씩 위내시경을 받는 게 권장된다. 김병욱 교수는 “선종을 제거했거나 위암으로 내시경 수술을 받은 이력이 있다면 최소 1년에 한 번씩은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이들의 15%에서 위암이 재발하는데 처음에는 3개월, 6개월 정도로 기간을 잡았다가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1년에 한 번씩은 적극적으로 검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암 초기 진단되면 내시경으로 제거
위암 치료는 병의 진행 단계에 따라 다르다. 수술이 일반적이지만 위암이 위점막이나 점막하층에만 있는 초기, 즉 1기는 내시경으로 제거한다. 근육층이나 장막하층, 장막층에 암세포가 침습해 있거나 위 림프절에 암세포가 퍼져 있더라도 다른 장기로 원격 전이가 되지 않은 2기와 3기에는 복강경 수술을 한다. 다만 재발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반드시 항암치료를 함께 해야 한다. 반면 3b나 4기 정도로 전이가 많이 진행된 경우에는 수술로 치료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김병욱 교수는 “위암이 무서운 이유가 바로 진행이 된 경우 항암치료 반응률이 60% 미만이라는 점”이라며 “이때 반응률은 완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암의 크기가 줄어들고 약간이나마 호전된다는 의미로 이 정도의 병기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위암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이용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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