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로 할 수 있는 최대로 우아한 사색으로의 초대

김정한 기자 2023. 4. 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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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로 전 세계를 매혹한 파스칼 메르시어가 16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언어의 무게'로 독자들을 만난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탈리아와 영국을 배경으로 여러 문학인의 삶을 다채롭게 조명한다.

이야기 속 인물들은 언어와 문학을 삶의 지침으로 여기며 살아간다.

문학이라는 것이 단순한 애호의 대상이 아닌, 삶을 헤쳐나가기 위한 도구로 제시되기에 이 작품은 다채로운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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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언어의 무게'
언어의 무게(비채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리스본행 야간열차'로 전 세계를 매혹한 파스칼 메르시어가 16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언어의 무게'로 독자들을 만난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탈리아와 영국을 배경으로 여러 문학인의 삶을 다채롭게 조명한다.

주인공은 유서 깊은 출판사를 경영해온 레이랜드다. 그는 생의 끝자락에 서서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번역가로서 살아온 세월과 흘러간 인연, 수많은 작가와 번역가와 출판인들이 떠오른다. 문학을 삶의 지침으로 삼은 이 모든 사람을 돌아보며 그는 그동안 외면해온 창작을 향한 열망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이야기는 레이랜드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이탈리아와 영국을 횡단하며 차츰차츰 진행된다. 아내의 출판사가 있던 트리에스테와 삼촌의 저택이 있는 런던에서 레이랜드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지인들에게서는 의외의 면모를 발견한다.

러시아인 번역가 안드레이는 연적을 죽인 죄로 감옥에 갇혀 한 권의 소설을 읽고 또 읽던 끝에 자신이 바라는 여러 결말을 직접 쓴다. 이웃이자 친구인 케네스 버크는 약사로서 불법체류자들에게 처방전 없이 약을 내주다 법정에 섰고, 소설가 프란체스카 마르케세는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을 소설을 집필한다. 젊은 나이에 성공한 작가 메리 앤은 돌연 절필을 선언하며, 출판 경영인 크리스티 모자(母子)는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기 어려워한다. 이들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함께 살아내며 레이랜드는 마침내 자신의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섬세하면서도 깊은 사색, 문학에 기대어 살아가는 인물들의 극적 에피소드와 유럽의 낭만적 풍경이 함께 펼쳐진다. 이야기 속 인물들은 언어와 문학을 삶의 지침으로 여기며 살아간다. 문학이라는 것이 단순한 애호의 대상이 아닌, 삶을 헤쳐나가기 위한 도구로 제시되기에 이 작품은 다채로운 의미를 지닌다.

△ 언어의 무게/ 파스칼 메르시어 글/ 전은경 옮김/ 비채/ 2만2000원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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