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고딩은 고달파!' OTT 학원물 인기있는 이유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2023. 4. 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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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방과후 전쟁활동', 사진제공=티빙

한때 미국 뉴욕은 '재난영화의 단골'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공상과학(SF) 장르의 영화에서 갖은 재난을 다룰 때 가장 극적인 효과를 노리기 위해 세계 최고의 도시로 군림하던 뉴욕을 흔히 배경으로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뉴욕은 운석의 목표가 되기도 하고, 그로 인한 쓰나미의 피해를 입기도 했으며 또 각종 악당들이 창궐하고 외계인들의 침공 장소로 쓰이기도 했다.

요즘같이 OTT 플랫폼을 많이 보는 시대라면, 외국인들은 과연 한국의 고등학생들을 보고 뭐라고 할까. 아마 '정말 잘 뛰네' '정말 싸움을 잘하네'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바로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드라마들에서 한국 고등학생들의 모습이 그렇다.

OTT 플랫폼이 생기면서 학교를 다루는 작품들 이른바 '학원물'의 정의는 다시 쓰이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학교를 배경으로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이야기의 연속이었겠지만 지금의 고등학생들은 바쁘다. 외계의 침공도 받고, 좀비 바이러스의 공격도 받는다. 또 한 편으로는 복수의 무대가 되기도 하고, 신분을 숨기고 암약하는 킬러들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최근 공개된 티빙의 드라마 '방과 후 전쟁활동'의 이야기가 바로 그렇다. 하일권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지난달 31일부터 공개됐다. 줄거리는 전 세계의 하늘에 갑자기 나타난 외계의 구체가 지구인들을 위협하고, 한국 정부는 이들을 막아내기 위해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징집을 결정한다. 그냥 하면 참여하지 않을 것 같으니 수능시험 가산점을 적용한다.

드라마는 공개된 후 곧바로 콘텐츠를 보기 위해 유료가입을 하는 소비자들의 기여도를 측정하는 유료가입기여지수에서 역대 티빙 작품 중 1위를 차지했다. 학원물의 형식을 띠면서 그 안에 외계생물이 나오는 SF 요소, 군인으로 변해가는 학생들을 다루는 전쟁물의 클리셰를 엮었다. 

'지금 우리 학교는', 사진제공=넷플릭스

비슷한 작품들은 최근 부쩍 늘었다. 시초는 지난해 초 공개된 넷플릭스의 '지금 우리 학교는'을 꼽으면 좋을 것 같다. 역시 주동근 작가의 인기 웹툰이 원작인 작품으로 정체불명의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고 이 바이러스가 학교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학생들의 좀비로 변하는 과정에 오는 공포와 스릴을 주로 다뤘다. 윤찬영과 박지후, 조이현, 유인수, 하승리, 이은샘, 이유미, 로몬 등의 신예배우들도 대거 등장했다.

교내를 배경으로 한 복수극도 다수였다. 웨이브에서 공개된 '약한 영웅 class 1'은 학교를 배경으로 피지컬적인 능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비상한 머리와 판단력 그리고 굉장한 끈기로 무장한 연시은(박지훈)의 성장기를 다뤘다.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 '3인칭 복수' 역시 쌍둥이 오빠의 죽음에 대해 진실을 찾아 나선 주인공 옥찬미(신예은)와 복수대행을 해주는 지수헌(로몬)이 사건에 휘말리는 과정을 담았다.

왓챠에서 공개된 '최종병기 앨리스'에는 킬러가 등장한다. 고도로 훈련된 킬러 한겨울(박세완)이 평범한 학생으로 변장해 학교생활을 하다가 맞아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서여름(송건희)를 만나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공개가 예정된 작품 중에서도 학원물은 자주 만날 수 있다. 아직 플랫폼이 정해지지 않은 드라마 '하이 쿠키'는 남지현, 최현욱 등이 출연한다. 소원을 들어주는 쿠키가 엘리트 고등학교에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인간군상의 욕망과 위험에 빠진 동생을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여자 주인공의 여정을 다뤘다. 티빙에서 공개가 예정된 '러닝메이트'는 모범생 주인공이 이미지 쇄신을 위해 전교학생회장 선거에 러닝메이트로 출마했다 점점 선거의 핵심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다뤘다. 학원물과 정치물의 특징을 합쳤다.

이렇게 'K-고딩'들의 이야기가 드라마의 중심소재가 된 것은 학교만큼 한국사회의 특징을 집약적으로 모아놓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특징인 학력사회, 성적이 사회적 계급을 결정하는 시스템은 학생들을 무한경쟁으로 몰아넣는다. 학생들은 성적을 위해 일렬로 늘어서 평가받고, 반면에 여기에 낙오한 이들의 그늘도 짙어진다. 이렇게 사람의 민낯이 자주 드러나는 배경으로 드라마가 놓칠 리 없다.

'약한영웅 Class 1', 사진제공=웨이브

또한 이미 시스템을 구축한 기성세대와의 충돌도 효과적으로 그려진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어른들은 좀비사태를 해결하기보다는 자신의 잇속에 유리하게 조정하며, 심지어 조장하고 이용한다. '방과 후 전쟁활동'의 어른들은 공부만 하던 학생들의 징집을 결정하고, 마치 소모품처럼 부담스러운 작전에 마구 투입한다. 결국 학교를 통해 일그러진 사회 시스템의 자화상이 보이는 셈이다.

웹툰 원작의 작품이 늘어난 이유도 있다. 보통 웹툰작가들은 기성 만화작가에 비해 경력이 비교적 짧고, 젊은 세대가 많다. 작가가 지금까지 살아온 배경 중 가장 강한 인상을 줬던 학교가 배경이 되는 일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학원물을 산업적으로 보면 학생 캐스팅에 젊은 신예를 대거 쓸 수 있어 출연료가 적게 들고, 그 차이만큼 후반작업에 공을 들일 수 있다. 

학교는 전 세계에 모두 있는 소재이므로 범용성이 크지만 한국만의 차이를 보여줄 수도 있다. 당연히 한국의 학제나 학교의 분위기는 외국인의 관점에서는 흥미롭다. 한국사회의 축약판, 학교가 드라마에서 그렇게 각광을 받을 수 있는 이유다.

방송가에서는 새로운 장르의 실험, 새로운 배우들의 놀이터가 된다. 여러모로 이야기는 살찌고, 저변은 튼튼해지는 장르인 셈이다. 또 어떤 학교, 학생들의 이야기가 강렬하게 시청자들을 사로잡을지, 2023년 학원물의 시계는 바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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