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공소장 보니…가족 여행 항공권도 '법카 결제'

'법인 차량' 아우디·벤츠는 자녀 통학용으로
'위법 소지' 법무팀 지적에도 계열사 몰아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의 혐의를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회장이 지난달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계열사를 부당 지원하고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이 가족 여행 항공권과 호텔 예약에 회삿돈을 끌어다 쓴 것으로 조사됐다. 법인 차량인 고급 외제차를 자녀 통학에 사용하고, 사내 법무팀 반대에도 계열사 지원을 강행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5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조 회장의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등 혐의 공소장을 보면, 조 회장은 자녀의 해외 대학교 입학 준비를 위해 항공권 구매 및 호텔 예약을 여행사를 통해 대행하면서 그 비용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검찰은 조 회장이 이처럼 회사 업무와 관계없는 개인적 용무를 위해 약 2629만 원을 썼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조 회장은 법인 차량인 아우디·벤츠를 배우자의 개인 일정, 자녀의 학교 및 학원 통학 등에 사용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검찰은 이때 회사가 채용한 운전기사도 개인적 용무에 동원됐다고 지적했다.

개인 용도로 쓸 차량을 업무용으로 위장해 시가 3억 원 남짓 포르쉐 911 타르가 차량을 빌려 1억 916만 원 상당을 회삿돈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밖에도 테슬라 모델 X, 페라리 488 피스타, 포르쉐 타이칸, 레인지로버 등 5대 차량을 구입·리스하면서 조 회장이 한국타이어와 계열사에 약 13억 원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자택 이사에도 회삿돈과 회사 인력이 동원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20년 8월경 직원들을 시켜 협력사에 본인 이사를 담당하게 하고, 비용 1228만여 원을 회사 자금으로 대납하도록 했다. 시가 2200만 원 상당의 식탁과 418만 원 상당 빈티지 의자 2개 등 가구를 업무용으로 구입한 뒤 모두 2억 6100만 원 상당의 회사 물품을 자택에 갖다 놓게 했다.

조 회장의 공소사실의 한 축인 '계열사 부당지원'과 관련해서는 사내 법무팀의 반대에도 지원을 강행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동률 기자

조 회장의 공소사실의 한 축인 '계열사 부당지원'과 관련해서는 사내 법무팀의 반대에도 지원을 강행한 정황이 포착됐다. 조 회장이 타이어 몰드 단가 인하 정책을 통해 MKT에 자금을 몰아주는 과정에서 한국타이어 법무팀·구매팀·기획팀 등이 지속적으로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법무팀은 MKT와 다른 협력사가 동일한 타이어용 몰드를 공급하는데도 다른 협력사 거래단가만 인하한 것은 계열사 지원행위가 될 가능성이 높고 법적 리스크가 크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구매팀 역시 발주 몰드가 품질 측면에서 차별성이 없는데 타 협력사 단가만 인하한 건 공정거래법에 위반돼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건의했다.

실무팀은 △단가 인하 없음 △일률적 단가 5% 인하 △일률적 단가 10% 인하 △일률적 단가 15% 인하라는 4개 안을 보고했다. 실무팀은 일률적 단가 15% 인하 안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안들 가운데 한국타이어에는 가장 불리하고, MKT에는 가장 유리한 안을 조 회장이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MKT에 대해 한국타이어는 50.1%, 조 회장은 29.9%, 조 회장의 형 조현식 부회장이 20%의 지분을 각각 확보하고 있다.

조 회장의 첫 재판은 오는 21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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