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시험 중 응시자 사망한 산불감시원 체력검정…강원도의회 “기준 완화 필요”

산불감시원 채용 전형 중 응시자들이 체력 검정을 실시하는 장면. 세계일보 자료사진

 
최근 몇 년간 전국 일부 지역 산불감시원 채용시험 중 체력 검정 과정에서 응시자들의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산림청이 채용 규정을 완화했지만, 시험을 실시하는 일부 지자체에서는 여전히 고강도 체력 검정을 실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정호 강원도의원(국민의힘)은 강원도산불방지센터로부터 ‘2023년 산불감시원 채용 현황 및 기준’을 제출받아 5일 공개했다.

강 의원이 공개한 센터 측 자료에 따르면, 8개 시·군 중 춘천, 강릉, 태백 등 8개 지자체는 산림청의 채용기준 완화 후 체력 검정을 실시하지 않고 있었지만, 원주와 동해 등 10개 지자체는 전형 과정에 체력 검정을 여전히 포함시키고 있었다.

특히 동해시의 경우 ‘스쿼트’ 등 고강도의 체력 검정을 실시하고 있었다.

동해시가 실시중인 체력검정 기준에 따르면, 응시자는 15㎏ 규모의 등짐펌프를 착용한 채 140m 거리를 2회 왕복해야 한다. 이를 5분30초 내 완료하면 40점의 가점을 받고, 5분40초 이내는 30점, 5분 50초 이내는 20점을 받는다. 5분50초를 초과하면 10점이 부여된다.

아울러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스쿼트’도 30회 실시해야 했다. 1분 이내에 30회를 완료하면 가점 20점을 받으나, 2분 이상이 걸리면 가점이 부여되지 않는다.

15㎏ 등짐펌프 착용 후 거리를 왕복하는 전형은 동해를 비롯해 속초(400m), 횡성(800m), 영월(1㎞), 정선(1㎞), 철원(400m), 고성(400m) 등 7개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었다.

일부 지자체의 이러한 고강도 체력검정 합격 조건에 대해 강 의원은 “감시원 채용 과정에서 다수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산림청의 기준이 완화됐음에도, 산림청이 제시한 기준보다 엄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전국 일부 지역에서는 산불감시원 채용시험 체력검정 과정 중 응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었다.

지난해 11월 대구에서는 산불감시원 채용에 응시해 체력검정을 치른 60대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66세였던 이 응시자는 15㎏ 중량의 등짐펌프를 메고 500m 거리를 13분 만에 다녀온 뒤 휴식을 취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아울러 2021년 1월에도 전북 장수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2020년 경남 창원과 울산, 경북 군위 등에서도 역시 체력검정 중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이에 산림청은 15㎏ 등짐펌프를 착용하고 30분만에 주파해야 하는 거리를 2㎞에서 1㎞로 완화하는 한편, 빠른 도착 시간에 따른 가점도 없애는 등 관련 규정을 일부 완화했다.

이러한 산림청의 조치에 강원 지역 대부분의 지자체는 전형 거리를 줄였지만, 동해의 경우 빠른 도착시간에 따른 가점 배점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었다.

강 의원은 “진화대와 다르게 예방·홍보가 주 업무인 감시원에게 과도한 체력시험을 요구하는 방식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평창은 ‘1.2㎞ 달리기’ 전형을 실시하고 있었고 화천은 ‘600m 걷기’를 시행중이었다. 원주의 경우 ‘기초체력 검정’으로 명시했을 뿐 구체적인 검정 방법은 기재하지 않았다.

정재우 온라인 뉴스 기자 wamp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