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갈등으로 유산까지”…100억원대 아파트 잔혹사

게티이미지

 
100억원대에 거래되는 초고가 아파트에서 벌어진 입주민 간 층간소음 갈등이 형사 사건으로 번진 일이 알려졌다.

서울 용산구 H 아파트에 사는 A씨(49)의 아랫집에 B씨(43)가 이사를 오면서 층간소음 갈등이 생겼다고 5일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B씨는 A씨 가족의 ‘쿵쿵’ 울리는 발소리 때문에 자신의 가족이 힘들어한다고 관리사무소와 인터폰 등을 통해 수차례 항의했다. ‘조용히 해달라’는 메모지를 A씨 현관 앞에 붙였으며, A씨 집에 직접 찾아가 따진 것도 5차례 이상이다.

그러던 지난해 10월 1일 결국 문제가 터졌다. 오전 6시52분쯤 B씨가 30㎝길이의 고무망치로 A씨 집 현관문을 쾅쾅 두드린 것이다. 층간소음이 심각하다며 소리치는 B씨를 A씨와 아내가 말려봤지만 소용없었다. B씨는 “사람 우습게 본다”, “당신 아이들의 발을 잘라버리겠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A씨의 두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다고 한다.

A씨는 결국 경찰에 신고했고, B씨는 특수협박 및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을 구형받은 상태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B씨가 항의할 때마다 사과했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했다. 안방과 창고를 제외한 집 안 곳곳에 2.3㎝ 두께의 소음 방지용 장판을 깔았고, 온 가족이 슬리퍼를 신은 채 까치발을 들고 다녔다는 것이다.

A씨는 “아내가 최근 쌍둥이를 임신했는데 그중 한 아이가 유산됐다”며 “한국에서 가장 비싼 집 중 하나에서 층간소음(그로 인한 갈등에 따른 스트레스로)으로 아이를 잃었다. 빠른 시일 내로 이민을 갈 예정”이라고 매체에 토로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자료를 보면 층간 소음 상담 건수는 2019년 2만6257건에서 2022년 4만393건으로 3년 동안 1만4136건 늘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는 공동 주거 공간의 특성상 층간소음 문제를 근원적으로 방지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한다.

한편 최근 전남 목포에서도 한 남성이 윗집에 층간소음을 항의하러 갔다가 커튼봉으로 추정되는 쇠파이프로 주방 가구를 부수고 윗집 주민을 폭행해 구속됐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