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먼저 찾아온 봄꽃, 지독해진 산불…데이터로 살펴보니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은 봄꽃 맞이 나들이 다녀왔나요? 이미 지난 주말부터 봄꽃을 맞이하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SNS에 가득하더라고요. 봄을 맞이하는 설렘 가득한 마음이 랜선 넘어서까지 전해지는 듯합니다. 어제 식목일에는 단비가 내리면서 일찍 폈던 봄꽃들이 어느새 꽃비가 되어 내렸습니다. 여의도 벚꽃축제는 이제 막 시작했는데 아쉽게 됐어요. 그래도 4년 만에 열린 진해군항제에는 일찍이 3월 25일부터 열흘간 진행되었는데 역대 최다 인파가 모이면서 축제를 마무리했더라고요.
오늘 마부뉴스엔 봄날의 꽃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른 개화를 맞이한 봄꽃과 또 하나의 꽃은 불꽃입니다. 한반도를 괴롭혔던 봄날의 불청객 산불 이야기를 함께 해보려고 합니다. 봄꽃과 불꽃이 함께 찾아온 봄날,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너무나도 일찍 찾아온 봄날의 꽃
그중 마부뉴스가 주목한 건 계절관측 자료입니다. 계절관측 자료를 보면 계절의 빠르고 늦음을 지역별로, 연도별로 비교해 볼 수 있죠. 기후변화의 추이를 총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전국의 각 관측소에서 기상청의 관측자 분이 식물이나 동물, 기후계절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것들을 관측합니다. 이를테면 벚나무의 경우엔 서울에선 서울기상관측소에 있는 왕벚나무가 꽃을 피우면 개화 데이터에 등록하는 식인 거죠.
위의 데이터는 1922년부터 2023년까지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의 서울 관측소의 봄꽃 개화 데이터를 나타낸 겁니다. 개나리, 진달래, 벚나무의 개화 시점을 라인 그래프로 그려봤어요. 중간중간 빈 녀석들이 보일 텐데 이 경우는 외부 요인으로 인해 관측을 수행하지 못한 경우라고 해요.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과거에 비해 최근 들어 그 개화 날짜가 앞당겨지는 게 보일 겁니다.
올해 벚꽃의 개화 시점은 3월 25일. 지난해보다 10일이나 빨랐고 평년 수치보다 2주 빠른 개화였어요. 100년 치 데이터 안에서 보면 2021년 3월 24일 이후 역대 2번째로 빠른 시점입니다. 가장 오래된 데이터, 1922년 자료를 보면 벚꽃은 4월 14일에 개화했는데 상당히 빨라진 거죠. 개나리와 진달래는 1922년 데이터는 없지만 1923년과 올해를 비교하면 두 봄꽃 모두 확실히 개화 시점이 빨라졌어요. 진달래는 1923년 4월 14일에서 2023년 3월 19일로 거의 1달 가까이 앞당겨졌어요.
이른 봄을 맞이하는 지구촌 사람들
저 멀리 미국의 상황은 어떨까요? 미국 역시 이른 봄을 맞이했습니다. 워싱턴 D.C.의 2023년 1월 평균기온은 45.2°F, 섭씨로 표현하면 7.33℃ 였어요. 평년보다 7.7°F 높은 수치입니다. 섭씨, 화씨 왔다 갔다 하면 복잡하니까 지금부터는 섭씨로 표현해서 정리해 볼게요. 왜 미국은 여전히 화씨와 야드파운드 법을 사용하는 걸까요…? 여튼 올해 1월 워싱턴 D.C.의 날씨는 8.9℃ 를 기록한 1950년과 1932년 정도를 제외하면 가장 따뜻한 1월이었습니다.
그 영향으로 알레르기 환자들이 크게 고생했죠. 알레르기 환자들의 적, 바로 꽃가루 아니겠어요? 올해 미국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겨울 온도의 영향으로 역사상 가장 빠르고 강력한 꽃가루 습격이 발생했습니다. 1㎥에 500개에 육박하는 꽃가루가 측정된 시점이 올해 2월 8일이었는데, 2월 8일은 2001년부터 기록된 꽃가루 데이터 중 세 번째로 빠른 날이었죠. 2020년과 2017년에도 2월 초에 이례적으로 높은 꽃가루가 기록되었는데, 최근 들어 그 추세가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들에게 이른 봄은 최악이겠지만 꽃을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 입장에선 크게 나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태학적으로 보면 봄꽃의 이른 개화는 좋은 일은 아닙니다. 우선 꽃이 너무나도 중요한 벌이나 나비 같은 꽃가루 매개 곤충에게 큰 영향을 주거든요. 벚꽃이 평소보다 일찍 꽃을 피우면 벌과 나비와의 타이밍이 맞지 않을 수 있잖아요. 그렇게 되면 수분 매개 곤충의 생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죠.
봄이면 찾아오는 불청객 불꽃, 산불
참고로 4월 2일 하루에만 24건의 산불이 일어났는데, 이 수치는 역대 하루 산불건수 3위를 기록할 정도였습니다. 1위는 2002년 4월 5일에 발생한 63건의 산불이었고, 2위는 2000년 4월 5일에 발생한 50건입니다. 공교롭게도 역대 하루 산불 발생 1, 2위가 모두 나무를 가꾸자고 기념하는 식목일이라는 건 가슴 아픈 일입니다.
이번 산불에서 100㏊ 이상의 피해를 입힌 대형 산불이 난 곳은 모두 5곳이나 됩니다. 충남 홍성, 금산 및 대전 지역, 전남 함평, 전남 순천, 경북 영주 등… 3일 동안 대형산불이 전국에 걸쳐 5곳에서나 발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죠. 다행히 이번 산불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시설 95개소가 피해를 입었고 산림 3,091㏊가 불타버렸습니다.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와 유관부처, 기관들이 협력을 다해 노력했습니다. 그 와중에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골프연습장으로, 또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술자리에 가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죠. 정부는 산불피해를 입은 지역 중에 특히 피해가 심한 10개 시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습니다.
산불이 발생한 이유는 봄꽃이 이르게 폈던 것과 비슷합니다. 일단 다른 때보다 기온이 높았다는 게 있죠. 거기에 건조하다는 조건이 더해지면 산불이 발생할 위험성이 크게 올라갑니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강수량을 살펴보면 전국 평균 85.2㎜로 예년 강수량(120.6㎜)에 크게 못 미쳤거든요. 게다가 강한 바람이 불어 산불이 급속히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던 거죠. 한 번 위의 그래프를 봐볼까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천천히
조금 더 데이터를 넓혀보겠습니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동안의 산불 발생 데이터를 연평균으로 살펴보면, 한 해 평균 발생하는 산불 536.8건 중 230.6건을 제외한 306.2건이 사람들 때문에 발생한 산불입니다. 전체 산불 중 57.0%로 절반이 넘죠. 그중 절대다수가 입산자의 실수였고요. 이런 것부터 제대로 관리가 되어야 할 겁니다. 엄중한 처벌도 필요할 거고 산에서는 불이 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게 조심 또 조심해야 할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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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민 기자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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