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먼저 찾아온 봄꽃, 지독해진 산불…데이터로 살펴보니

안혜민 기자 2023. 4. 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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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뉴스] 여러분은 봄날의 꽃을 좋아하나요?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은 봄꽃 맞이 나들이 다녀왔나요? 이미 지난 주말부터 봄꽃을 맞이하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SNS에 가득하더라고요. 봄을 맞이하는 설렘 가득한 마음이 랜선 넘어서까지 전해지는 듯합니다. 어제 식목일에는 단비가 내리면서 일찍 폈던 봄꽃들이 어느새 꽃비가 되어 내렸습니다. 여의도 벚꽃축제는 이제 막 시작했는데 아쉽게 됐어요. 그래도 4년 만에 열린 진해군항제에는 일찍이 3월 25일부터 열흘간 진행되었는데 역대 최다 인파가 모이면서 축제를 마무리했더라고요.

오늘 마부뉴스엔 봄날의 꽃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른 개화를 맞이한 봄꽃과 또 하나의 꽃은 불꽃입니다. 한반도를 괴롭혔던 봄날의 불청객 산불 이야기를 함께 해보려고 합니다. 봄꽃과 불꽃이 함께 찾아온 봄날,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독자 여러분은 봄날의 꽃을 좋아하나요?
 

너무나도 일찍 찾아온 봄날의 꽃

아마 독자 여러분도 이번 봄꽃이 특히 일찍 폈다는 게 체감 됐을 겁니다. 마부뉴스가 얼마나 개화가 빨랐던 건지 한 번 데이터로 그 정도를 확인해 봤어요. 활용할 데이터는 기상청의 기상자료개방포털 자료입니다. 여기선 날씨데이터를 언제, 어디서, 누구든지 찾을 수 있거든. 포털에 들어가면 100년이 넘는 기후 통계를 확인할 수 있어요.

그중 마부뉴스가 주목한 건 계절관측 자료입니다. 계절관측 자료를 보면 계절의 빠르고 늦음을 지역별로, 연도별로 비교해 볼 수 있죠. 기후변화의 추이를 총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전국의 각 관측소에서 기상청의 관측자 분이 식물이나 동물, 기후계절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것들을 관측합니다. 이를테면 벚나무의 경우엔 서울에선 서울기상관측소에 있는 왕벚나무가 꽃을 피우면 개화 데이터에 등록하는 식인 거죠.
 


위의 데이터는 1922년부터 2023년까지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의 서울 관측소의 봄꽃 개화 데이터를 나타낸 겁니다. 개나리, 진달래, 벚나무의 개화 시점을 라인 그래프로 그려봤어요. 중간중간 빈 녀석들이 보일 텐데 이 경우는 외부 요인으로 인해 관측을 수행하지 못한 경우라고 해요.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과거에 비해 최근 들어 그 개화 날짜가 앞당겨지는 게 보일 겁니다.

올해 벚꽃의 개화 시점은 3월 25일. 지난해보다 10일이나 빨랐고 평년 수치보다 2주 빠른 개화였어요. 100년 치 데이터 안에서 보면 2021년 3월 24일 이후 역대 2번째로 빠른 시점입니다. 가장 오래된 데이터, 1922년 자료를 보면 벚꽃은 4월 14일에 개화했는데 상당히 빨라진 거죠. 개나리와 진달래는 1922년 데이터는 없지만 1923년과 올해를 비교하면 두 봄꽃 모두 확실히 개화 시점이 빨라졌어요. 진달래는 1923년 4월 14일에서 2023년 3월 19일로 거의 1달 가까이 앞당겨졌어요.

직년 3월의 평균 기온은 7.7℃였습니다. 올해는 그보다 더 따뜻해졌죠. 9.4℃였습니다. 3월의 평균 기온, 최저 기온 모두 작년보다 올해 더 높았습니다. 올해 3월 평균기온은 15.6℃로 작년보나 2.9℃나 올랐죠. 2월도 마찬가지입니다. 2월 평균기온은 평년과 비교했을 때 1.7℃나 높았거든요. 게다가 일조시간도 28.9시간 많았습니다. 딱 꽃 피기 좋은 상황이었던 거죠. 그 영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른 날씨에 봄나들이를 할 수 있었던 거고요.
 

이른 봄을 맞이하는 지구촌 사람들

봄꽃의 이른 마중이 우리나라만의 상황은 아닙니다. 벚꽃 하면 떠오르는 일본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아래 그래프는 일본 교토의 벚꽃 만개 시점을 나타낸 겁니다. 그런데 데이터가 좀 독특하죠? 데이터의 시작이 무려 800년대부터 있다는 사실! 이 데이터는 오사카부립대학의 연구원 Yasuyuki Aono의 자료인데, 과거 역사서에 적혀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9세기부터 오늘날까지의 교토의 벚꽃 만개 시점을 정리했다고 합니다. 2021년 교토 벚꽃의 만개 시점은 3월 26일. 9세기 이래로 1200년 만에 가장 이른 날짜에 교토 벚꽃이 활짝 폈어요. 이전 기록은 1236년, 1409년, 1612년의 3월 27일이었는데 그 기록을 갈아치운 거죠.
 

저 멀리 미국의 상황은 어떨까요? 미국 역시 이른 봄을 맞이했습니다. 워싱턴 D.C.의 2023년 1월 평균기온은 45.2°F, 섭씨로 표현하면 7.33℃ 였어요. 평년보다 7.7°F 높은 수치입니다. 섭씨, 화씨 왔다 갔다 하면 복잡하니까 지금부터는 섭씨로 표현해서 정리해 볼게요. 왜 미국은 여전히 화씨와 야드파운드 법을 사용하는 걸까요…? 여튼 올해 1월 워싱턴 D.C.의 날씨는 8.9℃ 를 기록한 1950년과 1932년 정도를 제외하면 가장 따뜻한 1월이었습니다.

그 영향으로 알레르기 환자들이 크게 고생했죠. 알레르기 환자들의 적, 바로 꽃가루 아니겠어요? 올해 미국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겨울 온도의 영향으로 역사상 가장 빠르고 강력한 꽃가루 습격이 발생했습니다. 1㎥에 500개에 육박하는 꽃가루가 측정된 시점이 올해 2월 8일이었는데, 2월 8일은 2001년부터 기록된 꽃가루 데이터 중 세 번째로 빠른 날이었죠. 2020년과 2017년에도 2월 초에 이례적으로 높은 꽃가루가 기록되었는데, 최근 들어 그 추세가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들에게 이른 봄은 최악이겠지만 꽃을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 입장에선 크게 나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태학적으로 보면 봄꽃의 이른 개화는 좋은 일은 아닙니다. 우선 꽃이 너무나도 중요한 벌이나 나비 같은 꽃가루 매개 곤충에게 큰 영향을 주거든요. 벚꽃이 평소보다 일찍 꽃을 피우면 벌과 나비와의 타이밍이 맞지 않을 수 있잖아요. 그렇게 되면 수분 매개 곤충의 생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죠.

이 영향은 다른 종에게도 연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곤충과 과일을 먹이로 삼는 철새 입장에서 때마다 있던 먹이가 이미 사라져 버린다면 번식과 새끼를 기르는 데 지장을 줄 수밖에 없잖아요. 봄꽃의 이른 개화 하나가 불러일으키는 나비효과가 전체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는 겁니다.
 

봄이면 찾아오는 불청객 불꽃, 산불

날이 따뜻해진 봄날에 찾아온 또 다른 꽃이 있으니 바로 불꽃. 봄철 불청객 산불 때문에 전국이 고생을 했죠. 다행히 식목일에 전국에 걸쳐 단비가 내리면서 산불 재발을 막을 수 있게 되면서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일단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전국 곳곳에서 모두 53건의 산불이 발생했어요. 3일간 발생한 53건의 산불은 역대 같은 기간 동안 가장 많은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기록되었죠.

참고로 4월 2일 하루에만 24건의 산불이 일어났는데, 이 수치는 역대 하루 산불건수 3위를 기록할 정도였습니다. 1위는 2002년 4월 5일에 발생한 63건의 산불이었고, 2위는 2000년 4월 5일에 발생한 50건입니다. 공교롭게도 역대 하루 산불 발생 1, 2위가 모두 나무를 가꾸자고 기념하는 식목일이라는 건 가슴 아픈 일입니다.

이번 산불에서 100㏊ 이상의 피해를 입힌 대형 산불이 난 곳은 모두 5곳이나 됩니다. 충남 홍성, 금산 및 대전 지역, 전남 함평, 전남 순천, 경북 영주 등… 3일 동안 대형산불이 전국에 걸쳐 5곳에서나 발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죠. 다행히 이번 산불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시설 95개소가 피해를 입었고 산림 3,091㏊가 불타버렸습니다.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와 유관부처, 기관들이 협력을 다해 노력했습니다. 그 와중에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골프연습장으로, 또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술자리에 가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죠. 정부는 산불피해를 입은 지역 중에 특히 피해가 심한 10개 시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습니다.
 


산불이 발생한 이유는 봄꽃이 이르게 폈던 것과 비슷합니다. 일단 다른 때보다 기온이 높았다는 게 있죠. 거기에 건조하다는 조건이 더해지면 산불이 발생할 위험성이 크게 올라갑니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강수량을 살펴보면 전국 평균 85.2㎜로 예년 강수량(120.6㎜)에 크게 못 미쳤거든요. 게다가 강한 바람이 불어 산불이 급속히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던 거죠. 한 번 위의 그래프를 봐볼까요?

X축에는 연도별 강수일수가, Y축에는 연도별 평균기온이 그려져 있습니다. 2010년 이후 빨간색으로 표시된 해를 보면 일단 고온에, 최근 들어선 강수일수가 적은 건조한 환경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2사분면에 최근 연도가 몰려있으니까요. 강수량 자체는 과거보다 늘어났습니다. 마부뉴스에서도 몇 번 다루었지만 물폭탄으로 난리가 났던 기억이 있잖아요. 최근 30년 연평균 강수량은 과거 30년에 비해 135.4㎜ 늘어났습니다. 반면 강수 일수는 21.2일이나 줄어들었죠. 즉 비가 한 번 내릴 때의 강수 강도는 세졌지만 비가 안 오는 날이 늘어났다는 겁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천천히

화마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산불은 한 번 발생하면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자연재해입니다. 산불을 진압하는 게 사실 너무나 어려운 일이거든요. 소방관들이 활동하기도 어렵고 불에 취약한 나무와 낙엽들이 도처에 깔려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건 아닙니다. 올해 4월 5일까지 발생한 산불의 원인을 분석해 보면 입산자의 실수로 발생한 화재가 40건, 쓰레기를 소각하면서 발생한 산불이 52건, 담뱃불로 시작된 게 22건, 주택화재가 산불로 이어진 게 21건이나 되거든요. 우리가 조금만 조심했다면 전체 381건 중 135건의 산불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던 거였죠.

조금 더 데이터를 넓혀보겠습니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동안의 산불 발생 데이터를 연평균으로 살펴보면, 한 해 평균 발생하는 산불 536.8건 중 230.6건을 제외한 306.2건이 사람들 때문에 발생한 산불입니다. 전체 산불 중 57.0%로 절반이 넘죠. 그중 절대다수가 입산자의 실수였고요. 이런 것부터 제대로 관리가 되어야 할 겁니다. 엄중한 처벌도 필요할 거고 산에서는 불이 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게 조심 또 조심해야 할 거고요.

설령 불이 나더라도 불이 안 번질 수 있게 관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과거엔 우리나라에서 산을 복구한다고 하면 침엽수를 심어 왔어요. 토양이 황폐하더라도 소나무 같은 침엽수들은 잘 자라니까 많이 심었던 거죠. 2020년 기준 산림 면적을 살펴보면 전체 면적 중 침엽수의 면적이 활엽수보다 더 넓습니다. 그런데 이 침엽수가 너무 불에 잘 탄다는 특징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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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민 기자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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