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우리는 왜 임영웅을 사랑하는가’

성정은 스타투데이 기자(sje@mkinternet.com) 2023. 4. 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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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 음악세계와 보컬 분석
신간 ‘우리는 왜 임영웅을 사랑하는가’. 제공|한스미디어
가수 임영웅 신드롬은 최근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트로트 오디션에서 ‘진’의 왕관을 쓰며 우승한 임영웅은 역설적으로 트로트에 대한 선입견을 깨며 아이돌 그룹 부럽지 않은 팬덤을 몰고 왔다.

임영웅이 이처럼 어마어마한 인기를 끄는 이유를 남다른 음악 세계와 보컬에서 찾은 책, ‘우리는 왜 임영웅을 사랑하는가’(글 조위, 한스미디어)가 출간됐다.

임영웅은 2020년 방송된 TV조선 ‘미스터트롯’에서 우승하며 단숨에 국민가수가 됐다. 당시 부른 ‘바램’과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로 시청자들 마음을 사로잡더니, 드라마 OST ‘사랑은 늘 도망가’와 첫 정규 앨범 ‘아임 히어로(IM HERO)’를 차례로 발표한 뒤 전 국민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임영웅에 대한 중장년층의 지지는 놀라울 정도다.

저자 조위는 이를 ‘임영웅 현상’으로 지칭하고 어떤 사회·문화적인 배경 아래 임영웅 신드롬이 구축됐는지 분석한다. 또 6인의 음악 전문가와 인터뷰를 통해 임영웅 보컬의 특징과 매력을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왜 같은 노래라도 임영웅이 부르면 다르게 느껴지는지, 임영웅의 노래는 왜 트로트뿐 아니라 여러 장르를 자유롭게 오가는 데 어색하지 않은지 전문가 분석을 곁들여 입체적으로 살핀다.

저자는 임영웅이 ‘경계 허물기’를 통해 장르를 재정의함으로써 신파와 통속이 아닌 다른 요소에도 트로트나 발라드의 매력이 있음을 입증했다고 말한다. 신파와 통속이 지배하는 각 장르에 균열을 낸 뮤지션이란 점만으로도 임영웅은 위대한 뮤지션이라는 것.

저자는 “임영웅은 특유의 발성과 곡 해석으로 발라드와 트로트에서 신파와 통속을 거세함으로써 역으로 신파와 통속이 도달하고자 하는 감정의 시원을 더듬고 각 장르(특히 트로트)에 부족했던 우아미를 부여한다”고 강조한다.

또 저자는 “임영웅은 삶의 고통을 견디고 있는 이들의 고립, 단절, 불안을 위무하는 가수”라고 평하며 “임영웅 팬덤은 노래로 삶의 질을 유의미하게 개선한 수많은 팬이 모여 만들어졌기에, 그 어느 팬덤보다 결속력이 단단하다”고 봤다.

임영웅. 제공|물고기뮤직
성악가 조용갑, 행사기획자 박성화, 트로트 가수 김완준, 기타리스트 김세황,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 작곡가 권노해만의 임영웅 분석 인터뷰도 흥미롭다.

‘동양의 파바로티’로 불리는 유명 테너 조용갑은 임영웅의 노래가 저음 파트에서도 무게감을 동반하는 이유나 다른 가수의 노래보다 따뜻하고 깊이 있게 들리는 이유를 완벽한 호흡에서 찾는다. 남다른 호흡을 통해 강력함과 부드러움을 겸비하는 경지에 올랐다고 조용갑은 말한다.

박성화는 임영웅의 보컬에 대해 “워낙 부드러운 덕분에 친숙하게 들릴 수 있지만 임영웅 가수의 보컬엔 강한 개성이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모든 트로트 가수들을 통틀어도 그렇다”라면서 음색, 가창력, 곡 해석 능력, 다재다능한 무대 매너 등이 고루 어울려 불세출의 스타가 탄생했다고 말한다.

김완준은 임영웅 가수가 애잔한 노래를 부르며 의도적으로 숨소리를 내쉴 땐 숨소리마저 노래의 일부로 바뀐다면서 “간절함과 깊이를 숨소리로 획득하는 것이다. 소름이 돋는 경지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천지개벽 수준으로 보컬 역량을 높인 보컬리스트로서의 부단한 노력,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티스트로서의 마음가짐을 임영웅에게서 배운다고 했다.

넥스트 기타리스트 출신의 김세황은 한국에서 최고 자리에 오르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서 임영웅은 전 세계 최고를 논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김세황은 보컬의 주파수가 여러 악기의 주파수 대역과 어울릴수록 보다 완벽한 노래가 탄생하는데, 임영웅의 경우 다른 악기들과 호흡을 맞출 때 주파수 편성이 완벽하다고 말한다.

박지혜는 임영웅 가수의 가창력에 대해 ‘더 이상 기교가 들리지 않는 영웅적인 가창력’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임영웅이 기교마저 감출 수 있는 영웅적인 가창력에 도달하고, 팬덤 또한 자연스레 가수의 경지에 감화받는 방식으로 교감해 지금까지 보지 못한 차원의 팬덤 문화가 형성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노해만은 임영웅이 시대가 요구하는 트로트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말한다. 그는 임영웅의 장르의 경계를 통합해 허문 노래를 부른다면서 “흥미롭게도 이렇게 장르의 경계를 통합했음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장르의 경계를 허문 데서 그치지 않고 장르를 통합해 자기만의 것으로 완벽하게 소화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저자인 조위는 임영웅 팬들에게도 주목한다. 그는 “임영웅 가수의 팬들을 보면 뭉클하다. 무명 시절 군고구마를 팔면서도 자기보다 어려운 이웃을 헤아렸던 마음 따뜻한 가수를 닮았다”라면서 “가수에게서 받은 선한 영향력이 팬들의 왕성한 기부 활동으로 이어져 불운한 삶들에 윤기가 얹어지고 있다. 한 명의 팬이자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임영웅 가수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했다.

‘우리는 왜 임영웅을 사랑하는가’는 임영웅의 노래로 위안을 받은 수많은 팬들에게 보내는 연대의 헌사다. 왜 임영웅의 노래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게 되는 것인지, 어째서 임영웅은 그토록 특별한 가수인지 궁금증을 풀어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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