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안전협정체결 미루며 “남한 내 전술핵 철수” 압박한 北[외교문서 공개]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북한이 과거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 사찰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주한미군기지 사찰을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1992년 북한-IAEA(국제원자력기구) 간 핵안전조치협정 체결 등 30년이 경과한 외교문서 2361권(약 36만쪽 분량)을 원문해제 요약본과 함께 6일 일반에 공개했다.
1985년 12월 북한은 영변 원자로의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던 당시 NPT(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했다. NPT에 가입하면 180일 이내 핵안전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IAEA와 시작해야 한다. 핵안전협정체결은 NPT의 기본 협정으로 IAEA가 핵사찰 기능을 수행하는 근거가 된다. 협정핵안전조치협정은 협상이 개시된 일자로부터 18개월 이내에 발효돼야 하며, 협정을 체결한 나라는 자국의 모든 핵 관련 현황에 대해 최종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북한은 1990년 핵안전조치협정 체결 지연의 이유를 미국 측에 전가하고, 협정 체결의 전제 조건으로 미국의 핵 선제 불사용 보장 요구와 대미 직접 협상 개시를 촉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압박에 북한은 1991년 6월 진충국 북한 순회대사가 블릭스 당시 IAEA 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 협정 서명 의사를 통보하고, 최종 문안 확정을 위한 전문가 회담 개최를 제의했다.
같은해 9월 비엔나에서 개최된 IAEA 이사회에서 북한에 대해 핵안전협정의 조속한 서명과 비준, 이행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채택되자 북한은 “북한의 주권 침해”라며 “가까운 시일 내 핵안전협정의 서명 비준 의사가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기지에 배치된 단거리 전술핵무기 철수를 발표했으나, 북한은 10월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남한 내 핵무기 철수로 인한 핵위협 제거가 선결 요건”이라고 입장을 고수했다. 1991년 12월 북한을 방문한 스티븐 솔라즈 당시 미 민주당 하원의원에게 IAEA의 영변 핵시설 사찰과 자신들의 남한 내 미군기지 사찰을 요구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같은해 12월18일 “한반도에 핵무기가 전혀 없다”며 한국 내 핵부재 선언을 했고, 12월31일 남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채택하면서 한반도 내 전술핵무기는 철수됐다.
공동선언 한 달여만인 1992년 1월30일 북한과 IAEA는 핵사찰 대상에 영변 소재 시설을 포함하는 핵안전협정에 서명했다. 1992년 4월9일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비준을 심의하고 1992년 4월10일 핵안전협정 비준 및 IAEA 통보하면서 협정이 공식 발효됐다. 북한이 NPT에 가입한 지 6년 만이다.
북한은 1992년 5월4일 최초 핵물질 보고서를 IAEA에 제출했다. 총 16개 시설 중 준임계시설, 건설 중인 방사능화학연구소 및 계획 중인 원자력발전소(635MW급 3기)는 한국 측이 알지 못했던 새로운 시설이었다. 이에 대해 IAEA는 “방사능화학연구소는 그간 재처리 시설로 지목돼온 시설”이라며 “연구용이 아니라 대규모 용량의 재처리 시설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스 블릭스 당시 IAEA 사무총장은 1992년 5월11일부터 16일까지 북한을 방북해 핵시설을 사찰했다. 블릭스 사무총장은 영변 50MWe 실험용 원전, 50MWe 원전, 방사화학 실험실과 태천 200MWe 원전, 박천 및 평사 우라늄정련 시험공장 등 주요 시설을 시찰하고, 연형묵 정무원 총리, 최학근 원자력공업부 부장, 강석주 외무부차관 등을 면담했다.
당시 블릭스 사무총장은 “방사능 화학연구소는 완공되면 핵 재처리 시설”이라며 “이 연구소에서 1990년 극소량의 플루토늄이 추출됐으나 폭탄 제조용으로는 너무 부족한 양”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으며, 핵무기 개발까지 장비 면에서 부족해 몇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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