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조폭 수백명, 유명MC·野의원 화환까지...남산 특급호텔에 무슨 일
“어이 성남식구!”
“형님 오셨습니까, 형님”
이달초 서울 용산구 한남동 A호텔 정문 출입구에서는 덩치 큰 남성들이 ‘폴더 인사’와 함께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로비도 이런 사람들로 가득찼다. 정장에 팔(八)자 걸음, 남성용 핸드백 등 차림새와 행동도 비슷했고, 두 사람이 대화하면 반드시 한쪽은 마치 종결사처럼 말 끝에 “형님”을 붙였다. 목덜미까지 문신을 새긴 남자도 보였다. 모두 이날 이 호텔에서 열린 결혼식 하객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초청장 받은 사람이 1000명인데 태반이 조폭”이라고 했다. 이날 이곳에선 사복 경찰 10여명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 근무를 섰다.
이 호텔은 코로나 사태 전까지 젊은이들의 ‘핫플’이었고, 미국 정부 인사들이 방한 때 애용했던 유서깊은 호텔이다. 하지만 건달 출신 배상윤 회장이 이끄는 KH그룹에 2019년 말 넘어가면서 구설에 올랐다. 인수 과정에서 잡음이 일어 조폭들이 호텔에서 집단으로 난동을 부리다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해서다. 배 회장은 ‘신영광파’ 관련 사건에 휘말려 1998년 강도상해, 도검 소지, 상습도박, 공갈 등의 혐의로 징역 4년을 받은 바 있는 인물이다.
이 호텔은 올해 1월 새 인수자를 만났다. B자산운용은 KH그룹 측과 호텔 지분 100%를 양수양도하는 계약을 맺었다. 인수 규모는 7000억원 수준이었다. 이 소식에 호텔업계에서는 “드디어 A호텔과 조폭의 연이 끝났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A호텔 로비가 다시 ‘형님 군단’으로 가득 찬 것이다. 식장 입구엔 KH그룹 측이 보낸 화환까지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A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린 건 조폭 출신 C씨의 아들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과거 조폭이었으나 현재는 관리 대상이 아닌 사람”이라고 했다.
C씨는 조폭과의 관계도, 배 회장과의 관계도 부인했다. 그는 조선닷컴 통화에서 “내가 운동도 했고 사업도 하는 사람인지라 아는 사람이 많아서 벌어진 일일 뿐 조폭과는 관계가 없다”라며 “배 회장과는 아는 사이긴 하지만 이 호텔에서 결혼식을 한 이유는 지인들을 잘 모실 수 있어서였다. 배 회장과의 인연 때문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식장엔 은퇴한 민주당 다선 국회의원 D씨도 참석했다. D 전 의원은 “처조카의 결혼식이라 참석했다”며 “처남의 과거 때문에 조폭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온 것 같다. 나도 이 광경을 보자마자 화가 많이 났는데 좋은 날이라 뭐라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호텔이 조폭 때문에 논란이 된 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KH그룹이 이 호텔을 인수한 지 1년도 안 된 2020년 10월 수노아파 조직원 10여 명이 호텔로 몰려가 공연을 강제로 종료 시키고 소리를 지르며 손님들에게 위협을 가한 바 있다. “60억 원을 떼먹은 배 회장 나오라”는 등 소리를 치며 난동을 부렸다. 배 회장이 ‘조직폭력배들에게 위협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해 검찰은 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 관련 지난 2월까지 조직원 2명을 구속 기소했고, 범죄단체 조직 등의 혐의로 조직원 13명을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수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배 회장은 돌연 고소를 취하했는데, 검찰은 배 회장의 고소 취하 이유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배 회장은 하와이 등지에서 머물다 최근 베트남으로 근거지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귀국 여부는 알려진 바 없다.
한편 일각에선 올해 1월 A 호텔 매각이 ‘자전거래’ 아니냐는 의혹도 한때 제기됐다. 새로이 이 호텔을 인수하는 B자산운용의 상호에도 ‘블루’가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블루커넬, 블루비스타, 블루앤라이프, 블루나눔재단, 배 회장 딸의 영어 이름과 블루를 합친 클로이블루조합 등 KH그룹과 관계된 회사에는 블루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표면상으로만 양수양도계약일 뿐 배 회장이 계속 실소유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조선닷컴 취재에 따르면 배 회장은 파란색이 행운을 가져다 주는 색이라고 믿는다고 한다.
B자산운용 관계자는 “KH그룹과 우리 회사는 계약 관계일 뿐 아무 관련이 없다. 블루라는 단어가 상호에 들어간 것도 배 회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했다. B자산운용은 블루라는 단어가 상호에 들어간 이유에 대해 “프랑스 예술가 이브 클랭은 색의 본질을 파란색에서 찾았다. 연구를 거듭해 ‘인터내셔널 클랭 블루’라는 고유의 색을 창조했다”며 “B자산운용은 클랭이 변치 않는 블루 컬러를 찾아가는 과정과 닮았다”고 홈페이지에 써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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