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이 국가정책 소산이라는 이재명, 금융을 알고 한 말인가 [핫이슈]

김인수 기자(ecokis@mk.co.kr) 2023. 4. 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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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본질은 미래 돈을
현재로 옮기는 타임머신 기능
신용도 따라 이자 매기는
심사 기능 없인 작동 못해
국민에 1000만원 기본대출은
금융 망가뜨리자는 주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 첫 출발, 소상공인 새출발과 기본금융’ 토론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한주형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금융이란 특정 개인, 기업, 시장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국가 정책의 소산”이라고 했다.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러고는 이런 생각을 가진 이가 금융 정책을 펴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관치가 지금보다 훨씬 심해질 게 틀림없을 것이다. 금융을 국가 정책의 결과물로 보니 말이다. 개인과 기업, 시장은 뒷전이 될 것이다. 이런 금융에서 창의와 혁신이 나올 수 있을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금융은 인간이 만든 ‘타임머신’이라는 게 그 본질이다. 내가 미래에 벌 돈을 현재로 시간 여행시키는 기술이다. 그래서 지금 당장 그 돈을 쓸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주택 구입을 예로 들어보자. 금융이 없다면 나는 돈을 차곡차곡 쌓은 다음에라야 집을 살 수가 있다. 그러나 금융 덕분에 나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지금 당장 집을 살 수가 있다. 빌린 돈은 미래 소득을 쌓아 갚으면 된다. 결국 미래 소득, 다시 말해 미래의 돈을 현재로 가져와 집을 사는 셈이다. 그래서 금융을 타임머신이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이 대표에게 묻고 싶다. 이런 금융의 본질이 국가가 개발한 것이냐고 말이다. 인류 역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웅변한다. 금융의 역사는 5000년에 이른다.

금융이라는 타임머신은 은행의 심사 기능이 없이는 존재할 수가 없다. 은행은 돈 빌려 간 사람이 제대로 갚을 수 있는지 심사한다. 다시 말해 신용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갚기 힘든 사람에게 빌려주면 은행은 적자를 본다. 사람들은 그 은행을 불신할 것이다. 예금한 돈을 빼내 갈 것이다. 은행은 망하게 된다. 금융이라는 타임머신도 작동을 멈추게 된다. 그래서 은행은 신용도가 높은 이에게는 낮은 금리로, 신용도가 낮은 이에게는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이게 잘못됐다고 하면 은행의 심사 기능은 붕괴된다. 금융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이 대표는 그 심사 기능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는 “금융은 국가정책의 소산이기에 그 혜택은 모든 이들이 최소한 일정 부분을 함께 누릴 필요가 있다”면서 “능력 있는 사람들은 많은 돈을 저리·장기로 빌릴 수 있지만 능력이 부족한 이들에게는 고리의 이자를 부과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신용도와 상관없이 모든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자는 것이다. 신용도가 낮은 이들에게도 저리로 돈을 대출해주자는 것이다. 금융의 본질을 알면 이런 말을 이렇게 쉽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금융의 혜택이 더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필요하다. 담보 없이 신용도 평가만으로 대출이 나갈 수 있도록 심사 기능을 개선하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본대출이라는 이름으로 최대 1000만원씩 온 국민에게 정부 보증으로 돈을 빌려주겠다는 건 금융의 본질과 심사기능을 파괴하는 일이 될 것이다. 성인 인구가 4000만 명인데, 그 절반에게만 대출해준다고 해도 200조원이 필요하다. 이런 엄청난 돈을 도대체 누가 어디서 조달한다는 것인가. 정부가 은행 팔을 비틀어 정부 정책의 수단으로 쓰는 걸 당연시하는 금융 파괴 시대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해진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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