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동시 5곳 대형산불 … 최첨단 ICT 무장 ‘화마와의 전쟁’ 지휘

김창희 기자 2023. 4. 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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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림청 중앙산림재난 상황실
건조한 날씨·초속 15m 강풍에
사흘새 전국 53건 산불 잇따라
20여명 반원 초긴장 상태 주시
진화 헬기 카메라로 현장 중계
“합참 헬기지원 어떻게 됐습니까”
촌각 다투는 상황 쉴새없이 연락
관제시스템 14만여개 정보탑재
지리정보 등으로 확산경로 예측
공중·지상간 입체적 산불 진화

대전=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전국에서 동시다발 산불이 한창이던 지난 4일 오전 9시 정부대전청사 산림청 15층 중앙산림재난상황실. 임상섭 산림청 차장을 비롯한 20여 명의 상황실 반원들이 초긴장 상태로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모니터 위에는 ‘정확한 판단, 신속한 대응, 안전한 진화’라는 슬로건이 걸려 있다. 건조한 날씨와 초속 15m에 이르는 강풍의 영향으로 2일부터 사흘 새 대형 산불 5건 등 53건의 산불이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는 초유의 상황. 상황반원들은 벌써 3일째 토막잠과 피로해소 음료로 버티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상태다. 상황실은 산불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쟁터의 사령부를 방불케 했다.

지난 4일 산림청 중앙산림재난상황실에서 관계자들이 산불 진화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

충남 홍성 등 전국 5곳에서 피해 예상 면적 100㏊ 이상의 3단계 대형 산불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이곳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특히 사흘째 불길이 이어진 홍성 현장은 밤사이 불길이 커져 주민들의 추가 대피가 이루어지는 등 심각한 분위기다. 모니터에는 진화 헬기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산불 현장의 생생한 화면이 중계되고 있다. 버섯구름을 방불케 하는 거대한 연기가 산 전체를 뒤덮고 있고, 거센 불기둥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종수 산림재난통제관, 김창현 상황실장, 김만주 산불방지과장, 김정오 산불진화조사계장 등 이곳을 지키는 산림청 산불 진화 업무의 베테랑들은 연신 휴대전화를 붙잡고 현장의 일선 자치단체 공무원들에게 진화 작전을 독려하고 있다. “진화 호스가 깔린 곳에 우선 인력을 투입하고, 장비가 부족하면 농약 분무기 통에라도 물을 채워 투입하세요” “합참 헬기 지원 어떻게 됐습니까” “영주 현장 주불 잡혔습니다. 헬기 20대는 타지역 이동 배치합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인 만큼 쉴 새 없이 연락이 이어진다.

산림청 중앙산림재난상황실은 산불, 산사태 등 산림재난 상황에 대비해 1년 365일 24시간 연중 가동된다. 유사시 전국 300여 개의 소속·유관 기관, 지방자치단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상황실장을 필두로 통신요원, 상황실 요원 3개조(조별 3명)가 교대 근무하고, 비상시 협업체계를 가동한다.

산불대응은 크게 ① 발견 및 신고 ② 초기 대응 ③ 주불 진화 ④ 잔불 정리 및 뒷불 감시 ⑤ 피해 복구 단계로 진행되는데 상황실은 4단계까지 과정의 컨트롤타워를 맡는다.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첨단 장비들은 상황실의 원활한 작동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무기들이다.

산불 신고가 접수되면 산불 상황 관제시스템을 활용해 우선 기상 상황, 주변 보호 시설물, 담수지 등 현장 여건을 파악한다. 시스템에는 전국의 지리정보와 송전설비·문화재 등 14만6000개 정보가 탑재돼 있다. 산불 현장 영상 모니터링 시스템은 헬기, 드론, 지상 진화대원 차량 등에 장착한 카메라를 통해 현장 영상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 상황판단, 대응전략 수립에 활용한다.

산림청이 운영 중인 산불확산예측 시스템.

산불확산예측 시스템은 임상, 경사도, 풍향, 풍속, 습도 등 산불 발생 지역의 정보를 바탕으로 확산 경로를 예측해낸다. 산불영향권 주민들을 선제 대피시키고, 산불 진화자원(헬기·인력·장비 등)을 적절하게 투입해 진화를 전개한다. 산불 현장에서 가장 위력이 큰 헬기 지원을 위한 산림항공 지원시스템도 있다. 헬기 위치추적, 가용헬기 현황, 항적 등 헬기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주불 진화 단계에서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상황 반원들은 부여받은 임무에 따라 현장의 헬기, 드론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영상 등 현장 정보를 전송받는다. 이런 정보를 토대로 신속한 상황 판단을 통해 공중과 지상 간 입체적 산불 진화를 위한 진화 전략을 세우고 현장에 설치된 통합지휘본부와 소통하며 진화작업을 진행한다.

잔불 정리와 뒷불 감시 역시 중요하다. 특히 야간의 경우 열화상 드론을 이용해 열점·불씨를 확인하고 불씨가 남아있는 구역을 중심으로 진화 인력을 집중 투입하도록 한다.

산림재난상황실 근무자들은 소중한 숲을 지키기 위해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묵묵히 근무에 매진하고 있다. 최병선 주무관은 “지난해 3월 울진 삼척 산불 때는 열흘간 집에 못 가기도 했다”며 “산불 외에도 산림 사업과 관련된 각종 사건·사고에도 즉각 대응을 해야 해 늘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실 근무자들은 애환도 많다. 일부이긴 하지만 일선 자치단체의 안이한 산불 대응으로 속을 끓일 때도 있고, 연이은 과로로 수년 전에는 이곳 근무자가 순직하는 불상사까지 있지만 소중한 숲을 지키는 불침번이라는 사명감으로 격무를 버티고 있다.

김 상황실장은 “최근 기후변화로 각종 산림재난이 연중 발생하고 있으며 규모도 대형화되는 추세여서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산림재난 발생 초기에 정확한 정보와 신속한 판단으로 골든타임을 확보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 소중한 산림을 지키기 위해 최일선에서 업무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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