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외교문서 공개…정부, 1985년 비상사태·계엄령 존재 부인
기사내용 요약
미측 "주한미군, 통일 후에도 임무 있어"
"정치범·양심수, 계급 혁명 주도 범법자"
OECD옵저버 가입하며 "숨쉴 여유 필요"
盧, 日 무역 불균형에 "가까운 이웃인가"
[서울=뉴시스]최서진 기자 = 외교부는 생산 후 30년이 경과한 1992년도 문서 등 외교문서 총 2361권(약 36만여 쪽)을 6일 국민에게 공개했다.
문서에는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미국 및 유엔, 중국, 일본 방문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옐친 러시아 대통령, 미야자와 기이치 일본 총리 및 찰스 영국 왕세자 방한 등 정상간 교류 내용이 포함됐다.
1992년 11월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일본을 실무방문 형태로 당일 방문하면서 형식을 탈피해 회동이 가능한 '동반자적 한일 협력 관계 구축'을 중점 사항으로 뒀다.
일본과 정상회담 의제 조율 당시 일 측은 '한일관계'를 의제에 포함시키되 개별 현안 논의 피하는 것이 좋겠다고 언급했고, 우리 측에선 위안부 문제 등 현안 존재 사실만은 간단히 언급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1992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한국국제교류재단과 경향신문 공동 초청으로 방한해 판문점 시찰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출두 문제로 해외여행 금지 조치를 당해 방한이 취소된 사례도 있었다.
조시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둔 1990년 10월께 미 NSC 보좌관은 주미대사관 공사와의 면담에서 "남북관계 진전을 이유로 한미안보 및 협력 체제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 "주한미군은 독일의 경우에서처럼 통일된 후에도 수행해야 할 중요한 임무가 있을 것" 등을 언급했다.
1991년 8월 알리 아크바르 베라야티 이란 외무장관을 방한 초청하는 과정에서 이란 측이 방한 추진시 판문점을 경유해 북한도 동시 방문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한 사실도 확인됐다.
당시 외교부는 남북한 3통 실현의 견지에서 환영 의사를 밝혔으나, 안기부는 "북한이 그간 제3국인의 판문점 경유 북한 방문을 허용한 전례가 없다"며 "북한이 이 제의를 거부하면서 대남 모략 선전을 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해당 년도 방한은 무산됐으며, 결국 93년으로 방한 추진이 미뤄졌다.
정부는 1992년 1월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국제사회의 한국의 인권 문제 지적에 대한 대응 자료로 "정치범·양심수로 거론되는 자들은 모두 계급 혁명을 주도하거나 폭력시위, 불법 노사 분규를 조장하는 등 구체적인 범법행위를 자행함으로써 실정법을 위반한 범법자", "민주화 요구와 관련돼 구속된 사람들을 시국사범으로 부른 적은 있으나 1988년 12월 전면 사면 실시" 등의 논리를 준비했다.
특히 1985년 비상사태 선포 내역 조사에 대해 "현재까지 이같은 비상사태는 없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법무부는 87년 계엄령 등 비상조치 존재를 부인했다. 외교부는 이같은 입장을 국제사회에 전달하고 인권위원회에 보고서 수정을 요청했다.
민간 시민단체 주장이 이사회에서 거론된 경우 답변권을 불행사하고, 해당 문제가 집중 거론될 경우 오류를 지적하고 정부의 인권 보장 노력을 설명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같은 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무역위원회 옵서버 가입에 대한 국제사회 압박 관련 관련 정부의 고민도 문서를 통해 엿볼 수 있었다.
한국 정부는 OECD 가입 일정을 희망하면서, 지난 2~3년간 자율화와 개방화 급속 진행되면서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국제수지 적자 지속 등 과도기적 어려움으로 숨쉴 여유가 필요하다며 "OECD 활동은 점진적으로 추진될 것인 바 OECD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로 했다.
또 같은 해 대미국 경제 통상홍보 대책에서는 미국 클린튼 신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국의 "한국은 시장 개방 정도가 미흡하고, 각종 제도의 불투명성과 예측 불가능성으로 교역이 어려운 국가"라는 인식 관련 '제 2의 일본' 인식이 심어지는 것을 예방해야 함이 강조됐다.
한・일 무역불균형 시정 실천계획 관련 일본의 소극적 대응에 당시 노 대통령은 "우리가 일본에 기술 이전을 해달라고 사정해도 일본이 거부한다. 그러고도 일본이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냐 하는 생각을 한다"며 미야자와 총리의 국내정치 기반이 약한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공개된 외교문서 원문은 서초동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 열람실'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외교문서철 목록 및 수록 내용은 주요 도서관과 정부 부처 자료실 등에 배포된 '외교문서 공개목록', '대한민국 외교문서 요약집'(舊 외교사료해제집)과 외교사료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외교부는 1994년부터 외교문서 공개 규칙에 따라 총 30차례에 걸쳐 약 3만5100여 권(약 500만여 쪽)의 외교문서를 공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estj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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