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북한 문제에 "관심 없다"던 美… 지금은 "최우선"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미국 정부가 30년 전엔 북한의 핵개발 등 문제에 대해 "관심 없다"는 입장을 우리 정부에 직접 표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6일 외교부가 공개한 작성 후 30년이 지난 외교문서를 통해서다.
외교부가 이날 공개한 문서 중 지난 1992년 3월 노재현 당시 주중국대표부 대표가 이상옥 당시 외무부 장관 보고용으로 작성한 외교문서엔 미국의 '대북 무관심'으로 이해될 만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문서에 따르면 스태플턴 로이 중국 주재 미국대사는 당시 오찬에서 "일부 중국 인사들은 미국이 대북한 관계 개선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평가하는 것 같다"는 노 대표의 지적에 "실제로 미국 측은 대북 관계 개선에 큰 관심이 없다"고 시인했다.
그러자 노 대표는 "북핵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선 중국 측의 대북 설득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북핵 문제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제기되는 경우 중국의 입장이 가장 난처해질 것'이란 설득 논리를 갖고 미국 등 서방이 적극적으로 대중국 교섭에 나서는 게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노 대표와 로이 대사 간의 이 같은 대화 내용은 30년이 지난 지금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와 연이은 도발·위협에 한미 양국이 '굳건한 동맹' 기조 아래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과 크게 대비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영삼 정부가 출범하기기 전까지만 해도 북한 핵문제는 철저하게 남북 간 문제로 규정돼 있었다"며 "그러다 김영삼 정부 출범 뒤 우리 측에서 '미국이 북한 문제를 다뤄줬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하자 미 정부가 굉장히 놀랐단 얘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2021년 출범 이래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게 "미국의 최우선 과제"란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30년 전 미 정부는 북한의 핵개발이 이처럼 '심각한' 문제가 될지를 예측하지 못했단 얘기다.
이와 함께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엔 북한의 최중요 우방국인 중국이 30년 전에도 북한의 핵개발 중단 등을 위해 개입하는 데 '미온적' 태도를 취하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정황도 담겼다.
로이 대사는 노 대표의 '대중국 교섭' 요구에 "미국 측도 중국과 적극 교섭 중에 있으나, 중국은 늘 이 문제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며 '기다리자' 또는 '인내하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돼 있다.
로이 대사는 특히 사견임을 전제로 "중국은 북한에 어떤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설득코자 하는 것 같지 않다"며 "미국·일본 등이 앞장서 이런 역할을 수행토록 함으로써 중국 자신은 좀 더 편하게 행동하려는(make china easy) 것으로 생각된다"고도 말했다.
노 대표는 이 같은 대화 내용과 함께 이 장관에게 제출한 '당관 관찰'(개인 평가)에서 로이 대사 발언이 "'중국이 비록 공개적으로 말하진 않지만 실제론 수면 아래에서 대북 설득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란 (기존) 관측과는 다소 다른 견해였다"고 평가했다.
중국 당국은 북한이 작년 한 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8발을 비롯해 총 30여차례에 걸쳐 최소 70발의 탄도미사일을 쏘는 등 전례 없이 높은 빈도의 무력도발을 벌였음에도 러시아와 함께 안보리 차원의 공동 대응 논의에 번번이 제동을 거는 등 북한의 '뒷배'를 자처해왔다.
북한은 올 들어서도 벌써 2차례 ICBM을 쏘는 등 대미·대남 핵위협을 이어오고 있다.
아울러 이번 외교문서엔 30년 전 당시 중국 측 인사(주로 실무급) 다수는 "향후 한반도 통일은 한국 주도에 의한 '독일식 흡수 통일'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는 로이 대사의 전언도 실려 있었다.
그러나 현재 중국 당국은 북한 체제가 남한 체제에 흡수되거나, 북한 정권이 무너지는 방식의 통일엔 반대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2년 8월24일 발표한 '한중 수교' 공동성명 제5항에도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중략) 한반도가 한민족에 의해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을 지지한다"는 소위 '자주·평화 통일론'이 들어가 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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