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 후유증 수 년 가는데…가해자는 “이유 없이 장난으로”

2023. 4. 6.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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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피해자는 수 년 간 후유증을 앓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데, 가해 경험자들은 학폭 이유에 대해 절반 이상이 '장난이거나 특별한 이유 없다'고 답할 정도로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2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가해 학생 10명 중 6명이 학폭 이유로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라 응답한 것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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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개발원 2022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가해 경험 학생이 꼽은 학폭 이유 ‘장난, 이유없어’
“잘못 인지, 교육, 화해에 그만뒀다” 응답
지난 2월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게시판에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 아들의 학폭 가해 사실이 드러나 낙마한 정순 변호사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었다.[연합]

[헤럴드경제 도현정 기자]학교폭력 피해자는 수 년 간 후유증을 앓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데, 가해 경험자들은 학폭 이유에 대해 절반 이상이 ‘장난이거나 특별한 이유 없다’고 답할 정도로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2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가해 학생 10명 중 6명이 학폭 이유로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라 응답한 것으로 나왔다. 개발원은 지난 2022년 4월 1차 조사에 이어, 같은해 9월부터 10월까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의 학생을 대상으로 2차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참여한 13만2860명의 학생 중 학교폭력 가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1.7%인 2258명. 이 중 61.5%(1388명)가 학교폭력 가해 이유로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라 응답했다. ‘피해학생이 먼저 나를 괴롭혀서’ 학폭으로 응수했다는 답변이 34.3%로 뒤를 이었고, ‘피해학생과의 오해와 갈등으로’ 학폭을 가했다는 답변은 14.2%였다. ‘화풀이 또는 스트레스 때문에’를 이유로 꼽은 이들도 7.2%나 됐다.

학폭을 장난으로 치부하는 인식은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더 커졌다. 초등학교에서는 학폭 가해 이유로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없이’를 든 비중이 59.6%였다가 중학교에서는 68.5%, 고등학교는 66.2%로 올라갔다.

가해학생 뿐 아니라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교폭력 원인 조사에서도 66.4%가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를 들었다. 이 중 학폭 피해 경험이 있는 학생들은 62.6%가, 경험이 없는 학생 중에서는 66.5%가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 학폭이 발생한다고 답했다. 남학생은 68.2%가, 여학생은 64.5%가 이 같은 인식에 동의했다. 학폭 경험이 없는 경우에, 또 남학생의 경우가 학폭의 원인을 장난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더 많은 것이다.

앞서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학폭 피해자를 진료한 경험이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31.4%가 학폭 중단 후에도 피해자들이 수 년 동안 후유증을 앓았다고 답했다. 피해자는 학폭 중단 이후에도 수 년 간 고통을 겪는데, 가해자는 ‘장난’으로 치부할 정도로 그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가해 경험이 있는 학생들 중 초등학교에서는 82.3%, 중학교에서는 90.6%, 고등학교에서는 84.4%가 ‘현재는 가해를 그만뒀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괴롭히는 말과 행동이 나쁜 것임을 알게 되어서’(63.1%)라 답한 이들이 가장 많았다. 이어 ‘선생님과 면담하고 나서’(27.5%),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받고 나서’(27.0), ‘피해학생과 화해하고 친해져서’(24.9) 등의 순으로 답변이 나왔다. 학폭 대응책에서 교육과 관계회복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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