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테크’를 굳이 왜?…강세 전망에도 ‘엔화예금’ 매력 없는 까닭은[머니뭐니]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엔저’ 현상이 지속되며 투자자들의 눈 밖에 났던 엔화가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발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위험회피 자산을 찾는 사람이 늘자, ‘안전자산’ 엔화의 몸값이 치솟은 영향이다. 여기에 일본이 고수하는 ‘초저금리’ 통화 정책에도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며, ‘엔테크’에 대한 관심은 여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그러나 투자 전문가들은 환차익을 목적으로 한 엔화 투자의 매력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6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IBK기업)의 지난달말 기준 엔화예금 잔액은 7377억엔으로 지난 2월말(8085억엔)에 비해 700억엔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100엔당 1000원대를 넘어서지 못했던 원/엔 환율이 최근 1000원대에 가깝게 치솟으며, ‘환차익’을 노리고 엔화를 내다 판 보유자들이 늘어난 결과다.
꾸준히 바닥을 기고 있던 엔화 가치가 최근 ‘급등세’를 보인 것은 미국발 SVB 파산과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등 금융시장 불안에서 비롯됐다. 은행마저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과 함께 대안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급증한 것이다. 실제 100엔당 900원대 중반에 머물던 원/엔 환율은 SVB 사태가 발생한 지난달 중순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해, 이날 최고 999원대까지 올라선 상황이다.
심지어 엔화 가격이 오른 지금도 꾸준히 강세 전망이 나오며, ‘엔테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엔저’ 현상의 원인은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과 미국의 긴축 기조가 상반되며 미국과의 금리차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SVB 사태 이후 미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 초저금리 정책 기조의 변화 가능성도 대두되며, ‘엔화’의 가치 상승을 예측하는 목소리가 우세한 상황이다.
글로벌 은행들에서도 엔화 강세를 점치고 있다. 도이치뱅크의 투자 부문인 DWS 그룹은 최근 달러당 130엔 초반대에 형성된 엔화 가치가 1년간 달러당 125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달러당 120엔까지 9%가량 상승할 거라고 예측했다. 국제금융센터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SVB 사태와 미 연준 정책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에 따라 엔화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하반기부터 엔화 강세가 재개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놨다.
그러나 국내 투자 전문가들은 엔화예금을 포함한 ‘엔테크’의 매력도가 크게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실사용이나 ‘환차익’을 제외한 활용도가 낮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국내은행들에서 제공하는 엔화예금의 경우 이자수익이 거의 없다. 일본의 기준금리가 마이너스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5대 은행서 판매하는 달러 정기예금의 금리(1년 만기 기준) 4% 중반대로 책정된 것에 비추어 볼 때, 엔화는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하는 것과 다름없다. 일본 증시에도 투자할 수 있지만, 경기둔화 추세 등을 감안할 때 타 국가에 비해 성장 가능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한수연 우리은행 TCE강남센터 부센터장은 “일본 기준금리가 변동 기조를 보인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변동할지에 대한 확신은 누구도 할 수 없다”며 “환율은 방향성도 있지만 국가 경제의 힘을 믿고 투자를 하는 건데, 일본의 경제가 극적으로 좋아질 가능성은 작아 적극 권유하는 상품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기본적으로 엔화는 100엔당 950원 밑으로 내려가면 사고, 1000원이 넘으면 팔라고 권유하는 상품”이라며 “현재 1000원에 육박하는 환율에서 ‘엔테크’를 시도한다고 해서 큰 차익을 볼 수 있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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