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뚫지 못할 난관은 없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간”…70년 기업 만든 ‘SK 철학’

2023. 4. 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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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창업회장·선대회장 어록집 발간
사업보국·패기·인간중심경영·국가경쟁력
재계 대표기업 70년 역사의 DNA 조명
최태원 회장 “미래 디자인 동력될 것”
1967년 아세테이트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최종건 창업회장(왼쪽 다섯번째)과 최종현 선대회장(왼쪽 여섯번째) [SK 제공]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우리의 슬기와 용기로써 뚫지 못할 난관은 없으며 우리의 성실과 창의로써 이룩할 수 없는 목표도 없다.” (최종건 창업회장)

“기업경영에서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첫째도 인간, 둘째도 인간, 셋째도 인간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다룬다는 기본 원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최종현 선대회장)

SK그룹이 창립 70주년을 맞아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 형제의 어록집 ‘패기로 묻고 지성으로 답하다’를 6일 발간했다.

SK 70년 역사의 기틀을 만든 두 회장의 패기와 지성을 그들이 남긴 어록과 일화를 통해 조명하고 그 유지를 계승하자는 차원이다. 격동의 시대에 맨손으로 사업을 개척한 두 거목의 어록은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진 오늘날 위기 극복의 해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69년 최종건 창업회장(앞줄 왼쪽 첫번째)과 최종현 선대회장(앞줄 왼쪽 두번째)이 폴리에스터 원사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SK 제공]

최종건 창업회장은 1953년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공장에서 손수 부품을 주워 직기를 재조립했다. “구부러진 것은 펴고 끊어진 것은 잇는다”는 그의 한 마디에서 글로벌 SK 70년 역사는 시작됐다.

최종건 회장의 일생을 관통했던 기업관은 사명감이었다. 그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가 새겨진 인견 직물을 최초로 수출했고 우리나라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사명을 평생 실천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마음으로 일하라”고 강조했고 “회사의 발전이 곧 나라의 발전”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현 세대의 노력이 후대를 풍요롭게 한다고 그는 믿었다.

최종건 회장은 “사람은 돈으로 살 수 없다. 마음을 주고 사야 한다”며 발전만이 미덕인 시대에 사람의 가치를 존중하며 구성원의 복지 향상에 힘쓰기도 했다. 사람에 대한 애정은 그가 잿더미 속에서 선경직물을 일으킨 이유이기도 했다. 한글교실을 열어 임직원에게 직접 글을 가르친 것도 그들의 인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최종건 창업회장 어록 캘리그라피 [SK 제공]
최종현 선대회장(왼쪽)이 1981년 내한한 야마니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가운데)과 논의하는 장면. 2차 석유파동 당시 최 선대회장은 사우디와의 돈독한 관계를 바탕으로 장기 원유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위기를 돌파했다. [SK 제공]

1973년 창업회장의 유지를 이어받은 최종현 선대회장은 석유파동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맞닥뜨렸지만 “도전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고 외쳤고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뤄냈다. 최종현 회장의 미래를 보는 혜안과 과감한 결단은 SK의 도전정신으로 이어졌다. 이는 SK가 BBC(바이오·배터리·반도체)를 통해 미래 산업을 선도하는 원천이 됐다.

최종현 회장은 회사가 이윤만을 추구하던 1970년대 서양의 합리적인 경영이론과 동양의 인간 중심 사상을 결합해 SK 고유의 경영관리체계(SKMS)를 정립했다. 특히 “유(You)가 알아서 해”라는 어록처럼 자율성에 기반한 과감한 위임을 실천했다. “기업의 힘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고 믿었기에 생산성을 중시하던 시대에 출퇴근 카드를 없애며 자율적으로 업무할 수 있도록 했다.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 당시 비싼 값에 샀다는 여론이 일자 “우리는 회사가 아닌 미래를 샀다”며 산업 변화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자율·창의·경쟁을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 원리를 발전시키는 것이 나라를 살찌우는 근본”이라며 국가경쟁력 제고에도 힘썼다.

최종현 선대회장 어록 캘리그라피 [SK 제공]
폐암수술을 받은 최종현 선대회장(가운데)이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직전인 1997년 9월, 산소 호흡기를 꽂은 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해 경제위기 극복방안을 논의하는 모습 [SK 제공]

두 회장의 경영철학은 최태원 회장에게 이어졌다. 최 회장은 2021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추대됐을 때 “국가경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밝혔고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과 글로벌 경제협력 등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기업 포트폴리오를 과감하게 조정하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인재 양성에 힘쓰는 것도 SK 전통을 계승한 결과다.

최 회장은 발간사에서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의 삶과 철학은 단지 기업의 발전에 머무르지 않았고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향해 있었다”며 “선대의 도전과 위기극복 정신이 앞으로 SK 70년 도약과 미래 디자인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는 10개월에 걸쳐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록물 약 1만5000장을 분석해 대표 어록 250개를 선별했다. 1500여장의 사진 자료도 디지털로 복원해 170장을 담았다. 어록집은 대학·국공립 도서관과 SK 홈페이지에서 열람할 수 있다.

SK는 오는 7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주요 경영진만 참석한 가운데 그룹 창립 70주년 기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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