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내리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미리 가보니…
지구라는 행성에서 인류와 비인류 공존하는 방식과 근대주의와 서구문화 중심주의 탈피 주제의식 돋보여
[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노자 ‘도덕경’ 8장에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나온다. 이어진 말에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낮은 곳에 가기를 좋아하니 도에 가깝다’ 고 했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주제인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Sdft and Weak like Water)는 이 도덕경의 근본 사상을 차용하였다.
이숙경 예술감독은 "동시대의 현재 미술을 통해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의 모든 생물체의 공존의 방식과 조화와 통합과 서구중심의 예술이 왜 중심이어야 하는 의문을 던지고 싶었다" 고 말했다.
이어 "518 광주정신의 외현화를 예술은 어떻게 표현하는지, 그리고 지구라는 곳에서 벌어지는 탈식민주의와 다이아스포라를 조망하여 탈국가적 예술적 실천이 물의 이미지로 표현되는 방식을 보여주고자 했다" 며 이번 비엔날레의 큰 줄기를 소개하였다.
비엔날레 주전시관 입구를 들어가면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작가 불레베즈웨 시와니의 작품과 마주치게 된다.
어두운 공간에 펼쳐진 매듭으로 만든 조형물들과 함께 영상작품인 ‘영혼강림’이 큰 스크린으로 만나 볼 수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물, 동굴, 평야, 산, 숲에 깃든 영들을 통해 선주민들의 생활방식이 자연과 조화인데 현대사회가 이것의 균형을 무너뜨려 이를 회복해야 한다" 고 강조한다.
시와니의 방을 나오면 총 4개의 소주제로 공간이 나누어지는데 ‘은은한 광륜’, ‘조상의 목소리’, ‘일시적 주권’, ‘행성의 시간들’ 이 그것이다.
‘은은한 광륜’은 518 광주정신을 예술은 어떻게 표현하는가를 주제로 하고 있다.
멕시코에서 태어난 알리자 니센바움은 광주 극단인 ‘신명’과의 작업을 통해 518 당시 목숨을 잃은 사람들과 그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 가족을 잃은 슬픔과 일상 회복을 도우려는 마당극에 집중하여 작업을 한 작품을 전시한다.
같은 공간에 전시 중인 한국작가 엄정순의 ‘코없는 코끼리’는 관객들이 조형물을 만져보고 경험해 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작가는 시각장애인 학생들과의 작업으로 학생들이 촉각, 후각으로 느낀 코끼리를 표현한 조형물을 통해 세상을 인지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한다.
‘조상의 목소리’는 전통을 재해석하여 근대주의에 대해 회의적 시선을 가지고 탈국가적 방식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과타말라 작가 에드가 칼렐은 자신들의 조상들인 마야족의 세계관을 조명하면서 현재까지 지배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서구적 세계관에 의문을 제시한다.
칼렐은 이번 비엔날레에 선조들에게 돌 위에 과일과 채소를 올려놓고 바치는 설치작품인 ‘고대 지식 형태의 메아리’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우리가 올리는 제사상과 유사한 형태를 보여 인류가 가진 태초의 DNA의 기억공유를 생각하게 된다.
‘일시적 주권’은 식민주의 영향이 아직도 진행 중인 것에 대한 이야기로 선주민과 이주, 디아스포라에 얽힌 강제 이주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한국 작가 오석근은 ‘적산- 광주 01’이라는 작품에서 광주에 존재하는 적산가옥의 사진을 찍어 그것의 시대적 변용을 통해 시간과 기억을 탐구한다.
또, 눈길이 가는 작품으로 일본 작가 고이즈미 메이로가 광주 고려인마을 15명의 청소년들과 만든 영상이다.
일본이 행한 식민주의가 이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작용되었는가를 역사적으로 조명하면서 고려인들의 다이아스포라를 조명한다.
‘행성의 시간들’은 생태계와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인류와 비인류가 이 행성에서 공존하기 위한 가치가 무엇인지 조망한다.
이 공간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는 싱가포르 작가 로버트 자오 런휘의 ‘강을 기억하고자 함’ 이다.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로 20세기 초에 콘크리트 배수관으로 바뀐 싱가포르의 이름없는 강의 지류가 품은 삶과 역사를 통해 자연의 복원력의 신비를 보여준다.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주전시실 말고도 무각사, 국립광주박물관, 양림동에 위치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그리고 예술공간 집에서도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특히, 전남여고 옆에 위치한 예술공간 집에서는 영국출신 나임 모하이멘의 ‘줄 도베 나(익사하지 않는 사람들)’의 영화가 상영된다.
이 작품은 한 부부가 죽음이라는 실존적 문제에 직면하여 사후세계에 관한 한 번쯤 생각하게 만든다.
약 60여 분으로 영화 한 편 본다고 생각하고 연인 혹은 부부가 같이 보면 좋은 작품이다.
세계 각국에서 79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비엔날레는 또한 9개국이 참여하는 개별 파빌리온관이 있어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지만, 하루 온종일 발품을 팔아서 다 보기 힘든만큼 비엔날레 프로그램을 참고하여 여유있게 일정을 짜 두는 것이 좋겠다.
kncfe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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