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총통·美하원의장 회동에… 中 “명백한 도발, ‘하나의 중국’ 위배”
5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의 회동이 성사된 가운데, 중국 측은 지난해 8월 낸시 팰로시 당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등을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6일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이 대만과 유착해 행한 엄중하게 잘못된 행동을 향해 중국 측은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국가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수호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개 공동성명 규정을 위반했다. 중국은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하고 강렬하게 규탄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고 중미 관계에서 넘어선 안 될 첫번째 ‘레드 라인’”이라고도 경고했다.
중국 외교부는 대만을 향해선 “차이잉원은 취임 이래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구현한 ‘92공식’ 승인을 거부하고, 섬(대만) 안에서 각종 대만 독립과 분열 언행을 방임, 지지, 추동하며 양안 관계를 어려움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도 차이 총통과 매카시 하원의장의 만남에 앞서 회동에 배석한 공화당 애슐리 힌슨 하원의원 등에게 “대만 당국과 어떠한 형식의 접촉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반대한다”며 “이는 ‘하나의 중국’ 원칙 위배이자 대만 독립 분리 세력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은 또 “대만 문제는 중국 국익의 핵심이자 미중 관계의 정치적 토대”라며, “지난해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 미중 관계에 심각한 위기가 촉발됐던 것에서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명백한 도발에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며, 필요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지난해 8월 의회 대표단과 함께 대만을 방문했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대만 봉쇄 군사 훈련을 진행하고, 미국과의 대화 채널을 중단하는 등 반발했다.
미국 정부는 대만 총통이 해외 순방 중 경유하는 방식으로 미국을 찾아 의회 인사를 만난 것은 처음이 아니라며, 이를 명분으로 긴장을 촉발하는 행동을 해선 안 된다고 중국 측에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대만 주변) 현상 변경을 위해 (이번 만남을)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행동을 취하기 위한 명분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대만 고위 인사의 미국 경유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차이 총통과 전임자들 모두 경유한 적 있다”며 “우리 목표는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고, 중국과 대만 간 어떠한 문제도 평화적으로 해결되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번 차이 총통과 매카시 하원의장의 회동 전 대만 주변에서 항공모함을 동원한 무력시위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전화 브리핑에서 중국의 무력시위 관련 보도에 대해 “중국군의 물리적이고 개별적인 움직임에 대해선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린 처음부터 중국이 공격적인 방식으로 이번 만남에 대해 반응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해 왔다”며 “대만 총통이 미국을 경유해 의회 인사들과 만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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