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까지 소문난 진해 군항제…대만 관광객 수만명 찾았다
(창원·김해=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진해 군항제에 이렇게 많은 대만 관광객이 찾을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주 경남 창원시 진해구 군항제 현장인 여좌천과 경화동 철길을 방문한 한국관광공사 직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대만 관광객 수만 명이 진해와 김해 관광지에 몰린 모습에 깜짝 놀란 것이다.
관광공사 직원들은 경남 김해와 창원시 진해구의 한국관광 100선 현장 팸투어를 진행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한 터였다.
팸투어에 참석한 10여명의 국내 각 일간지 통신사 여행 전문기자들도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대만 관광객, 진해 군항제 '상륙'
6일 관광공사와 창원시 등에 따르면 이달 초 입국한 수만 명의 대만 관광객은 관광 명소인 여좌천, 경화동 철길뿐만 아니라 진해 곳곳을 샅샅이 훑고 다녔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그동안 수도권과 제주 등지 위주로 찾던 외국인들이 경남 지역 곳곳을 찾았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린천푸(林晨富) 주한타이베이대표부 총영사 일행도 군항제 기간 진해를 방문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창원시는 대만 관광객이 대거 몰려온 것은 최근 중화항공이 김해-타이베이 노선 재운항을 기념해 자국 관광객을 상대로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펼쳤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진해는 대만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1949년 8월 이승만 전 대통령과 대만 장제스 총통이 회담을 한 곳이기 때문이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공산주의 총칼 앞에 선 아시아 민족들의 공동 대응 등을 논의했다.
대만 관광객은 벚꽃 명소 외에도 장 총통이 다녀갔다는 중국집 원해루도 찾았다.
이곳은 이 전 대통령과 장 총통이 회담 후 비공식 만찬을 한 곳이다.
대만 관광객이 갑작스럽게 밀어닥치자 당장 통역이 턱없이 부족해졌다.
창원시청 문화관광과 김태성 주무관은 "숙박 시설 확충이 시급하고 당장 통역할 인원도 턱없이 모자라는 형편"이라며 "오죽하면 주무관인 제가 통역을 위해 주말도 없이 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주무관은 "일본에 대한 호감이 많은 대만 관광객에게 벚꽃 명소가 먹힌 듯하다"면서 "K컬처까지 함께 접할 수 있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최근 대만 여행객들 사이에 커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길 가다 마주치는 관광객은 거의 대만 여행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았다.
창원시는 대만을 비롯한 동남아 출신 관광객이 가져온 경제 효과가 2천5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했다.
가야 시조 김해도 대만 관광객 '버글버글'
대만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로는 김해도 빼놓을 수 없다.
김해국제공항과 인접한 경남 김해시는 허왕후와 김수로왕의 로맨스가 배경이 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삼국유사의 가락국기 편에 따르면 김해시 구산동 구지봉(龜旨峰.사적 제429호)은 가락국의 시조가 된 성소다.
가락국기에는 구지봉 주변에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황금알이 발견됐고, 알은 모두 6개로 늘어났다고 한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나온 것이 금관가야를 세운 김수로왕으로, 김해 김씨의 시조가 됐다는 설이다.
김수로왕은 인도 아유타국에서 온 공주 허왕후와 결혼했는데, 한국 성씨 가운데 하나인 허씨의 시조라는 설이 전해진다.
이들은 아들 10명을 낳았는데 2명이 어머니의 성을 따랐기 때문에 당시 허황후의 영향력이 상당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해에는 이런 배경을 지닌 가야국을 테마로 만들어진 테마파크가 있다. 이 가야테마파크도 대만 관광객이 자주 찾는 관광지 중 하나다.
'멀리서 온 대만의 관광객이 하필이면 이런 덜 알려진 테마파크를?'
이런 의문은 테마파크를 찾자마자 싹 씻겼다.
이곳에는 250m 높이를 줄에 매달린 채 고공 활강하는 '익사이팅 플라잉'(집라인)이 있었다.
사람들로 복잡한 지상에서 벚꽃을 즐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벚꽃놀이를 즐길 수 있다.
하늘에 매달린 채 페달을 밟고 앞으로 나가다 보면 활짝 핀 벚꽃 궁궐 위를 나는 듯한 착각이 든다.
하지만 대만 관광객이 즐겨하는 프로그램은 따로 있었다.
대만 관광객은 고공 활강 놀이기구보다 미술공연 '페인터즈 가야왕국'을 더 좋아한다.
잘생긴 '훈남' 4명이 힘찬 몸짓으로 춤추며 그림을 그리는 미술공연이다.
'보락국제' 여행사 가이드 이소정 씨는 "건장한 남성들이 춤추며 미술 활동을 하는 모습에서 대만 관광객들은 K컬처를 떠올리는 듯하다"면서 "특히 리드미컬한 움직임에 환호하는 여성 관광객이 많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 여행사 한곳에서 하루 1천여명의 대만 관광객을 한국으로 모셔 왔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지자체 싱글벙글
진해와 김해의 관광지는 모두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관광 100선' 관광지에 선정된 곳이다.
한국관광 100선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국내외 관광객이 꼭 가봐야 할 우수 관광지 100곳을 2년에 한 번씩 선정하는 사업이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한국관광 100선 관광지가 때마침 밀어닥친 대만 관광객 덕분에 빛을 보는 듯하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지원을 통해 좀 더 긴 시간 머무를 수 있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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