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만난 매카시 “대만 무기판매 제때 이뤄져야”…중국 “강렬하게 규탄”

정원식 기자 2023. 4. 6.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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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대만 총통(왼쪽)과 케빈 매카시 미 연방하원 의장이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인근 로널드 레이건 도서관에서 회동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을 방문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만난 캐빈 매카시 미 연방 하원의장은 5일(현지시간) “우리는 대만에 무기 판매를 계속해야 하며 그러한 무기 판매는 제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차이 총통은 “평화와 민주주의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면서 미국의 흔들림 없는 지지에 감사를 표했다.

매카시 의장은 이날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차이 총통을 만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차이 총통과 대만에 대한 무기 전달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논의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와 관련해서는 의회의 초당적 합의가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매카시 의장은 “우리는 특히 무역과 기술 분야에서 경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대만 국민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확고하고 흔들리지 않으며 초당적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카시 의장은 “대만과 미국 국민의 우정은 자유세계에 매우 중요한 문제”라면서 “그것은 경제적 자유와 평화, 지역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중대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책무를 중요하게 여기고 모든 미국인이 공유하는 가치들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다시 다짐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 총통은 이날 참석한 미 의원들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흔들림 없는 지지는 대만 국민들에게 우리가 고립돼 있지 않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준다”고 말했다.

차이 총통은 “우리는 함께일 때 더 강하다”면서 “우리의 삶의 방식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서 대만은 미국이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우리가 유지해온 평화와 어렵게 구축한 민주주의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매카시 의장과 차이 총통은 이날 오전 10시쯤부터 약 2시간 동안 오찬을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공화·민주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 10여명이 동석했다.

차이 총통은 지난달 29일부터 9박10일 일정으로 중앙아메리카 2개국을 순방한 뒤 귀국길에 미국 캘리포니아를 찾아 매카시 의장을 만났다. 대만 총통과 미국 하원의장이 미국에서 공식 회동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카시 의장은 이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 먼저 도착해 차이 총통을 영접했다. 그는 차이 총통을 “미국의 훌륭한 친구”라고 부르면서 “나는 우리가 미국과 대만 국민을 위해 경제적 자유와 민주주의, 평화, 안정을 증진할 방안을 계속해서 찾을 것이라는 데 낙관적이다”라고 말했다. 차이 총통은 매카시 의장의 환대가 캘리포니아 햇살처럼 따뜻하다면서 “정말 기쁘다”고 화답했다. 이후 두 사람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 비공개로 대화를 진행했다.

차이 총통이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미 하원의장을 만난 것은 지난해 8월 대만에서 당시 낸시 펠로시 의장을 만난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중국은 대만 해협에 군용기를 띄우고 실탄 사격 훈련을 하는 등 대대적인 무력 시위를 벌였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회동은 매카시 의장이 지난해 중간선거 기간에 자신이 의장으로 선출될 경우 대만을 방문할 것이라고 약속했던 데서 일면 후퇴한 것”이라면서 매카시 의장이 대만 방문 대신 자신의 선거구인 캘리포니아에서 대만 총통을 만나는 덜 위험한 방식을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매카시 의장은 이날 현재로서는 대만을 방문할 계획이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내가 가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만을 방문할 경우 양당 의원들과 함께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카시 의장은 차이 총통을 의회에 초청할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이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 앞에는 차이 총통 지지자들과 친중단체 회원들이 찾아와 서로 대립했다. 차이 총통 지지자들은 대만 국기를 들고 “힘내라 대만”을 외쳤고, 친중단체 회원들은 “대만으로 돌아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카시 의장과 차이 총통이 건물 안으로 들어간 뒤 소형 비행기 한 대가 ‘하나의 중국!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고 적힌 현수막을 늘어뜨린 채 주변 상공을 날아다니기도 했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6일 발표한 담화에서 차이잉원-매카시 회동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개 공동성명(수교 성명 등) 규정을 엄중하게 위반하고 중국 측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엄중하게 해쳤으며 대만 독립·분열 세력에 엄중하게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하며, 강렬하게 규탄한다”면서 “미국과 대만이 유착해 행한 엄중하게 잘못된 행동을 겨냥해 중국 측은 앞으로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 국가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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