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문 닫습니다” 직접 말했다고… “미친 기관사 조치하라” 민원폭탄
지하철 기관사가 “출입문 닫습니다”라는 육성 방송을 했다는 이유로 민원이 제기됐다. 공항철도 측은 “육성 안내방송 음량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해당 민원인은 이후에도 “육성 방송 안 하겠다는 약속 받을 때까지 민원 넣겠다” “육성 방송 소리 들리면 기관사 추적해 가만히 안두겠다” 등 협박성 민원을 지속해서 제기했다.
6일 공항철도에 따르면 기관사 육성 안내방송 관련 민원이 처음 접수된 건 지난달 30일이다. 민원인 A씨는 공항철도 고객의소리 게시판에 ‘고객 말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하는 기관사 미친 것이니 조치바람’이라는 제목의 민원을 제기했다. “출입문 닫습니다”라는 녹음된 자동안내방송 외에 기관사가 따로 방송을 한 게 불편하니 이를 당장 중단하라는 취지였다. 해당 민원은 비속어가 포함되어 있어 비공개 처리됐다.
고객의소리 담당자는 해당 민원에 “열차 출발 전에 고객님들의 안전한 승하차를 위해 자동안내방송과 더불어 기관사가 직접 육성방송을 시행하고 있다”며 “이는 승하차 도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예방 및 주의 환기를 위한 회사 차원의 결정이므로 즉시 중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고객 불편사항이 확인되었으니 육성 안내방송 음량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안내방송 시행 시 더욱 주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A씨는 같은 날 다시 민원을 접수했다. 그는 “육성으로 닫는다는 것 하지 말라니까 무슨 음량을 줄인다는 식의 형식적인 답변 사절”이라며 “육성방송 안 하겠다는 약속받을 때까지 무조건 (민원제기) 할 거다. 얼굴 다 외워놨고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이용 중 다른 사람이 했으면 내가 그 사람한테 똑같이 할 것”이라며 “기관사가 이런 식으로 안 당하려면 확실히 대답받아야 한다”고 했다.
A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4일 ‘모든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공항철도 고객의 소리 담당자 장난치시나요? 싸우자는 겁니까?’라는 제목의 민원을 또 접수했다. A씨는 “승객을 위해 ‘문 닫겠다’는 방송을 즉시 중단하기는 어렵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회사의 결정이라는 증거 및 내부문서를 보여 달라. 문서 없으면 거짓말로 간주하겠다”고 했다. 그는 “육성 방송, 중단하더라도 경영상이나 안전상의 문제 전혀 없다”며 “한번만 더 내가 이런 육성 방송 소리 들으면 그 열차 기관사 편성번호 다 추적해 가만히 안 둘 것이니 전파하라”고 했다.
A씨의 민원 내용은 ‘진상 민원인’ 혹은 ‘공항철도 레전드 민원’ 등의 내용으로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로도 퍼져나갔다. 대부분 네티즌은 “기관사 육성방송이 불편할 정도면 사는 게 힘들 것 같다” “저런 민원 상대로도 점잖게 답변 달아야 하는 분들도 고생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공항철도 측은 ‘기관사 육성 방송’에 관한 불만 민원에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공항철도 관계자는 조선닷컴에 “불만 민원은 거의 처음”이라며 “지금까지는 기관사 안내방송 관련 칭찬 민원만 있었다”고 했다. 공항철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기관사 안내방송 관련 113건의 칭찬민원이 접수됐다.
이 관계자는 “한 분이라도 불편하다는 분이 있으니 기관사들에게 육성방송 소리를 줄여달라는 지침을 공유한 상황”이라며 “향후에는 ‘공항철도 감정노동자 권리보호 매뉴얼’에 따라 직원에게 부당한 요구 등을 하는 악성민원 응대 기준에 따라 민원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매뉴얼은 ▲상습성 ▲억지성 ▲과도성 등 6가지 항목에 해당하는 행위를 악성민원으로 분류하고, 합리적인 해결방법을 고객에게 제시하되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하도록 하고 있다.
이후 A씨의 민원에 고객의소리 담당자가 새로운 답변을 남겼다. 담당자는 “급하게 열차에 승차하려는 고객들에게 자동안내방송이 또렷하게 들리지 않아 출입문 끼임 사고 방지를 위한 보완 조치로 기관사 육성방송을 추가로 시행하고 있다”고 다시 한번 설명했다. 다만 “육성방송이 열차 내에서는 자칫 소음으로 느껴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승강장에만 송출하도록 조치했다”고 했다.
담당자는 “본 사항과 관련해 여러 차례 답변을 드렸지만 동일한 말씀을 남겨주셨기에 지침의 의거해 동종, 동일의 반복 게시물에 대해서는 향후 민원접수가 어렵다”고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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