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만 무기지원 제때 이뤄져야”... 中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할 것”

김동현 기자 2023. 4. 6.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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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매카시(오른쪽) 미국 하원의장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5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로이터 뉴스1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미국 권력 서열 3위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5일(현지 시각) 캘리포니아에서 회동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대만 총통과 미 하원의장이 미국 땅에서 공식으로 만난 것은 처음이다. 매카시 의장이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가 제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대만과 밀착을 강화하자, 중국은 외교부 등 5개 기관이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를 할 것”이라며 군사 행동을 예고했다.

보도에 따르면, 차이잉원 총통은 이날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매카시 하원의장을 만났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차이 총통에게 “(대만은) 미국의 훌륭한 친구”라며 “미국과 대만 국민을 위해 경제적 자유와 민주주의, 평화, 안정을 증진할 방안을 계속 찾을 것이라는 데 대해 낙관적이다”라고 말했다. 차이 총통은 그의 환대가 “캘리포니아 햇살처럼 따뜻하다”며 “정말 기쁘다”고 화답했다.

로이터통신 등은 이번 둘의 만남이 1979년 미국과 대만의 단교 이후 미국 땅에서 열린 양국 간 최고위급 회동이라고 전했다. 차이 총통은 지난달 29일부터 미국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중앙아메리카 수교국 과테말라·벨리즈 순방길에 올랐다. 이날 회동은 그의 귀국길에 이루어진 것이다. 회동에는 피트 아길라 민주당 의원 등 미 공화·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10여 명이 동석했다.

회동 장소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 인근엔 대만 지지자들이 “힘내라 대만”이라며 차이 총통의 방문을 환영하는 한편, 그에게 “대만으로 돌아가라”고 고성을 지르는 친중(親中)단체 회원들도 몰려들었다고 외신 매체들은 전했다.

케빈 매카시(오른쪽) 미국 하원의장이 5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 앞에서 양자회담을 위해 도착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환영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매카시 의장은 차이 총통과 2시간여 동안 오찬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회동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대만에 무기 조달 속도를 높일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대만 국민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확고하고 초당적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특히 무역, 기술 분야에서 경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카시 의장은 또 “대만과 미국 국민의 우정은 자유세계에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경제적 자유와 평화, 지역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차이 총통은 이날 회동에 참석한 미 의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미국의) 흔들림 없는 지지는 대만 국민들에게 우리가 고립돼 있지 않고,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준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린 더 강해져야 한다”며 “우리는 함께일 때 더 강하다”고 전했다.

중국은 즉각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의소리(VOA) 등 외신은 중국 측이 지난해 8월 낸시 팰로시 당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등을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6일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이 대만과 유착해 행한 엄중하게 잘못된 행동을 향해 중국 측은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국가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수호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개 공동성명 규정을 위반했다. 중국은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하고 강렬하게 규탄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고 중미 관계에서 넘어선 안 될 첫번째 ‘레드 라인’”이라고도 경고했다.

중국 외교부는 대만을 향해선 “차이잉원은 취임 이래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구현한 ‘92공식’ 승인을 거부하고, 섬(대만) 안에서 각종 대만 독립과 분열 언행을 방임, 지지, 추동하며 양안 관계를 어려움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도 차이 총통과 매카시 하원의장의 만남에 앞서 회동에 배석한 공화당 애슐리 힌슨 하원의원 등에게 “대만 당국과 어떠한 형식의 접촉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반대한다”며 “이는 ‘하나의 중국’ 원칙 위배이자 대만 독립 분리 세력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4월 4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도착을 앞두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호텔앞에서 대만 지지자(오른쪽)가 대만 독립을 반대하는 시위대와 언쟁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중국 측은 또 “대만 문제는 중국 국익의 핵심이자 미중 관계의 정치적 토대”라며, “지난해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 미중 관계에 심각한 위기가 촉발됐던 것에서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명백한 도발에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며, 필요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지난해 8월 의회 대표단과 함께 대만을 방문했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대만 봉쇄 군사 훈련을 진행하고, 미국과의 대화 채널을 중단하는 등 반발했다.

미국 정부는 대만 총통이 해외 순방 중 경유하는 방식으로 미국을 찾아 의회 인사를 만난 것은 처음이 아니라며, 이를 명분으로 긴장을 촉발하는 행동을 해선 안 된다고 중국 측에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대만 주변) 현상 변경을 위해 (이번 만남을)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행동을 취하기 위한 명분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대만 고위 인사의 미국 경유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차이 총통과 전임자들 모두 경유한 적 있다”며 “우리 목표는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고, 중국과 대만 간 어떠한 문제도 평화적으로 해결되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번 차이 총통과 매카시 하원의장의 회동 전 대만 주변에서 항공모함을 동원한 무력시위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전화 브리핑에서 중국의 무력시위 관련 보도에 대해 “중국군의 물리적이고 개별적인 움직임에 대해선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린 처음부터 중국이 공격적인 방식으로 이번 만남에 대해 반응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해 왔다”며 “대만 총통이 미국을 경유해 의회 인사들과 만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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