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던 은행 주택담보대출, 다시 '기지개' 켜나
금리 하락·주택 심리 회복…취급액 증가 가능성
주요 시중은행들의 핵심 사업인 주택담보대출이 기지개를 켤 모양새다. 주택담보대출 관련 규제가 이미 완화된 데다가 최근 가장 큰 '허들'로 평가받던 금리마저 내려가고 있어서다.
여기에 더해 최근 주택시장이 회복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만큼 은행의 효자 수입원이었던 주택담보대출 취급량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점쳐진다는 분석이다.
꾸준하던 주택담보대출…금리가 '발목'
주택담보대출은 은행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핵심' 사업 영역이다. 건당 취급 금액이 큰 데다가 만기가 길어 장기간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서다. 게다가 담보까지 있어 부실화에 대한 걱정이 다른 대출에 비해 적다.
주택담보대출 관련 규제는 사실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의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쏠려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부의 최고 관심사중 하나였고 이에 따라 관련 규제가 매년 바뀌어 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박근혜 정부 때는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드라이브를 걸었던 이른바 '초이노믹스'를 바탕으로 주택담보대출의 '호황'기를 맞았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규제 완화가 대표적이다. 이른바 '빚내서 집 사라'던 시기다.
문재인 정부 때는 집값 안정화를 위해 LTV와 DTI규제 강화에 나섰다. 여기에 더해 일부 지역을 조정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강력한 부동산 옥죄기 정책을 펼쳤다.
관련 규제가 '롤러코스터'를 타듯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 취급액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규제완화의 효과가, 문재언 정부 당시에는 지나치게 짒갑이 상승하면서 주택담보대출 성장세를 이끌었다.
지난 2014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평균 60조원 이상 늘어났을 정도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우리나라 경제의 뇌관'으로 주택담보대출을 꼬집기도 했다.
이랬던 주택담보대출이 지난해부터는 그 증가세가 확연하게 꺾이기 시작했다. 2022년 증가금액은 20조원에 불과했다.
결정타는 '금리'였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하자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빠르게 치솟기 시작했다. 주택담보대출은 건당 금액이 크기 때문에 금리가 조금이라도 인상된다면 가계의 이자부담이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나 대출 접근성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금리가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오르다보니 집을 사려는 수요가 빠르게 줄어드는 등 주택시장 불황이 나타났고 이에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취급량 역시 최근 10년새 가장 적은 수준을 보였다"라며 "은행 입장에서는 핵심 사업영역의 부진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주담대 다시 기지개?
최근 들어서는 은행들이 취급하는 주택담보대출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선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안정권'으로 내려온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달말 기준 하나·신한·KB국민·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대출금리는 연 3.66~5.85%선으로 집계됐다. 변동형 대출금리도 연 4.19~6.70%선까지 내려앉았다.
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이 상생금융, 가산금리 조정 등 금리인하를 주문한 영향과 함께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인 코픽스 또한 지난해 상승한 속도만큼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주택 매수 심리가 다시 살아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0.6으로 집계됐다. 4주 연속 회복세다. 특히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70을 넘어서면서 매수심리가 다시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은행 한 PB는 "지난해 관련 규제가 완화된 데다가 최근 집값이 저점을 찍었다는 판단도 나오고 있어 주택 매수 심리가 살아나는 모습"이라며 "가장 큰 허들이었던 금리가 하향 안정화 추세인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올해 은행들의 최우선 과제가 리스크 관리이기 때문에 대출 영업을 적극적으로 펼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주택담보대출은 시장 상황에 따라 대출 차주들의 선택이 바뀌는 측면이 있고 최근 환경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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