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쏘' 내가 쏜다!"던 선배들, 다 어디갔나 했더니 [김용훈의 먹고사니즘]

2023. 4. 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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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회식의 단골메뉴 삼겹살과 소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 직장인 A씨(43). 후배 2명을 만나 조촐하게 ‘삼쏘(삼겹살에 소주)’를 기울였다. 오랜만에 만난 후배들과 기분 좋게 술 한잔 기울이고선 호기롭게 계산을 했지만, 속으로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먹성 좋은 후배들이라고 하지만 셋이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는데 12만6000원이 나왔기 때문이다. 다음날 동기들을 만난 A씨는 “이젠 후배들과 저녁에 ‘삼쏘’하는 것도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고 말했다.

먹거리 물가 상승률이 무섭습니다. 최근 소비자 물가는 다소 진정됐지만, 음식 중에서도 특히 외식 물가 상승률은 전체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년 가까이 웃돌고 있습니다. 가공식품도 마찬가지죠. 정부가 물가 인상을 억누르면서 일부 식품기업 먹거리 가격 인상 계획이 보류됐지만, 인상 시기를 잠시 미룬 것 뿐이기 때문에 먹거리 물가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0.56을 기록했습니다. 작년 3월과 비교하면 4.2% 오른 수치입니다. 3월 외식물가와 가공식품 물가가 2월보다 각각 0.1%포인트(p), 1.3%p 하락한 7.4%와 9.1%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외식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8배에 달하고, 가공식품은 2.2배 수준입니다.

서민 대표술 '소주?' "2병에 1만2000원"

뭐가 그렇게 올랐냐고요? 세부 품목 39개를 봤더니 외식용 커피(1.9%) 등 2개를 제외한 37개 품목 물가 상승률이 모두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습니다. 이미 피부로 체감하고 계시겠지만, ‘술값’은 무서운 수준입니다. 맥주와 소주 모두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4.8%)의 두 배를 웃돕니다.

지난 2월 기준 외식용 맥주 물가 상승률은 10.5%로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 이후 24년 4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습니다. 우리나라 대표 서민주류인 ‘소주’도 가격을 생각하면 함부로 시키기 무섭습니다. 외식용 소주 물가 상승률은 11.2%로 11월(12.0%) 이후 6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보통 식당에서 소주 1병에 6000원을 받으니 2병을 마시면 올해 최저임금(9620원) 기준 한 시간 시급을 넘습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노총이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2000원(월급 기준 250만8000원)을 요구했는데, 식당에서 파는 소주 2병 값이군요.

외식용 소주 물가 상승률은 11.2%로 2016년 11월(12.0%) 이후 6년 3개월 만에 가장 높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피자집 피해 분식집? 김밥·라면도 무섭다

그 뿐이 아니죠.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는 12.0% 올랐어요. 피자를 피해 분식집으로 와도 마찬가지예요. 외식용 라면과 김밥, 햄버거도 각각 10.3%씩 올랐고, 돈가스도 10.0%가 올랐어요.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많습니다. 2021년 기준 46.3%나 되죠. 그래서 최근엔 가공식품 소비가 늘었습니다. 그런데 이 가공식품도 조사 대상 73개 중 81%인 59개 품목이 모두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습니다. 샐러드를 먹을 때 없어선 안되는 드레싱은 무려 34.5%나 올랐고, 잼(31.7%), 치즈(30.8%), 맛살(24.2%), 물엿(24.1%), 밀가루(19.8%), 어묵(19.5%), 초콜릿(19.0%) 등도 어마어마하게 치솟았습니다. 국수 16.5%를 비롯해 아이스크림 13.7%, 설탕 13.2%, 커피 12.5%, 라면 12.3%, 스낵과자 11.2%, 빵 10.8%, 생수 10.1%, 우유 9.0% 등도 마찬가지죠.

아이들이 좋아하는 김밥과 라면가격도 10.3% 올랐다. 피자값은 12.0% 급등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빵·커피값 이달부터 또 오른다

하지만 먹거리 가격은 4월 또 오를 전망입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오는 8일부터 빵과 케이크 등 50여종의 권장소비자가격을 평균 7.3% 인상한답니다. 작년 7월에도 가격을 올렸는데 9개월 만에 또 올리는 겁니다. 컴포즈커피도 오는 11일부터 아메리카노를 제외한 일부 제품 가격을 올리는데, 카페라떼와 카푸치노는 2700원에서 2900원으로 7.4%, 바닐라라떼는 3000원에서 3300원으로 10.0% 각각 오릅니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크리스피크림도넛은 이미 3월에 도넛 11종 가격을 평균 4.6% 올렸습니다.

별로 눈에 띄진 않지만 정부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한 것도 있긴 합니다. 롯데웰푸드가 4월 인상하려고 했던 아이스크림과 과자류의 편의점 가격 인상 계획을 미뤘습니다. 하지만 인상 시점을 조금 미룬 것 뿐입니다.

※[김용훈의 먹고사니즘]은 김용훈 기자가 정책 수용자의 입장에서 고용노동·보건복지·환경정책에 대해 논하는 연재물입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나 부족함이 느껴질 때면 언제든 제보(fact0514@heraldcorp.com) 주세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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