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의료시장에 거는 기대[메디칼럼](26)

2023. 4. 6.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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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부터 인터넷을 통해 드물게 해외 환자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1월 이후에는 점차 외국인의 연락이 늘었다. 드디어 3년 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인가라는 희망의 탄성이 나오려 했다. 동시에 우연히 두바이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듣게 됐다. 그래서 두바이에 대해 여러 군데 문의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아주 돌발적인 결정이었다. 내 성향이 그리 계산적이지 않은 터라 충동적으로 계획을 세웠다. 일단 3월에 진료 날짜 사흘을 비웠다. 약 1주일가량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전직 대사님, 두바이에서 진료 중인 의사 선생님들, 두바이 거주 한국 사업가, 대기업 주재원, 보건산업진흥원 지사장님, 상공회의소 중동 담당 직원 등과 통화 혹은 직접 대면해 소소하고도 다양한 이야기를 개략적으로 들어보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31일 서울 삼성동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UAE 투자유치 후속조치 점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아부다비 | 연합뉴스



몇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한국으로 건강검진 혹은 그것을 빌미로 미용 성형 등을 하러 많은 환자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업계 관계자를 통해 코로나19 이전에는 매달 수백명의 환자가 들어왔다고 들었다. 중동 쪽 환자들은 수년 전부터 주로 코 관련 수술과 비만 등을 비롯한 체형 관련 미용 수술을 많이 받으러 왔다. UAE 국민은 자국 기관에 관련 양식을 제출하면 한두 달가량 국외에서 해당 질병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국가에서 의료비 전액을 지원하고 같이 간 가족이 머무는 비용까지 대주기 때문에 그동안 다른 가족은 쇼핑, 검진, 미용 등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다만 요새는 많은 국민이 이용하기 때문에 인정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있다.

UAE 현지에 진출한 한국 병원들

한국의 의료기관도 UAE에 많이 진출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우리들병원 등 우수한 의료진이 가서 그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사실 처음 개척하는 상황에서는 관련 당사자들이 적응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서울대병원 교수진들은 초기에는 그다지 좋은 대우가 아닌 탓에 가기를 꺼렸고, 일종의 사명감으로 일하는 분이 많았다. 시간이 지나 자녀들에 대한 지원 등 병원에서 받는 대우가 좋아지면서 평가는 점차 바뀌었다. UAE의 병원들은 자국민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에서 온 실력 있는 의사들을 지속적으로 스카우트했고, 종국에는 UAE에 서울대병원이 존속할 이유가 없어졌다. 서울대병원은 곧 철수하고 현지 병원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라고 한다. 여러 시사점이 있겠으나 평가는 유보한다. 좋은 의미에서만 얘기하자면 우리는 선진화된 의료 기술을 그들에게 잘 전달했다고 볼 수 있겠다.

미용 시장을 살펴보면, 지난해부터 우리나라 미용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한국 성형외과 의사가 3명 정도 진출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 많은 의사가 진출을 희망하지만, 기존에 현지 진출해 있는 미국, 이스라엘, 유럽 등의 의사들이 우리나라 의사들의 수준이 높다는 점을 경계해 합리적이지 못한 평가 양식을 통해 진출을 막고 있는 상황이다.

한정된 VIP 수요를 나누기를 원하지 않는 이런 상황으로 인해 국내 의사들의 지원 기회는 아직 부족하다. 또한 아랍에미리트에서는 미국 브랜드를 최고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 의료 시장은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나쁘지 않다’ 정도의 평가에 머물러 있다. 시장을 잘 개척하려면 여러 다른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이 UAE를 국빈 방문했다. 한국무역협회에가 주관한 만찬 행사에서 윤 대통령은 원전·방산·에너지 수출 등에 초점을 맞추고 보건 의료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UAE는 주민 중 10%만이 본국 출신이며, 1인당 GDP는 20만달러 정도다. 소득 수준이 높아 힘든 일은 피하고 싶어하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직업으로서 의사의 인기가 높지는 않다. 우리나라에서 의료 지원을 받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상황으로 보인다.

고층빌딩이 즐비한 두바이 시내 풍경 / pixabay



전 세계적으로 의료 분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보건 의료 분야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UAE는 앞으로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시장 중 하나다. 이번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한국 정부가 UAE와 보건 의료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후속 조치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UAE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어서다. 공무원들이 현지 전문가들에게 철저한 자문을 구해 우리 국민의 해외 진출에 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랍에미리트는 왕정 국가이므로, 국빈 방문 등 관계에서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두바이의 유명 상점이나 호텔을 방문하면 아부다비 족장, 두바이 족장(총리), 건국의 아버지, 이렇게 세 명의 사진을 볼 수 있다. 100명 이상인 아랍에미리트의 왕족은 서열이 정해져 있지 않다. 서로 경쟁하면서 국가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 어느 분야에서나 인맥을 이용한 접근이 필요하다.

‘인맥 중시’ 등 중동 잘 알고 공략해야

현지 주재원들의 말에 따르면, UAE 사람들과 사업을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그들이 돈이 많은 갑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사업 수법이 고도로 발달해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중국에서는 ‘콴시’라는 말이 있어서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이와 같은 관계가 형성되면 정말 좋은 사업 기회가 생긴다고들 한다. UAE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믿을 만한 관계가 형성되면, 그들도 서로 이득이 되는 좋은 아이템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그것이 방산, 의료 등의 분야가 아닐까 싶다.

최근 중동의 상황이 급변 중이다. 사우디와 이란이 대화를 시작하고, 이란은 중국과 러시아와 협력하며 반미 연대에 참가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 차세대 권력인 UAE 왕세자가 결정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만수르도 후보 중 한 명이다. UAE에서는 합법적으로 4명의 부인을 둘 수 있다. 이제 그들도 과시욕을 내세우기보다는 연애의 감정에 솔직해 일부일처제를 선호하는 쪽으로 점차 나아가고 있다. 부인을 더 얻기보다는 이혼하고 다시 결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사우디가 이슈를 주도적으로 선점해 나가자 UAE도 경계심을 갖고 글로벌 유행을 좇아가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기름 부국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나라로 변화하려는 노력이다. 라마단이 시작됐다. 국내 특정 부처의 차관급도 이 기간 두바이 일정이 있다고 들었다. 라마단 동안은 미팅 등 본격적인 일을 할 수 없다. 중동, UAE 등 상대 국가를 잘 파악하고 공략해야 하는 숙제가 우리에게 남아 있다.

오랜만의 외국 출장이었다. 자투리 여행도 즐길 수 있었다. 얼마 전 완성된 새로운 두바이의 랜드마크 호텔은 쌍용건설의 작품이다. 우연한 기회를 얻어 그곳에서 묵게 됐다. 정말 좋은 경치와 멋진 시설이 인상 깊었다.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호텔도 쌍용건설이 지었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는 삼성물산이 지었다. 이런 사실들을 떠올리니 잠시나마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 명확히 다가왔다.

박병호 아이호성형외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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