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자문단

김재근 선임기자

정부 세종청사는 여러 모로 유명한 건물이다.

부지가 596,283㎡, 연면적 629,145㎡로 국내 최대의 단일 공공청사이다. 15개 동을 연결한 건물의 길이가 3.6km나 된다. 청사 맨 위에 옥상정원이 있는데 면적이 7만 9,194㎡로 단일 건축물 중에서 세계 최대라고 한다. 옥상에 정원을 만든 것도 특이하다. 국민이 위에 있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복(공무원)이 그 아래 있음을 상징한다고 한다.

이러한 정부세종청사를 짓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2006년 8월 국제설계공모를 실시, 이듬해 1월 당선작을 발표했다. 이를 토대로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를 거쳐 2008년 12월 1단계 기공식을 가졌으며, 2012년 11월 준공했다. 2단계는 2013년 11월, 3단계, 2014년 11월 각각 공사를 마쳤다. 1단계까지 6년, 3단계는 8년이 걸렸다.

국회 세종의사당의 2027년 완공이 어려울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국회가 지난달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을 통과시키지 않은 것이다. 이 규칙안은 세종으로 옮겨올 상임위원회와 각급 기관, 사무처 소속 부서 등을 규정한 것이다. 이게 제정돼야 국제설계공모와 기본 및 실시설계, 착공 등의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국회는 규칙 제정에 앞서 '자문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에게 국회의 세종·서울 분리에 따른 비효율 문제 등에 대해 자문을 듣겠다는 것이다. 자문은 전문가나 전문가 집단에게 의견을 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수많은 토론과 공청회, 용역을 거쳐 법까지 개정했는데 이제 와서 자문을 듣겠다니 수긍하기 어렵다. 세종으로 이전할 상임위와 기관, 부서가 정해졌으니 규칙을 통과시켜 후속절차를 진행하는 게 우선이다. 세종의사당 설치에 따른 효율성 제고는 '청사 건설'이 아닌 '국회 운영'에 관한 문제이다. 설계공모와 설계, 착공 등을 진행하면서 자문단을 만들고 가동해도 될 것이다.

자문단이 세종의사당 착공과 건설의 흐름을 흔들어서는 안된다. 지원과 보완을 위한 역할에 그쳐야 한다.

세종청사를 짓는데 6~8년이 걸린 것처럼 세종의사당 역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졸속 공사가 되지 않도록 국회는 규칙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