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봄비처럼 촉촉하게

강대원 천주교 대전교구청 홍보국장·신부 2023. 4. 6. 07: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참 어려운 일들이 많은 시기이다.

오랜 가뭄으로 인한 산불과 식수 부족까지 일어나는 상황 속에서 요 며칠 온 땅을 촉촉하게 적셔 준 봄비는 너무도 반가웠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이 시기를 두고 '파스카 성삼일'이라고 부른다.

그리스도인이냐 아니냐를 떠나 모든 이가 '사랑'이라는 봄비를 머금고 '사랑'이라는 열매를 맺기 위해 일상의 작은 노력들이 더해진다면 우리 사회는 형형색색의 꽃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리라고 믿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대원 천주교 대전교구청 홍보국장·신부

참 어려운 일들이 많은 시기이다. 오랜 가뭄으로 인한 산불과 식수 부족까지 일어나는 상황 속에서 요 며칠 온 땅을 촉촉하게 적셔 준 봄비는 너무도 반가웠다. 갈라졌던 땅은 다시 원래의 모습을 되찾고 산과 들은 봄에 어울리는 색깔을 되찾고 있다. 가뭄으로 인한 시련이 있었지만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준 것에 감사할 일이다.

그리스도를 세상의 구원자로 믿고 따르는 이들에게 이번 주간은 너무도 중요한 시간이다. 바로 그 구원자께서 세상을 위해 그리고 모든 인간을 위해 당신의 생명을 내어주시는 결정적 시간을 기억하고 기념하고 재현하는 시간이 바로 오늘부터 사흘에 걸쳐 지내기 때문이다. 이 시간 안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은 무엇일까? 단순히 그리스도인들이 믿고 있는 신의 죽음을 슬퍼하고 부활을 기뻐하는 것만이 중요한 일일까? 그리스도인들만 그 슬픔을 아파하고 그 부활의 기쁨을 나누는 것만이 진정으로 하느님께서 원하는 일일까?

가톨릭교회에서는 이 시기를 두고 '파스카 성삼일'이라고 부른다. '파스카'라는 말은 '건너뛰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말이다. 다시 말해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인해 인간이 죽음을 이기고 부활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삼일의 시간을 두고 거룩한 시간이라 해 '성삼일'이라 하고 이 두 단어를 붙여 '파스카 성삼일'이라고 한다.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생명으로 메말랐던 인간의 몸과 마음에 '사랑'이라는 단비를 내려주셨다. 그래서 인간은 그 사랑을 머금고 자신만의 고유한 사랑의 색깔을 내면서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고 종국엔 '사랑'이라는 열매를 맺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파스카 성삼일'이라는 시간 안에서 그리스도인들이 기억해야 하고 살아가야 하는 근본적인 부분이다.

산불과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온정을 베풀고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내가 알지 못하는 고통 속에 살아가는 이들이 누구인지를 찾아보고 나의 아픔처럼 함께하며 그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그리스도인들의 몫이다. 또한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기후위기를 맞고 있는 생태계에도 관심을 쏟아야 하고 정상화 시키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사랑'이라는 단비를 머금고 살아가는 이들이 해야 할 일이며 '사랑'이라는 열매를 맺어야 하는 사람들의 의무이기도 하다.

이러한 노력이 비단 그리스도인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종종 '갈수록 세상이 어려워진다'라고 한다. 왜 어려워지고 있을까? 그 이유 중의 한 가지라고 생각되는 개인적인 생각은 갈수록 나만, 나와 관계된 이들만 생각하고 이들의 안위만 걱정하는 것이다. 갈수록 '우리'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함께'라는 의미가 흐려져 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 세상에서 혼자서만 살아갈 수 없음을 분명히 알고 있다. 함께 만들어 가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잘 알고 있는 것을 작은 실천으로 만들어 나간다면, 갈수록 어려워지는 세상이 아닌 갈수록 좋아지는 세상으로 분명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너무도 오래간만에 내린 봄비로 촉촉해진 세상이다. 그리스도인이냐 아니냐를 떠나 모든 이가 '사랑'이라는 봄비를 머금고 '사랑'이라는 열매를 맺기 위해 일상의 작은 노력들이 더해진다면 우리 사회는 형형색색의 꽃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리라고 믿는다. 우리 모두 함께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정진해 보자.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