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국 단독 인터뷰 “협회가 갑자기 사면해 놓고…하루 벌어 하루 먹는다”
대한축구협회의 사면 '헛발질'로 그동안 금기어로 여겨지던 한국 축구판에서 12년 만에 다시 등장한 이름 세 글자, '최성국'.
최성국은 지난 2011년 축구판을 뒤흔든 승부조작 사건으로 축구협회로부터 영구제명 징계를 받고 불미스럽게 축구계를 떠났다.
최근 사면 이슈로 다시 소환된 최성국. 또다시 축구 팬 그리고 대중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KBS는 그런 최성국을 파주에서 어렵사리 만났다. 현재 최성국은 유소년 축구팀의 대형 버스를 운전하고 있었다.
승부조작의 어마어마한 대가는 12년이 지난 현재, 최성국의 겉모습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수염이 덥수룩한 모습의 최성국은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어렵게 입을 뗐다. 최성국은 현재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생계형 삶을 살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것저것 일을 하고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일반적인 직장은 제가 들어갈 수 없고, 시선이 곱지도 않고 저를 받아주는 데도 없었어요. 하루에 투잡 뛰면서 식당에서 일하고 배달 일도 하고, 지하철에서 공사도 하고, 택배 일도 하면서 그렇게 근근이 지내고 있어요."
최근 사면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최성국은 지도자 등 축구인으로 돌아갈 생각은 전혀 해본 적도 없다면서 축구협회의 이번 사면 시도를 사전에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저녁에 뉴스 보고 알았는데 저도 굉장히 당황했고 한편으론 얼떨떨하기도 했어요. 제가 협회에 힘을 썼다. 이런 건 말도 안 돼요. 저는 하루 먹고 살기가 바빠서 누구 만나서 일을 벌일 수조차 없는 처지입니다."
최성국은 축구협회의 일방적인 사면 시도가 아쉽다면서 사전에 축구협회와 어떠한 소통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전혀 소통도 없었고 아무것도 없었는데 이런 결정을 하니까 저도 안타깝죠. 사면 결정 이전에 불러서 그동안 어떻게 살았냐, 사면이 합당할 것 같냐, 이런 거라도 물어봐야 하지 않았을까요? 저희 선수들한테만 모든 것을 떠넘긴 것 같아서 아쉬워요. 조용히 하루하루 벌어 생계를 유지했을 뿐인데 협회가 갑자기 사면해놓고…. 속앓이만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 매체의 보도처럼 자신이 현재 해당 축구팀의 실세 감독이라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편법으로 지도자 복귀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는 가운데, 최성국은 친구가 운영하는 유소년 클럽에서 운전과 간단한 훈련 보조 역할만을 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친구가 와서 애들 좀 도와주고 쉬면서 일하는 게 낫지 않겠냐 해서요. 애들을 조금씩 봐주는 정도지 '제가 실세다' 이런 건 기사를 보고 저도 놀랐는데…. 그저 애들이 좋아서요. 공 차는 것도 좋고 옛날 생각도 나서 하루에 짬을 내서 여기 있는 겁니다. 저는 정말 기사 보고 당황했어요. 사실 생계 유지하려면 여기서 있으면 안 돼요. 급여는 따로 받진 않고 친구한테 용돈 정도 받고 있어요."
최성국은 아직도 죄를 깊게 뉘우치는 중이고, 축구판에 돌아갈 생각은 조금도 해본 적이 없다며 두 아이를 포함한 가족의 생계 유지만이 가장 큰 삶의 이유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12년 동안 축구판 복귀가 아닌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달려왔어요. 아이들이 크는 거 보면서 버티고 살아왔는데 다시 제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와서 아이들한테 피해가 가고 또 상처받고…. 아이들이 다시 이 일을 감당해야 하는 자체가 제일 힘들어요. 제가 잘못한 건 당연히 욕먹고 질타받고 계란을 맞고, 돌을 맞는 게 당연하지만, 아이들까지 감당해야 하는 게…. 또다시 한번 상처 주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승부조작이 얼마나 큰 범죄인지를 최성국은 지난 12년의 삶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한국 축구의 기대주에서 최악의 승부조작 사건의 가담자로 축구 인생을 오명 속에 마무리한 최성국. 어느덧 마흔 줄에 접어든 최성국은 축구 팬들에게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고 12년이 짧으면 짧은 시간인데 축구에 피해 안 입히려고 노력하면서 제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데 또 한 번 이렇게 축구협회나 한국 축구에 피해를 준 것 같아 죄송하고 반성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축구판에 들어오냐 안 들어오냐로 현재 쟁점화가 됐는데 잠깐 쉬어가라는 친구의 배려라고 생각해주시고…. 항상 죄송하게 생각하고 또 죄송하다는 말뿐입니다. 저 같은 선수가 더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한국 축구의 최악의 헛발질로 기록될 이번 '월드컵 16강 자축' 사면 사태가 유일하게 남긴 유산이라면 바로 승부조작이 얼마나 큰 범죄고 절대 용서받지 못할 일인지를 다시 각인시킨 것이 아닐까.
이준희 기자 (fcju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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