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 인터뷰-①] ‘청두의 기적’ 이끈 서정원 감독 “中 2부를 왜 가냐고 했죠”

박건도 기자 2023. 4. 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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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전지훈련으로 한국을 찾은 서정원 청두 룽청 감독.

[스포티비뉴스=수원, 박건도 기자] “구단 모기업 그룹 회장님과 청두 축구협회, 선수단 분위기 모두 한 마음 한뜻이라 가능했다.”

‘청두의 기적’을 이끈 서정원(52) 청두 룽청 감독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가득 찼다. 최근 ‘스포티비뉴스’를 만난 그는 2021년부터 시작된 첫 해외리그 지도자 생활을 되돌아봤다.

서 감독 부임 당시 청두는 중국 갑급리그(2부리그)였다. 선수단 수준도 냉정히 강팀으로 평가받기는 어려웠다. 와중에 구단의 목표는 높고도 확고했다. 모기업 싱청 그룹 회장은 회사의 목표로 청두의 슈퍼리그(1부리그) 진출로 잡았다.

그는 “솔직히 2부 팀 제의가 왔을 때 고민을 안 할 수 없었다. 주변에서도 걱정이 많았다”라며 “싱청 그룹 회장님, 구단주님과 직접 만나 얘기를 하면서 확신이 들었다. 팀의 성장 방향을 정확히 제시했다. 체계적인 주문을 하시더라.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라고 깜짝 청두행 이유를 밝혔다.

친정팀 수원 삼성에서 6년간 감독 생활을 정리한 뒤 잠시나마 휴식을 취했던 서 감독은 과감한 도전을 택했다. 생애 첫 중국 2부리그 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선수 은퇴 후 코치와 감독까지 했다. 쉰 적이 없었다”라며 “수원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 잠시 쉬었다. 큰 울림이 있었다. 공백기가 오히려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라고 회상했다.

▲ 서정원 감독. ⓒIC PHOTO

하나부터 열까지 손을 안 덴 곳이 없었다. 선수단 정리부터 선수 개개인 생활까지 직접 관리에 나섰다. 식습관과 훈련까지 직접 손보며 서 감독만의 색깔을 서서히 입혀갔다. 그는 “중국 리그는 처음이었다. 가기 전부터 이미 진출한 선수나 지도자에게 많은 조언을 구했다. 선수들의 문화나 성격까지 세세하게 물어봤다. 눈높이에 맞춰 지도할 계획을 세웠다”라며 “훈련뿐만 아니다. 아침밥을 먹는 이유까지 설명해줬다. 선수들도 본인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직접 느끼더니 믿고 따라와 주더라”라며 활짝 웃었다.

청두는 2부리그에서 서 감독 체제 첫 시즌 만에 1부리그 승격에 성공했다. 청두 팬들과 관계자들은 열렬히 서 감독에 환호했다. 심지어 모기업 그룹 회장까지 직접 마중을 나왔다는 후문이다. 서 감독은 “감독 부임 당시 싱청 그룹의 두 목표 중 하나가 청두의 슈퍼리그 진출이었다. 그룹의 의지가 너무나도 확고했다. 처음에는 거짓말인 줄 알았다”라며 “축구에 진심이더라. 승격하자마자 그룹 총 회장이 비행장으로 마중까지 나왔다. 그룹 우수 사원상까지 받았다. 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회장을 만난다”라고 말했다.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서 감독의 청두는 상승세를 탔다. 승격 직후에는 잠시 흔들렸지만, 13경기 무패 행진(10승 3무)을 달리며 중국 축구에 ‘SEO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청두의 슈퍼리그 첫 시즌을 5위로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서 감독은 “시즌 초반 패배에도 주눅 들지 않았다. 경기력에는 자신감이 있었다”라며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계속 심어줬다. 절대로 흔들리지 말라고 강조했다. 고비를 이겨내니 승승장구하더라”라고 설명했다.

▲ 서정원 감독. ⓒ청두 룽청 공식

가파른 상승세에 날개를 달 전망이다. 그룹의 확고한 의지에 힘입어 서 감독의 청두는 구단 사상 첫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바라보고 있다.

4월 중순부터 열리는 슈퍼리그 대비책으로 서 감독은 한국 전지훈련을 택했다. 지난달 14일부터 안산 그리너스를 시작으로 화성FC, 서울 이랜드, FC서울, 수원 삼성과 연습 경기를 통해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3일에 한 번꼴로 경기를 치르는 빡빡한 일정까지 자처했다.

서 감독은 “아직도 부족한 부분을 찾고 있다. 한국은 중국 리그와 체력, 스피드, 경기 속도 모두 다르다. 곧 있을 중국 슈퍼리그에 앞서 몸을 끌어 올리는 과정에 있다”라며 “중국 선수들이 한국에서 느끼는 바가 많을 것이라 봤다. 딱 맞아떨어졌다. 선수들이 지금껏 했던 훈련을 이해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선수들이 빠르게 습득하는 것 같아 기쁘다”라며 활짝 웃었다.

이어 “선수들을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싶었다. 이미 체력적으로 바닥났을 거다”라며 “중국 리그도 상당히 강해졌지만, 청두에 새로운 동기부여와 가르침을 주고 싶었다. 정신적으로도 무장한 뒤 새 시즌에 임할 생각이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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