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초음파 사용' 파기환송심 첫 재판…의료계 '촉각'

백영미 기자 2023. 4. 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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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건강위해 우려 매우 높아 사실관계 따져야"
"한의사 오진은 개인의 역량 문제 허용해야"
대법원 한의사 뇌파계 판단도 갈등 도화선

[서울=뉴시스]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지난해 12월 한의사 초음파 진단 기기 사용 관련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앉아있다. (사진=대법원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초음파 진단 기기'를 환자 진료에 사용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 A씨에 대한 파기환송심 첫 재판이 6일 열린다. 의료계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이 파기환송심에서 뒤집힐 지 여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과 관련된 파기환송심 첫 재판이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대법원이 초음파 진단 기기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명백한 오류인 만큼 파기환송심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 기기 사용이 환자에게 건강상 위해를 끼쳤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판결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지난 3일 "대법원의 판단은 보건위생상 중대한 위해를 가져올 우려가 매우 높아 대법원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크다"는 내용이 담긴 진정서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이 회장은 "피고인인 한의사가 무려 68회에 걸쳐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진단했지만 자궁내막암 진단을 하지 못했고결국 피해자가 산부인과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 조직검사를 거쳐 자궁내막암 2기로 진단받았다"면서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이 초음파 검사를 하면 얼마나 중대한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발생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또 "대법원의 판단이 아무런 변동없이 그대로 판례 법리로 확립된다면 전문지식을 갖추지 못한 한의사들이 잘못된 방법으로 초음파 검사를 실시해 잘못된 진단을 할 가능성이 매우 커 보건위생상 중대한 위해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면서 "재판과정에서 이를 신중하게 고려해 대법원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 증거관계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대법원은 ‘2013년 이후 국내 한의과 대학(대학원 포함)에서 진단학, 영상의학 교육이 이뤄지고 있고, 한의사 국가시험에서도 관련 문제가 출제되는 등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 기기 관련 의료행위의 전문성이 제고되고 있다’는 점을 주된 근거로 삼았다"면서 "하지만 피고인이 공소사실 행위 당시인 2010년 3월부터 2012년 6월께 초음파 진단 기기 관련 의료행위의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는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파기환송심 첫 재판을 앞두고 대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입장도 발표할 예정이다.

반면 한의계는 한의사의 오진 가능성을 운운하며 판결을 폄훼·왜곡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 기기를 사용한 것은 의료법 위반이 아닌, 합법적인 의료 행위’임을 명료하게 밝혔다는 데 있다는 이유다.

한의사가 자궁내막암 환자 진단을 놓친 사건에 대해서는 "오진 사례는 양방과 한방 모두 있고, 개별 의사의 역량과 수준에 따라 다르다"는 입장이다.

권선우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 의무이사는 "환자를 진료할 때 초음파 장비를 활용하는 것은 검진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검진의 정확도는 직역이 아닌 개인 역량의 문제"라면서 "검진의 정확도가 올라가면 그 혜택은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대법원의 판결로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이 가능해졌지만, 한의사가 급여(건강보험 적용) 혹은 비급여의 형태로 수가(진료비)를 받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진단이 급여화되려면 건강보험 행위 급여목록에 등재가 되고 수가도 책정돼야 한다. 또 초음파 기기는 아직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에도 등재 자체가 돼 있지 않다.

파기환송 첫 재판을 앞두고 일각에선 사실관계가 뒤집히거나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는 등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 관계에 변동이 생기지 않는 한 대법원의 판결이 파기환송심에서 뒤집히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파기환송심 첫 재판 당일 사건이 종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2월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8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 기기를 사용해 진료하는 것이 의료법 위반은 아니다"면서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제도·인식의 변화 등을 고려해야 하고,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 기기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한 행위는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한의사 뇌파 측정 기기(뇌파계) 사용 합법 여부 판단도 조만간 나올 전망이여서 한의사 초음파 진단 기기 허용을 둘러싼 의료계 내부의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016년 9월 접수된 한의사 A씨가 뇌신경 전문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뇌파계를 파킨슨병·치매 진단에 활용한 사건에 대해 지난해 10월 전원합의기일 심리를 지정하고 논의 중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들이 대법원 앞 시위를 석 달 넘게 지속하고 있고 해외학회들은 뇌파계로는 파킨슨병이나 치매 같은 뇌질환을 진단할 수 없다거나, 활용하더라도 전문지식이 있는 숙련된 신경과 전문의만 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혀 대법원이 한의사에게 마냥 유리한 판결을 내리기엔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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