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人워치]"베트남 증시, 코로나19 대폭락 때보다 더 싸다"

김기훈 2023. 4. 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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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항진 한투운용 베트남법인장 인터뷰
역사적 저평가·악재 해소로 투자적기
미공개 정보·시황 급변은 유의해야

베트남은 국내 투자자들에게 있어 '애증의 대상'이다. 과거 베트남의 가파른 경제 성장세에 매료돼 관련 상품에 투자한 이들이라면 한 번쯤 '롤러코스터'를 타듯 수익률 급등락을 경험해 봤을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한동안 주춤했던 베트남 경제가 최근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베트남 투자상품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도 다시 베트남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17년 전 국내 자산운용사 가운데 처음으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ETF의 아버지' 배재규 대표의 주도하에 최근 베트남 투자 캠페인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다. 유튜브 채널을 활용한 베트남 투자 영상 제작부터 투자 세미나까지 그야말로 베트남에 '진심'이다. '고객이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는 배 대표의 말처럼 과연 지금이 또 베트남 투자에 나설 적기일까. 

윤항진 한국투자신탁운용 베트남법인장/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제공

베트남 현지에 머무르며 누구보다 시장을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있는 법인장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윤항진 한국투자신탁운용 베트남법인장은 6일 비즈워치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남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은 역사적 저평가 국면에 진입했다"며 "증시를 억누르던 여러 악재들도 해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투자 적기"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베트남에 지금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 우선 '투자 가치' 측면에서 저렴하다. 베트남 호찌민 증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약 16년간 주가수익비율(PER) 평균이 13.6배였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기준 PER은 향후 12개월 기준 주당순이익(EPS) 기준으로 9.7배에 머무르고 있다.

베트남 증시 밸류에이션이 이 정도 수준까지 낮아진 경우는 딱 세 번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2012년 베트남 은행 부실 사태, 코로나19 유행 초기였다. 이번은 베트남 증시가 투자 가치 측면에서 저평가된 네 번째 시기다. 쉽게 말하자면 코로나19 대유행 충격으로 베트남을 포함한 전 세계 증시가 하락한 2020년 3월보다 더 저렴하다.

아울러 대만계 자금을 위시한 해외 투자자금 유입도 뚜렷하다. 

우리나라 자금이 베트남 증시에 본격적으로 들어간 시기는 2006년이다. 당시 몇 가지 유인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부의 베트남 진출이었다. 우리나라에 삼성전자가 있다면, 대만에는 폭스콘(Foxconn)이 있다. 폭스콘은 내달부터 베트남에서 애플 맥북을 생산하기로 했고, 아이폰을 생산하기 위한 공장부지를 매입했다. 대만 대표기업이 들어오면서 투자자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또 지난 2020년부터 대만에서 판매가 시작된 베트남 펀드 규모가 우리 돈으로 약 2조원을 넘어선 게 확인됐다. 이외에 일본과 태국, 유럽발 자금도 베트남 시장에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저렴해진 증시 가치와 해외 투자자금 유입을 고려하면 지금이 베트남의 투자 적기라고 본다.

- 베트남이 다른 국가 대비 가진 투자 매력은

▲ 풍부한 노동력과 젊은 인구, 베트남 국민만의 근성, 교육열 등과 같은 매력들은 지속형이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은 새로운 투자 매력이다. 과거 10년간 베트남 산업 구조는 저부가가치 산업 중심이었지만 점차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화했고, 이런 구조적 변화로 향후 10년간 현재의 성장 속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보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중 대다수 국가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반면 베트남은 2020년 2.9%, 2021년 2.6%의 플러스(+) 성장을 나타냈다. 지난해에는 8.0%의 성장률을 달성하면서 GDP 성장률 상향 추세에 다시 복귀했다. 올해 역시 동남아 주변 국가 중 가장 높은 6.3%로 예상된다.
 
이 같은 성장세에는 두 가지 재료가 있다. 우선 GDP에서 제조와 가공업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기준으로 23.4%로, 10년 전 14.4%보다 대폭 증가했다. 여기에 소득수준 상승으로 중산층이 확대되고 이는 베트남 내수 소비 시장의 성장 원동력이 되고 있다.

베트남의 연평균 내수 소비 증가율은 과거 10년(2012~2021년)간 7.0%다. 주변 국가인 필리핀(5.6%), 말레이시아(3.1%), 태국(2.8%), 인도네시아(2.7%)와 비교하면 훨씬 높다.

- 한투운용은 왜 현시점에서 베트남 프로모션을 강화하나

▲ 한투운용은 국내 최대, 최고의 베트남 투자 전문가라고 자평한다. 국내 최고의 베트남 투자 전문운용사로서 밸류에이션과 악재 해소 등을 고려할 때 지금이 베트남 증시에 투자할 적기이자 투자자들이 베트남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때라고 생각했다.

- 한투운용의 베트남 진출 현황은

▲ 처음 베트남에 발을 디딘 것은 2006년 9월이다. 이를 바탕으로 같은 해 11월 베트남혼합형펀드 1호를 출시했다. 2016년에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설정된 베트남 펀드 중 운용 규모가 가장 큰 베트남그로스펀드를 선보였다. 

더 나아가 2020년에는 현지 자산운용사를 설립했고, 이후 베트남 현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해 지금 'VN30 ETF'와 'VNFinselect ETF' 등 두 가지 종류의 ETF를 운용 중이다.
 
베트남 현지법인에는 총 27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고, 이 가운데 14명은 펀드 운용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 베트남 현지 진출 후 투자 성공 사례는

▲ 국내에서 대표적인 베트남 전문투자 펀드를 출시한 것을 성공 사례로 들 수 있다. 2006년 11월에 설정한 '한국투자베트남자1(주혼)'과 2016년 2월에 설정한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펀드(주식)'는 국내에서 설정된 베트남 전문투자 펀드 가운데 몸집이 가장 크다. 이 2개 펀드의 운용자산(AUM)은 약 8300억원에 이른다.

또 다른 성공 사례라면 일본 동경해상화재운용이 일본 현지에서 출시한 베트남 투자 펀드를 위탁받아 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투운용의 운용 역량이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윤항진 한국투자신탁운용 베트남법인장/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제공

- 국내 운용사 중 가장 많은 베트남펀드 자산을 운용하는 비결은

▲ 두 가지 요소가 맞물린 결과로 본다. 첫 번째는 '개척정신'이다. 한투운용의 시초는 동원참치캔으로 유명한 동원산업이다. 여기서 동원은 '바다를 통해 멀리 동쪽으로 나아간다'란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피를 물려받았기 때문에 한투운용은 '해외 개척'에 두려움이 없었고, 나아가 베트남 경제와 증시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이를 베트남 펀드로 연결했다. 즉 개척정신과 정확한 시장분석을 통해 경쟁사보다 먼저 베트남에 과감하게 깃발을 꽂은 것이다.

두 번째는 '현지운용'이다. 한투운용은 펀드 출시 초기부터 우리나라의 선진적 운용기법을 바탕으로 베트남 현지에 리서치 조직을 구축해 운영했다. 베트남 현지 증시 1세대라 할 수 있는 우수 인력들을 채용해 오랜 기간 기업을 탐방하고 현지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 베트남 현지에서 운용 중인 펀드와 ETF 성과는

▲ 한투운용 베트남법인은 현재 VN30 ETF와 VN Finselect ETF 등 2개 ETF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1월에 상장한 VN30 ETF는 호찌민 증시에 상장된 대표 기업 30개로 구성된 VN30지수를 따른다. 

같은 해 11월 상장한 VN Finselect ETF는 베트남 금융사, 특히 은행주 중심으로 구성된 VNFinselect지수를 따라간다. 이들 ETF의 상장 이후 수익률(3월28일 기준)을 보면 VN30ETF는 -30.8%, VN Finselect ETF의 경우 -8.4%다. 다소 부진하지만 ETF 특성상 추종 지수의 수익률과 거의 동일하다.

- 베트남 현지 사업 계획은

▲ ETF 상품 라인업을 더욱 다양화하는 한편 일반 주식형펀드도 출시해 플래그십(주력) 공모펀드로 육성해 나가려고 한다. 

베트남 현지 펀드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펀드에 대한 투자자 인식도 매우 낮은 편이다. 이에 베트남 현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투자자 교육과 회사 브랜드 홍보도 장기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더불어 현지에서 설정된 펀드를 한국을 비롯해 동남아 등 제3국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하고, 베트남 펀드를 통해 글로벌 자금을 유치함으로써 한국과 베트남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 베트남 투자 시 리스크 요인이나 유의해야 할 점은

▲ 베트남 증시에 직접 투자할 생각이라면 먼저 베트남 상장 주식은 외국인 투자한도 제한 규정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일반 종목은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이 규정을 없앨 수 있지만, 아직 많은 수의 기업들이 해당 규정을 유지하고 있다. 은행과 기간산업 관련 종목의 경우 제한 규정을 변경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적용하고 있는 통신·항공·방송·신문 산업 관련 외국인 지분 취득 한도 규정과 같은 내용으로 이해하면 된다.

실제 지난달 말 기준 베트남 호찌민 증권거래소 상위 50개 종목 중 14개 종목이 외국인 투자한도가 다 찬 종목이며, 5개 종목은 아주 드물게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 가운데 약 38%는 매매가 어렵다.

- 베트남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에게 팁을 주신다면

▲ 베트남 증시 관련 투자 정보들은 과거보다 신속하고 풍부하게 투자자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 증시는 다른 신흥국 시장과 유사하게 공개되지 않는 정보가 여전히 많고, 시장 상황 또한 자주 급변한다. 따라서 개인투자자들이 직접 투자하기에는 여전히 어려운 점들이 있다. 오랜 현지 경험과 운용역량을 갖춘 운용사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투자자 입장에서 보다 효과적이라고 본다.

김기훈 (core81@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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