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걱정 덜었지만… 저수지·댐 용수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
일부 지역은 7일까지 비 예고
산불 피해 지역 걱정 덜었지만
저수지·댐 용수 채우기엔 아직
“이달에 100㎜가량 더 내려야”
정부, 영농기 선제 대응 대책
섬진강댐 1700만t 추가 확보
차오르는 화순 동복댐 긴 가뭄 끝에 봄비가 내린 5일 전남 화순군 이서면 동복댐에서 한 주민이 우산을 쓴 채 호수를 바라보고 있다. 광주 주요 식수원인 동복댐은 오랜 가뭄으로 이날 0시 기준 18.2%의 저수율을 기록하고 있다. 화순=연합뉴스 |
경남 산청 120.0㎜, 하동 102.0㎜, 남해 93.7㎜ 등 경상권에도 적지 않은 비가 내렸으며 이날까지 경남권 해안과 지리산 부근을 중심으로 시간당 10∼20㎜의 강하고 많은 비가 일부 지역에 이어졌다. 비는 전국에 6일까지 이어지다 7일이면 그치겠다.
이날 봄비에 농민의 손길은 바빴다. 경북 안동에서 벼농사를 짓는 60대 김재만씨는 “가뭄 때문에 모내기해도 벼가 제대로 자랄지 걱정이 컸는데 비가 내려 겨우 한숨 돌렸다”고 말했다. 봄비치고는 많은 양이 내렸지만, 가뭄을 일시적으로 달랠 정도지 여전히 저수지와 댐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산불 확산세는 한풀 꺾였다. 최근 건조한 날씨 속에 전국에서 하루 수십건씩 산불이 잇따랐지만 이날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에 접수된 신고는 한 건도 없다. 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전날 53시간 만에 진화된 충남 홍성군 산불은 비가 내리면서 잔불 정리에 인력과 시간을 아끼게 됐다.
이번 비로 제주에서는 오전 9시 기준 국내선 항공편 31편이 결항됐다. 사전 결항한 편수까지 더하면 총 167편이 운항에 차질을 빚었다. 기상 악화로 한라산 탐방로는 전면 통제됐고, 강풍 피해 신고도 잇따랐다.
광주·전남 가뭄이 심각한 가운데 정부가 영농기를 앞두고 전국 물 부족 저수지에 1900만t의 용수를 확보한다. 섬진강댐 지역은 하천 물 가두기를 통해 1700만t을 추가로 확보한다.
정부는 5일 이런 내용의 ‘가뭄 진단 및 향후 대책’을 발표했다. 남부지방은 지난해 4월부터 강수량이 평년의 68.8%(845.8㎜)에 불과해 가뭄이 길어지고 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매주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지자체와 함께 ‘부처합동 가뭄대책 특별팀’(TF) 회의를 열어 대응해왔다.
정부는 섬진강댐을 제외하면 용수 공급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영농기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모내기철 등을 앞두고 전국 물 부족 저수지에 1900만t의 용수를 마련한다. 또 섬진강 하류부 5개 하천 6개 지점에 물을 가두고 저수지를 활용해 1700만t을 추가 확보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강수량이 평년의 30∼40% 수준인 200년 빈도 가뭄이 와도 6월 말까지 생활·공업·농업 용수의 공급에 지장 없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200년 빈도 가뭄을 가정하고 예측해보니 섬진강댐을 제외하면 전국 댐은 연내에 저수위에 도달하지 않는다”며 “섬진강댐은 정부 대책을 통해 저수위 도달 시점을 7월 중순으로 연기해놓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저수위는 정상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마지막 한계 수위다.
정부는 저수위 도달 우려지역에 대해 이달 중 가뭄 취약지역 특별점검을 한다. 장기 가뭄 대응을 위해 기상가뭄 전망은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린다. 흩어져 있는 지역별 가뭄통합정보, 자치단체 수원 이용 현황을 한번에 볼 수 있는 국가가뭄정보서비스도 개발한다.
근원적으로는 댐과 하천을 이어 물을 확보하기 위해 연계 지점을 기존 8개 지구에서 11개 지구로 늘린다. 발전용 댐과 생활·공업 용수 댐도 연계해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한다.
박유빈 기자, 안동=배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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