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걱정 덜었지만… 저수지·댐 용수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

박유빈 2023. 4. 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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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50㎜·전남 100㎜ 등 내려
일부 지역은 7일까지 비 예고
산불 피해 지역 걱정 덜었지만
저수지·댐 용수 채우기엔 아직
“이달에 100㎜가량 더 내려야”
정부, 영농기 선제 대응 대책
섬진강댐 1700만t 추가 확보
전국 곳곳이 극심한 가뭄과 산불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모처럼 반가운 봄비가 내렸다. 이번 비로 산불 걱정은 덜었지만, 호남지역을 강타한 가뭄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차오르는 화순 동복댐 긴 가뭄 끝에 봄비가 내린 5일 전남 화순군 이서면 동복댐에서 한 주민이 우산을 쓴 채 호수를 바라보고 있다. 광주 주요 식수원인 동복댐은 오랜 가뭄으로 이날 0시 기준 18.2%의 저수율을 기록하고 있다. 화순=연합뉴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로 이날 오후 5시 기준 제주 산지에는 45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가뭄이 심했던 전남에도 100㎜ 이상의 비가 내려 진도 126.0㎜, 완도 123.9㎜, 장흥 117.5㎜가 집계됐다. 전남지역 주요 식수원인 주암댐과 동복댐이 있는 순천시 승주면과 화순군의 강수량은 각각 46.9㎜와 22㎜를 기록했다.

경남 산청 120.0㎜, 하동 102.0㎜, 남해 93.7㎜ 등 경상권에도 적지 않은 비가 내렸으며 이날까지 경남권 해안과 지리산 부근을 중심으로 시간당 10∼20㎜의 강하고 많은 비가 일부 지역에 이어졌다. 비는 전국에 6일까지 이어지다 7일이면 그치겠다.

이날 봄비에 농민의 손길은 바빴다. 경북 안동에서 벼농사를 짓는 60대 김재만씨는 “가뭄 때문에 모내기해도 벼가 제대로 자랄지 걱정이 컸는데 비가 내려 겨우 한숨 돌렸다”고 말했다. 봄비치고는 많은 양이 내렸지만, 가뭄을 일시적으로 달랠 정도지 여전히 저수지와 댐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달 전국 강수량은 28.7㎜로 56.5㎜인 평년값 절반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3월 강수량 89.4㎜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50년 만의 가뭄이 덮친 호남지역 농민은 타들어 가는 심정을 달래며 하늘에 더 많은 비를 뿌려주기만을 바라고 있다. 생육기를 맞은 마늘, 양파 등 밭작물과 개화기에 돌입한 배, 사과, 복숭아 등 과수 작물에는 큰 도움이 됐으나 모내기를 앞둔 논 농업용수는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긴 가뭄 끝에 봄비가 내린 5일 전남 함평군 대동면 한 밭에서 농민이 비를 맞으며 밭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이번에 지역에 따라 꽤 많은 비가 내려 가뭄이 심하던 전남지역 해갈에 어느 정도 도움은 될 것”이라면서도 “호남지방 가뭄 심각도를 생각할 때 이번 달에 약 100㎜ 비가 더 내려야 가뭄이 해소될 것으로 보여 아직 완벽하게 해갈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산불 확산세는 한풀 꺾였다. 최근 건조한 날씨 속에 전국에서 하루 수십건씩 산불이 잇따랐지만 이날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에 접수된 신고는 한 건도 없다. 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전날 53시간 만에 진화된 충남 홍성군 산불은 비가 내리면서 잔불 정리에 인력과 시간을 아끼게 됐다.

이번 비로 제주에서는 오전 9시 기준 국내선 항공편 31편이 결항됐다. 사전 결항한 편수까지 더하면 총 167편이 운항에 차질을 빚었다. 기상 악화로 한라산 탐방로는 전면 통제됐고, 강풍 피해 신고도 잇따랐다.

지난달 우리나라는 따뜻한 바람이 유입되는 이동성고기압이 통과하며 따뜻하고 건조한 날이 많았다. 3월 전국 평균기온은 9.4도로 평년(6.1도)보다 3.3도 높았다. 9.4도는 전국 단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3월 평균기온이다. 3월 초순부터 4월 하순에 가까운 따뜻한 날씨가 나타나며 봄꽃도 평년보다 2주가량 빨리 폈다. 최근 열대 인도양과 서태평양 온도가 평년보다 높게 형성되며 동아시아 지상기온이 쉽게 오를 조건이 형성됐다. 이 영향으로 찬 공기를 불어 넣는 시베리아고기압이 평년보다 매우 약해 제대로 된 ‘꽃샘추위’도 없이 봄이 찾아왔다.
◆전국 물 부족 저수지에 1900만t 가둔다

광주·전남 가뭄이 심각한 가운데 정부가 영농기를 앞두고 전국 물 부족 저수지에 1900만t의 용수를 확보한다. 섬진강댐 지역은 하천 물 가두기를 통해 1700만t을 추가로 확보한다.

정부는 5일 이런 내용의 ‘가뭄 진단 및 향후 대책’을 발표했다. 남부지방은 지난해 4월부터 강수량이 평년의 68.8%(845.8㎜)에 불과해 가뭄이 길어지고 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매주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지자체와 함께 ‘부처합동 가뭄대책 특별팀’(TF) 회의를 열어 대응해왔다.

정부는 섬진강댐을 제외하면 용수 공급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영농기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모내기철 등을 앞두고 전국 물 부족 저수지에 1900만t의 용수를 마련한다. 또 섬진강 하류부 5개 하천 6개 지점에 물을 가두고 저수지를 활용해 1700만t을 추가 확보한다.

가뭄을 해소해 줄 단비가 내리는 5일 서울시청 광장에 심어놓은 봄꽃들이 활짝 피어 있다.   뉴스1
환경부는 섬진강댐 생활용수를 용담·부안댐으로 대체해 공급하는 등 급수체계를 조정한다. 농식품부는 ‘중장기 농어촌용수이용 합리화 계획’을 통해 511개 용수구역의 물 수지를 분석하고 물 부족 구역은 용수개발사업을 추진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강수량이 평년의 30∼40% 수준인 200년 빈도 가뭄이 와도 6월 말까지 생활·공업·농업 용수의 공급에 지장 없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200년 빈도 가뭄을 가정하고 예측해보니 섬진강댐을 제외하면 전국 댐은 연내에 저수위에 도달하지 않는다”며 “섬진강댐은 정부 대책을 통해 저수위 도달 시점을 7월 중순으로 연기해놓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저수위는 정상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마지막 한계 수위다.

정부는 저수위 도달 우려지역에 대해 이달 중 가뭄 취약지역 특별점검을 한다. 장기 가뭄 대응을 위해 기상가뭄 전망은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린다. 흩어져 있는 지역별 가뭄통합정보, 자치단체 수원 이용 현황을 한번에 볼 수 있는 국가가뭄정보서비스도 개발한다.

근원적으로는 댐과 하천을 이어 물을 확보하기 위해 연계 지점을 기존 8개 지구에서 11개 지구로 늘린다. 발전용 댐과 생활·공업 용수 댐도 연계해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한다.

박유빈 기자, 안동=배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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