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와 함께 벚꽃 ‘뚝뚝’… 자치구선 ‘눈물’

이규희 2023. 4. 6.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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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 피고 빨리 진 벚꽃 탓에 서울 각지에서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복수의 자치구 관계자에 따르면 벚꽃축제 일정은 기상청 개화 현황과 민간 기상정보업체의 개화 예측 시기를 종합해 3월 초 결정한다.

경남 창원시 진해군항제, 제주 왕벚꽃축제 등 남부 지방 벚꽃 명소의 축제 일정도 참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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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강남 등 축제 시작 전에 낙화
공개방송·버스킹 등 프로그램 줄취소
송파구, 축제 이름서 ‘벚꽃’ 없애기도
자치구 “변칙요소 늘어 기획 어려움”
축제장 찾은 관광객들 아쉬움 토로

너무 일찍 피고 빨리 진 벚꽃 탓에 서울 각지에서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 이달 4∼9일 봄꽃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게시돼 있지만, 안내가 무색하게 벚꽃잎은 대부분 떨어져 바닥에 쌓여 있다. 꽃이 진 자리에는 이미 초록색 이파리가 짙다. 나들이객으로 북적여야 할 봄꽃길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5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린 가운데 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의 벚나무 꽃잎이 대부분 떨어져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송파구 석촌호수는 5∼9일, 성북천은 6∼8일, 강남구 양재천은 8일, 종로구 삼청공원은 8∼9일 벚꽃축제가 예정돼 있지만, 지난 주말 내내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은 4일 오후부터 강풍을 동반한 비가 이어지며 축제 시작도 전에 떨어졌다.

복수의 자치구 관계자에 따르면 벚꽃축제 일정은 기상청 개화 현황과 민간 기상정보업체의 개화 예측 시기를 종합해 3월 초 결정한다. 경남 창원시 진해군항제, 제주 왕벚꽃축제 등 남부 지방 벚꽃 명소의 축제 일정도 참고한다. 당초 서울권 벚꽃 개화 시기는 이달 2일쯤으로 점쳐졌고, 각 자치구는 만개 시기에 맞춰 4월 둘째주를 공식 일정으로 계획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전후 서울 전역 벚꽃이 절정을 지나며 자치구의 공식 축제가 뒷북으로 펼쳐지는 모양새가 됐다.

봄비로 다채로운 프로그램 운영에도 차질이 생겼다. 영등포구는 5일 축제 프로그램으로 예정했던 라디오 공개 방송 일정을 취소하고, 버스킹 공연을 미뤘다. 공연장 인근에 꾸려진 아트마켓과 푸드마켓도 이날 전 점포가 휴업했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야외 무대에 천막을 치고 공개 방송을 강행하는 것도, 상춘객들이 장시간 우산을 쓰고 자리를 지키는 것도 무리라고 판단했다”면서 “프로그램과 부대 행사 관련 각종 계약을 행사기간 한 달 전후로 체결하기 때문에 개화 사정에 맞춰 일정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벚꽃 없는 벚꽃축제’ 여파로 축제명에서 ‘벚꽃’이 사라지기도 했다. 송파구는 석촌호수 일원에서 여는 ‘호수 벚꽃축제’를 개막 직전 ‘호수의 봄축제’로 변경했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벚꽃이 많이 져 버린 상황에서 억지로 벚꽃축제라는 명칭을 사용하면 어색한 점이 있어 공식 행사명을 바꿨다”면서 “만발 기간을 맞췄다면 축제의 완성도가 더 높았겠지만, 9일까지 경관 조명을 운영해 야경을 조성하는 등 축제 장소 자체의 매력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도 행사 준비가 벌써부터 고민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전문 기관의 개화 예측이 잘 들어맞지 않는 데다, 개나리와 벚꽃이 순서 없이 한꺼번에 피는 등 변칙적 요소가 강해져 축제 기획에도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시민들은 맥빠진다는 반응이다. 이날 윤중로 벚꽃길에서 만난 태국인 관광객 말리(24·여), 미아(24·여)씨는 “이맘때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라고 들어 여의도 축제에 찾아왔는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봤던 환상적인 풍경은 이미 볼 수 없게 됐다”면서 “안타깝지만 아름다운 사진을 남기고 싶어 꽃이 많이 남아있는 나무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 A(32)씨는 “코로나19 이후 오랜만에 열리는 석촌호수 벚꽃축제를 즐기려고 여자친구와 함께 반차를 냈는데 난감한 상황”이라며 “올해 꽃들이 빨리 피었다고 하던데 축제도 여기에 맞춰서 앞당겼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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