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망신 당한 트럼프 반격… "좌파 미치광이들 법 집행 기관 이용해 선거 방해"
“Not Guilty” “Yes”… 50분간 단답
맨해튼 검찰, 16쪽 공소장 공개
플레이보이 모델 맥두걸·도어맨
‘입막음 의혹’ 두 건 추가로 제시
바이든, 민생행보 집중 거리두기
“무죄요(Not Guilty).”
기소인부 절차를 주재한 후안 메르찬 판사가 피고인의 권리 등을 설명하자 “예(Yes)”라고 세 번 답했고, 한 번은 “고맙소(Thank You)”라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재판 과정을 방해할 경우 그 없이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판사가 알려주면서 ‘이해했느냐’고 물었을 때에는 “이해했소(I do)”라고 답했다.
통상 30분을 넘겨 약 50분간 진행된 절차에서 최소한의 답변만 한 셈이다.
그는 이를 ‘캐치 앤드 킬’(Catch and Kill) 수법이라고 명명하며 ‘입막음’ 의혹 두 건을 추가로 공개했다. 트럼프 측이 대니얼스 외에도 ‘트럼프에게 혼외 자식이 있다’고 주장하던 트럼프타워 도어맨에게 3만달러, 한때 불륜 관계였던 플레이보이 모델 캐런 맥두걸에게 15만달러를 건넸다는 것이다. 이는 타블로이드지 내셔널인콰이어러 모회사 AMI가 관련 보도 독점권을 사들이고서 보도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트럼프는 2017년 취임식과 여름 백악관 만찬에 AMI 최고경영자(CEO)이자 자신의 친구인 데이비드 페커를 초청해 대선 기간 도움을 준 데 대한 고마움을 나타낸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다만 도어맨, 맥두걸 관련 의혹은 공소장에 담기지 않았다. NYT는 “(두 의혹은) 대니얼스에게 입막음 돈을 건넨 것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광범위한 전략의 일부임을 보여주기 위해서 언급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트럼프가 받는 혐의가 뉴욕에서 가장 낮은 단계(E급)의 중범죄로 건당 최대 4년 징역형(총 34건 136년형)에 처해질 수 있지만, 집행유예 선고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급진 좌파 미치광이들은 법 집행 기관을 이용해 선거를 방해하려고 한다.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
미국 대통령 중 사상 처음으로 형사 사건으로 법원에 공개적으로 불려가는 망신을 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겨냥한 기소를 조 바이든 행정부의 2024년 대선용 ‘정적 죽이기’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반격을 시작했다. 위기를 기회 삼아 강성 지지층을 결집해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트럼프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발동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뉴욕주 형사법원에서 기소인부 절차를 마친 뒤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집으로 돌아가 한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수사 당국에 날을 세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기소한 앨빈 브래그 맨해튼지검 검사장을 “급진 좌파 검사”라고, 기소인부 절차를 진행한 후안 메르찬 판사에 대해서는 “트럼프를 혐오하는 판사”라고 공격했다.
‘성추문 입막음’의 서막을 연 본인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혐의를 한꺼번에 바이든 대통령 측의 정치 공세로 엮어 무력화하려는 시도다. 동시에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은 엉망”이라며 차기 대선 유력 경쟁자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는 “경제는 엉망이고, 인플레이션은 통제 불능”이라며 “러시아가 중국과 합세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중국과 북한이 함께 위협적이고 파괴적인 연합을 결성했다”고 바이든 행정부를 비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본격 수사로 정권 탈환이 불투명해진 공화당은 총결집 태세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인부 절차가 종료된 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브래그 검사장을 겨냥해 “브래그가 연방 사법 절차를 무기화한 것에 의회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화당 중진인 테드 크루즈,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각각 “이번 기소는 천박하며 이 정치적 박해는 우리나라의 어두운 날이 될 것”, “정치가 되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었다”고 날을 세웠다.
공화당 내 대표적 반(反) 트럼프 인사인 밋 롬니 상원의원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성과 행동은 공직에 적합하지 않다”면서 “그럼에도 뉴욕 검찰이 형사 중범죄 혐의로 기소한 것은 정치적 목적을 위한 것으로 본다”고 지적하며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이런 결집이 얼마나 계속될지 알기 어려운 데다 유죄 선고 가능성이나 의회 폭동 사태 선동 수사 등 향후 대선 과정을 흔들 변수가 적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리시 쿠라우스 뉴헤이븐대 박사는 NBC 방송에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기반만으로 대선을 이길 수 없다는 점”이라면서 “진짜 문제는 무당층이나 공화당 대 온건파에 이번 사건이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라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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