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에서 패키징까지, 지속 가능 상품 선보일 겁니다” [ESG 리뷰]

2023. 4. 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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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 기업 미래 전략 - 이경희 이마트 ESG담당 상무

[ESG 리뷰]

이마트는 지난해 업계 최초로 상품 지속 가능성 이니셔티브(PSI)를 발표했다. 이마트가 만든 PSI는 ‘유통업계의 그린 택소노미’라고 불리며 지속 가능 상품 표준과 로드맵을 담았다. 

이마트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은 ESG 전략 과제를 추진·기획하는 컨트롤타워 ‘ESG담당’이 이끌고 있다. ESG팀과 현업 부서의 효율적 협력이 가능하도록 전사 차원의 ESG 전담 직제인 ESG담당을 만든 것이다. ESG담당은 ESG추진사무국과 유통산업연구소를 함께 관장한다.

성수동 이마트 본사에서 2월 27일 만난 이경희 이마트 ESG담당 상무는 “올해는 지난해 수립한 ESG 추진 전략과 핵심 어젠다의 실행을 고도화하고 내재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대한민국 1등 할인점으로서 친환경 소비 문화 확산과 지속 가능한 자원 순환 시스템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희 이마트 ESG담당 상무.사진=이승재 기자



- 지난해 공개한 PSI는 ‘유통업계의 그린 택소노미’라고 불립니다. 어떻게 만들게 됐나요.

“PSI는 업계 최초로 만든 지속 가능 상품에 대한 표준입니다. 한국은 아직 지속 가능 상품에 대한 별도 기준이 없어 업계에서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았어요. 현업 부서에도 취급 상품이 지속 가능 상품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문의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세계자연기금(WWF)을 비롯한 여러 전문 기관과 협력해 PSI를 만들게 된 거죠. PSI는 친환경 상품, 원재료·소싱, 건강·안전, 패키징·플라스틱 등 4가지 주제로 어떤 상품이 지속 가능성에 부합하는지 그 기준을 제시합니다. 지난해에는 1단계로 원재료·소싱, 패키징·플라스틱에 대한 기준과 앞으로 이마트가 실행할 로드맵을 공개했죠. 특히 원재료는 생물 다양성과도 직결되는 문제로, PSI 공개를 계기로 글로벌 인증을 받은 원료를 사용하도록 관련 부서와 소통 창구를 만들었습니다. 또 PSI를 실제 적용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 패키징의 핵심 내용과 체크리스트를 담은 플레이 북을 출간하기도 했죠. 바이어를 대상으로 설명회도 열었어요. 올해는 2단계로 건강·안전에 대한 표준 마련을 준비 중입니다. 앞으로도 변화하는 환경을 반영하며 PSI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

- PSI가 현업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습니까.

“이마트 자체 브랜드(PL) 상품인 피코크의 밀키트 패키지를 친환경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3월 중 100% 친환경 패키지 전환을 완료할 것입니다. 기존에는 코팅된 크래프트지 용기와 신재 PET 덮개, 신재생 종이 슬리브(재킷)를 사용해 재활용하기 어려웠습니다. PSI를 적용하면서 덮개를 재생 원료(PCR)가 절반 이상 들어간 PET로 바꾸고 용기는 대나무와 사탕수수를 배합한 소재로 교체했습니다. 일정 조건에서 생분해가 가능한 용기죠. 용기를 감싸는 슬리브에는 레시피를 직접 새겨 별도의 종이 낭비를 막고 재생 펄프가 30% 정도 점가된 국제산림관리협회(FSC) 인증 종이로 전환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마트의 친환경 브랜드인 자연주의도 지난해 6월 리브랜딩 후 가공을 최소화하고 과대 포장을 지양하며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 등 제품과 포장 모두 지속 가능한 상품을 만들었죠. 사내에서도 지속 가능한 패키징에 대한 이해도가 크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 노브랜드·피코크 등 자체 브랜드 상품에는 어떤 전략이 적용되고 있습니까.

“PL 상품은 자원 순환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2009년 업계 최초로 탄소 성적 인증(PL) 상품을 출시했죠. 이후 중소 협력사가 제조한 PL 상품이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환경 영향이 적은 제품에 적용되는 환경 성적 표지 인증, 환경 표지 인증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탄소 중립 실천 포인트, 그린카드 제도와 연계해 이러한 친환경 PL 상품 소비가 촉진되도록 합니다. PL 상품은 한국의 우수 중소기업과 협력하는 동반 성장의 우수 사례이기도 합니다. 중소기업들은 노브랜드·피코크 등을 통해 판로를 확보할 뿐만 아니라 이마트 납품 실적을 바탕으로 다른 기업과도 거래를 넓힐 수 있습니다.”

- 협력사가 4000개에 달하고 대부분 중소 업체입니다. 공급망 관리에 어려움은 없습니까.

“중소 규모의 협력사가 많다 보니 생각만큼 변화 속도를 높이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미 유럽연합(EU)과 미국의 규제 등으로 지속 가능 상품에 대한 요구가 갈수록 강해진다는 걸 협력사들도 인식하고 있어요. 특히 스코프 3(공급망 등 총외부 배출량) 관리를 위해서는 협력사의 협력이 필수죠. 지난해 PL 상품인 노브랜드 생수를 무라벨로 출시하는 과정에서 다소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무라벨로 전환하려면 협력사들이 공정 자체를 바꿔야 해 비용이 부담될 수밖에 없습니다. 동반성장기금 등을 통한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요.”

- 이마트가 추진하는 동반 성장 모델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대표적입니다. 상품과 고객층이 서로 다른 전통 시장과 대형마트를 함께 둬 전통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상생 프로젝트입니다. 전통 시장과 중소 협력사, 이마트가 함께 성장하는 모델이죠.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주변 전통 시장에서 파는 품목을 제외하고 부족한 품목을 강화하면서 전통 시장의 판매 상품을 늘리고 편의 시설을 확충해 고객을 모으는 앵커스토어(거점 점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16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죠. 일회성이나 이벤트성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 사회·협력사와 상생하는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이마트는 전력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비율이 높습니다.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 전환은 어떻게 추진하고 있습니까.

“매장 수가 많다 보니 탄소 감축을 위해서는 스코프 2(전력 사용 등 간접 배출량)에 해당하는 전력 소비를 줄이는 것이 관건입니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총 600억원을 에너지 절감 시설에 투자하는 탄소 저감 전략을 세웠습니다. 사업 확장에 따라 전기·도시가스·용수 등 에너지 사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따른 영향을 분석해 구체적 개선 방안과 투자 계획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지능형 발광다이오드(LED) 전구 교체, 공조 시스템 교체, 에너지 저장 장치(ESS) 설치, 고효율 변압기 교체 등 다양한 설비 전환을 진행 중입니다. 에너지 절약 전문 기업(ESCO) 사업, 빙축열·태양광 발전 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죠. 2009년부터 냉동기 공조 장치를 친환경 설비로 교체해 왔고 이마트 구성점을 비롯한 39개 매장에는 태양광 발전 설비도 갖췄습니다. 의정부점·제천점·김해점 등 3개 점포는 지열 에너지를 활용합니다. 특히 최근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에너지 효율성 제고는 비용 절감과 탄소 감축이라는 2가지 측면에서 필수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현재 이마트 자양점에서 냉장 쇼케이스 도어 테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도어 설치로 인한 에너지 절약 효과가 크다고 확인되면 전 매장에 확장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조달 전략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 자원 순환 시스템 구축은 어떻게 추진하고 있습니까.

“기본적으로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사용이 불가피하다면 재생 원료를 투입하려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자원 순환을 토대로 폐기물 제로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죠. 과일이나 채소 등 신선 식품의 포장 용기에 재생 플라스틱을 50% 적용해 지난해 신재 플라스틱 사용을 연간 1100톤 정도 감축했습니다. 키친델리 매장에서 판매하는 즉석 조리 식품은 포장재를 분리 배출이 가능한 비목재 종이 소재로 전환하고 유산지나 스티커 역시 재활용하기 쉬운 소재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매장 내 분리 배출이 어려운 복합 재질의 플라스틱은 수거함을 별도로 마련해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재탄생시킵니다. 아모레퍼시픽·슈가버블 등 생활용품 제조사와 협력해 샴푸와 보디 워시, 세제 리필 매장을 만드는 등 판매 방식에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상품을 통해 자연스럽게 친환경 소비 문화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친환경 상품 구매, 모바일 영수증 발급 등 탄소 저감에 도움이 되는 구매 활동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친환경 구매 활동을 하면 탄소 중립 실천 포인트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 이마트만의 차별화된 ESG 전략이 잘 나타난 사례는 무엇입니까.

“이마트가 처음 시작한 ‘가플지우 캠페인’을 꼽을 수 있습니다. ‘가져와요 플라스틱, 지켜가요 우리바다’ 앞글자를 딴 캠페인으로, 협력사 등 여러 기업·단체와 함께 연안 정화 활동을 펼치는 거죠. 직접 연안 지역에 가서 플라스틱을 포함한 쓰레기를 수거하고 이마트 매장에 ‘가플지우 수거함’을 설치해 분리 배출이 어려운 복합 플라스틱과 용기를 수거해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지난해에는 연안 지역에서 19차례의 정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지난해 6개 기업이 추가로 캠페인에 합류해 현재 13개 기업으로 규모가 커졌습니다. 참여 기업이 많아지면서 환경 보호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등 긍정적 시너지가 생기고 있어요. 올해부터는 소비자 참여도 확대할 예정입니다.”

- 업계 최초로 모바일 영수증 발급을 시작했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습니까.

“이마트는 항상 도전적 시도를 먼저 해온 기업입니다. 매장 내 비닐 롤백 줄이기, 장바구니 사용 권장, 모바일 영수증 발급 등 작지만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활동에 관심을 갖고 가장 먼저 도입해 왔습니다. 2017년부터 시작한 모바일 영수증 발급은 현재 전체 영수증 발급 중 36% 정도를 차지할 만큼 소비자 참여율이 높습니다.”

- ESG 내재화를 위해서는 사내 직원의 교육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지난해에는 ESG 교육 프로그램을 두 차례 진행했습니다. ESG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생활 속 분리 배출 정보, 일상 속 친환경 소비 실천과 탄소 배출량 감축에 대한 교육이었습니다.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진행했는데 5600명에 달하는 직원이 참여해 ESG 학습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올해 발간하는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는 어떤 변화가 있습니까.

“올해는 중대성 평가를 강화할 예정입니다. 글로벌 ESG 평가 기관을 중심으로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 평가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EU·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GRI) 등도 관련 지침과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어요. 올해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에는 중대성 평가 관점에서 기업의 경영 활동이 미치는 사회적·환경적 영향, 기후 변화 등 외부 요인이 기업의 재무 상태에 미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모두 반영할 예정입니다.”

- 이마트의 경험을 토대로 새롭게 ESG 경영을 준비하는 기업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분야별로 경험을 누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ESG는 모든 영역을 한 번에 성공시키기 어렵습니다. 영역도 넓고 시행착오나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도 높죠. 분야별로 파일럿 테스트를 해보고 단계별로 확산하는 것이 현업 부서와의 갈등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의견 수렴을 위한 창구도 항상 열어 둬야죠.”

- 올해 이마트 ESG 경영의 핵심 목표는 무엇입니까.

“지난해까지는 ESG 추진 전략을 수립하고 핵심 어젠다를 선정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습니다. 올해는 각 어젠다의 실행을 고도화해 ESG 경영의 내재화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2050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수립하고 탄소 저감을 위한 실천 아이템을 선정해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공급망 내 모든 활동에 자원 순환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도 큰 과제죠. 물류용 포장 랩의 재활용 확대, 온라인 배송용 종이백의 PCR 적용 등을 통해 폐기물을 줄일 예정입니다. 올해는 이를 전 PP센터(Picking & Packing Center)에 확대해 적용할 겁니다. 이마트는 PSI 기준에 부합하는 지속 가능 상품을 확대하고 고객의 친환경 소비 문화 확산에 힘쓰는 기업이 되고자 합니다.”

대담 장승규 한경ESG 편집장
정리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1427호와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ESG 정보는 ‘한경ESG’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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