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산업 모든 곳에 침투하는 ‘센서’[테크트렌드]
4차 산업혁명은 전 세계 모든 물체가 센서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물체에 센서를 부착해 움직임과 패턴을 데이터화하기 때문이다.
뛰어들어라. 그러면 온 우주가 당신에게 헤엄치는 법을 가르칠 것이다.
전기 생산의 주체
건물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건물은 전기로 불을 켜고 전자 기기를 이용하는 데 전기를 ‘소비’만 할까. 아니다. 모두 퇴근한 사무실, 휴일의 사무실은 전기를 ‘저장’할 수 있다. 태양열 방식으로 낮에는 수시로 전기를 ‘생산’할 수도 있다.
전기 ‘센서’를 통해 가능하다. 지금이 몇 시인지, 보통 이 시간대에 전기가 얼마가 필요한지, 날씨에 따라 전기 사용량의 특이점이 있는지, 현재 누적 전기 소비량이 어떤지, 앞으로 예측되는 소비량이 어떤지 등을 센서가 감지한다. 이렇게 감지된 전기 사용 빅데이터는 수집되고 전송되고 분석되고 관리된다.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할 수 있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전기를 경제적인 가격에 다른 것으로 교환하거나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 작업은 장기적으로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 이익을 도모한다는 바람직한 결과를 이끌어 낸다.
건물뿐만 아니라 ‘전기차’ 자체도 하나의 스토리지로 보고 전력망과 연결해 수익을 창출하는 V2G(Vehicle-to-Grid) 사업도 있다. V2G는 전기차를 전력망과 연결해 배터리의 남은 전력을 이를 필요로 하는 다른 곳에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이다. 하나의 에너지 저장 장치가 된 전기차는 주행 중 남은 전력을 이를 필요로 하는 건물이나 시설에 공급하거나 판매한다.
가상 마케팅
자동차를 메타버스 플랫폼에 구현해 시승 이벤트를 하는 마케팅 전략도 나왔다. 실물이 아닌 디지털 시장이라는 점은 이 마케팅 전략의 핵심 포인트다. 자동차와 자동차를 사용하는 환경에 대한 각종 물리적 제약이 없어진다. 아바타를 통해 다양한 차량 시승과 기술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이 마케팅은 어떻게 가능해졌을까. 역시 센서다. 탑승자와 차 사이에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을 활용한 센서가 주된 핵심이다.
이 방식은 일종의 베타테스터 역할도 한다. 이벤트에서 반응이 좋은 모델은 물리적인 실제 차로 출시한다. 실제로 자동차를 출시해 이득이 있을지를 미리 판단할 수 있도록 선행 영업을 하거나 마케팅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검증 역할을 메타버스 플랫폼이 해준다.
소비자들의 긍정 경험을 위해 이케아·웨이페어·홈디포 같은 가구 업체들도 이런 센서 방식의 AR 마케팅을 도입했다.
아마존은 ‘내 방에서 보기’ 기능을 통해 가구를 배치하고 룸 데코레이터 기능으로 동시에 여러 제품을 시험 삼아 방에 배치해 볼 수 있다. AR로 해 보니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직접 제품이 오고 가고 설치하는 물리적 어려움도 없앤다.
웨이페어는 AR 가구 앞에서 사람이 서 있거나 앉아 있는 등 다양한 인터랙션을 소화하는 AR 경험도 제공한다. 단순히 가구만 배치하고 끝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있을 때의 어울림, 사용자 편의성, 사람의 동선과 매칭되는지도 AR 센서가 체크한다. 실시간 조명 기능을 통해 자연스럽게 제품 광도도 체험할 수 있다. 이 경험을 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거나 물리적으로 피로하지 않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메타버스의 핵심
메타버스 구축에는 여러 요소가 선제돼야 한다. 동시에 수많은 사람이 접속해야 하는 서버 기술력도 필요하지만 VR·AR 기술도 필요하다. 서버 기술력, 즉 클라우드 기술은 마이크로소프트가 2010년부터 유명한 애저(Azure)를 가지고 글로벌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투고 있다.
VR·AR 기술은 2015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가 홀로렌즈(Hololens)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AR 머리 착용 디스플레이(HMD : Head Mounted Display)를 통해 물리적 하드웨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VR·AR 센서 개발에 글로벌 톱티어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뿐만 아니라 메타 역시 기존에 보유한 VR 기기인 메타 퀘스트2 이외에 VR 헤드셋을 추가로 제작 중이다. AR이 상용화되는 현실을 위해 다양한 센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람과 주변 물체의 행동·소리·방향에 신속 정확하게 반응하려면 다양한 센서가 필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업을 위한 혁신 서비스’로 메타버스를 개발한다. 2022년 5월 자사 연례 개발자 대회에서 공장 내부를 똑같이 구현한 공간에서 기기를 점검할 수 있는 가상 회사를 만들어 공개한 적이 있다. 실제 공장을 직접 활보하면서 점검하거나 고치게 되면 시간도 많이 들고 인력도 많이 들고 잘못 수정하면 감당해야 할 리스크도 크다.
하지만 이런 가상 회사에서 점검하는 것은 경제적이고 안정적이다. 실제 공장의 상태, 물품의 위치를 가상 회사의 VR 센서가 감지한 뒤 신속하고 정확하고 경제적으로 가상 공장에 똑같이 반영해 보여주니까 말이다. 점검하는 시간도 줄고 점검에 필요한 돈도 줄고 점검에 필요한 인력도 줄고 점검에서 일어날 오류도 준다.
엔비디아는 지멘스와 손잡고 산업용 메타버스 개척에 힘쓰고 있다. 2022년 8월 발표한 엔비디아 옴니버스 아바타 클라우드 엔진은 가상 세계에서 가상 비서나 디지털 휴먼을 통해 대화형 아바타를 빠르게 만들고 배포하는 서비스다. 가상 비서나 디지털 휴먼은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환경 사이에 갖가지 센서를 심고 이들이 주는 정보와 인터랙션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자율 주행의 핵심
볼보의 순수 전기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EX90는 라이다(LiDAR : Light Detection and Ranging)가 기본 탑재된다. 라이다는 적외선을 이용해 사물을 분간하는 기술로, 기기에서 발사된 적외선이 사물에 맞고 되돌아오는 시간을 이용해 거리와 형태를 파악한다.
전방의 차·사람·장애물·위험을 라이다가 미리 감지한다고 가정하면 자율 주행 시에는 운전 시스템에 알람을 보내 즉시 자동으로 주행 방식을 수정해 준다. 사람이 운전하는 차라면 운전자에게 알람으로 위험을 알린다. 이렇게 라이다 센서는 자율 주행 기술에서도 빛을 발하고 또 운전자 주행 보조 센서로도 제 몫을 한다.
라이다와 유사한 역할, 즉 자동차의 눈이 되고 손발이 돼 주는 센서는 라이다 외에도 카메라·레이더·초음파 센서·터치 센서·음성 센서 등 매우 다양하다.
크기도 점점 작아지고 있다. 이 센서들은 차량 곳곳에 다양하게 탑재된다. 범퍼 하단, 사이드미러 하단, 프런트 그릴 안쪽 혹은 앞 유리 등 기능·효율·디자인 등을 고려해 차 안 각자의 자리에서 주행을 돕는다. 각 센서들은 서로 못하는 부분을 상호 보완해 준다. 어두울 때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카메라의 단점과 3D 형태로 물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레이더의 단점을 라이다가 보완한다.
그래서 여러 센서들이 각자 의미를 가진다. 일단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차에 부착된 센서들이 모두 차와 차 주변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촉을 세운다. 이들을 통해 차는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다. 이 센서들이 다양하고 정교하면 할수록 자율 주행이 든든한 주행 빅데이터를 보유한 채 안전하게 운영된다. 센서들이 자율 주행의 핵심인 이유다.
정순인 ‘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 저자·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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