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정말 초보감독 맞나... "실수 더 해도 돼" 일희일비가 없다

잠실=양정웅 기자 2023. 4. 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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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잠실=양정웅 기자]
이승엽 두산 감독이 5일 잠실 NC전 도중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잠실=양정웅 스타뉴스 기자] "144경기 하는데 한 경기 정도 못해도(웃음)..."

'초보 감독'과 새로운 출발에 나선 두산 베어스. 이승엽(47) 감독은 첫 지도자 경험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일희일비'를 지우고 있다.

이승엽 감독은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홈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의 '실패'에 대해 언급했다.

전날 두산은 8회 말에 나온 김인태의 결승 1타점 2루타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1루 주자 양의지가 빠른 스타트를 했고, 김인태 역시 우중간을 가르는 타구를 날리며 상대 중견수의 실책을 유도했다.

결승타의 주인공이긴 했지만 김인태는 앞선 타석에서 작전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4회 말 김재환의 2루타와 양의지의 볼넷으로 만든 무사 1, 2루에서 그는 페이크 번트 슬래시를 시도했다. 그러나 평범한 우익수 뜬공이 되면서 진루타를 만들지 못했다. 이어 6회 말 무사 1루에서는 번트 타구가 애매하게 떨어지는 바람에 본인과 주자 모두 아웃되는 일도 있었다. 김인태 본인도 경기 후 "작전 두 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털어놨다.

또한 9번 타자로 나온 이유찬 역시 5회 말 안타를 때려내고도 2루 도루 시도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비디오 판독까지 갔으나 판정은 뒤집히지 않았다. 선두타자가 출루한 절호의 찬스가 허무하게 사라지고 만 것이다.

두산 이승엽 감독이 5일 잠실 NC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이유찬의 도루 실패에 대해 "잘했다고 했다"며 오히려 칭찬했다. 그는 "뛰어서 아웃이 돼보고 세이프가 돼야 '스타트가 좋았구나, 늦었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범경기에서 그러지 못했는데, 시즌 중후반을 위해서라면 훨씬 활발한 베이스런닝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자신 있게 하라고 주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실수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며 "다음에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하면 되는 것이지, 실패했다고 바꾸고 이러면 선수가 더 슬럼프를 탈출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전날 나온 김인태의 번트 실패나 이유찬의 주루사에 대해서도 "코치 미팅을 하면서 '절대 선수들에게 질책하지 마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오히려 본인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잘못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코치들이 조금 더 다양한 연습을 못 시켰기 때문에 그런 잘못도 있다"며 "연습을 하면서 이런 상황이 왔을 때 이런 준비도 하면서 사인을 낼 수 있도록 준비하면 괜찮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더 큰 실수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이같은 마인드는 초보 감독으로는 가지기 쉽지 않다. 특히 이 감독은 2017년 은퇴 후 프로 지도자 생활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험이 적다는 점에서 더욱 일희일비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한두 경기의 실패로 문책을 내리지 않고, 오히려 선수들을 믿었다. 5일 경기에서도 김인태와 이유찬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두산 이승엽 감독(앞줄 오른쪽)이 1일 롯데와 개막전에서 감독 첫 승을 거둔 후 꽃다발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마운드 운용에서도 이런 모습이 보였다. 마무리 홍건희는 지난 1일 롯데와 개막전에서 팀이 9-8로 앞서던 9회 초 등판했다. 그러나 볼넷과 폭투, 희생번트로 만든 1사 3루에서 안권수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맞으며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 감독은 홍건희를 믿었고, 그는 4일 경기에서 9회 등판해 삼자범퇴로 세이브를 따냈다.

"홍건희 선수는 마무리다"며 단호하게 말한 이 감독은 "한번 못했다고 뺄 수 없고, 개막전 중요한 상황에 침체가 됐기 때문에 그런 상황(4일 경기 한 점 차 리드)에 안 올렸다면 더 슬럼프에 빠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 이 감독은 시범경기 기간만 하더라도 냉정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젊은 선수들이) 짧은 시간이지만 집중력을 보여줘야 된다. 여기서 보여주지 못하면 같이 가기가 힘들다"며 "선수들이 한 타석 못 치면 '한 타석이니까' 이런 생각을 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1군 엔트리가 정해지면서는 선수들에게 신뢰를 보내주고 있다.

두산 이승엽 감독(맨 오른쪽)이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잠실=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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