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단비에도 산불 우려는 계속…한반도 날씨 어떻게 바뀌었나
비 그친 후에 다시 건조한 날씨… “긴장 끈 놓으면 안돼”
이상고온·건조기후·강수부족 ‘3연타’에 산불 ↑
지난 2일부터 서울 인왕산 등 전국 곳곳의 산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5~6일 전국에 비가 예보 됐지만 비가 그치면 건조한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잠깐 단비가 내린 뒤 이상고온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4일까지 전국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총 437건. 작년 341건보다 28%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다 건수다. 지난 10년 평균(255건)과 비교하면 71% 증가했다. 올해 소실된 산림은 최소 900헥타르(㏊)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의도 면적(290ha)의 3배가 넘는다.
2일에는 서울 종로구 인왕산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34건의 산불이 났다. 일일 산불 발생 건수로는 지난해 4월 5일 63건, 지난 2000년 4월 5일 50건에 이어 역대 3위다. 지난 4일에는 전국적으로 6곳에서 산불이 진행됐고, 이 중 4곳(충남 홍성, 금산, 전남 함평, 순천)에서 발생한 산불에 대해 대응 3단계가 발령됐다. 1986년 산림청 산불 통계 작성 이후 전국적으로 대응 3단계 산불 4건이 동시에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4일 늦은 오후부터 6일까지 비소식이 있어 산불 진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이번 강수로 인해 충남 홍성, 대전, 전남 함평, 순천 등 전국적으로 발생한 대부분의 산불은 주불 진화를 마무리했다. 잔불 정리에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산림청은 예측하고 있다.
◇ “봄철에 자주 나던 산불, 여름에도 발생해 ‘연중화’
그러나 6일 비가 그친 이후에 다시 건조한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김성용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산사태연구과 연구사는 “강우가 30㎜ 이상 내리면 3~4일은 안전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후에는 다시 건조해져서 산불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빗물이 증발하면서 토양을 건조하게 만드는 데다, 낙엽 자체가 수분을 흡수하지 못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의 수분이 땅에 머무르지 못하고 빠져나가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산불의 연중화’가 일어나고 있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산불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 연구사는 “산불은 기본적으로 봄철에 자주 발생했지만, 지난해 6월에 밀양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등 최근에는 기후가 건조해져 여름에도 산불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여름이 지나도 11월부터 2월까지도 기본적으로 산불 발생 빈도가 높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산불 예방 활동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산불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산불 관련 통계 중 가장 최근에 발행된 ‘2021년 산림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97건이었던 산불 건수는 지난 2021년에는 349건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2021년 한 해 동안 발생했던 산불 건수를 이미 넘겼으며, 10년치 통계에 따르면 겨울(12월~2월)에도 산불 발생 비율이 24%에 달하기 때문에 올해 산불 발생 건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 고온·건조에 강수부족까지... “실수로 번지는 불 각별히 주의해야”
전문가들은 올해 산불 발생 건수가 크게 증가한 이유로 ‘이상고온’과 ‘건조기후’, 그리고 ‘강수부족’을 꼽고 있다. 최근 3년 간 3월 평균 기온은 2021년 8.7도, 2022년 7.7도, 2023년 9.4도로 올해는 특히 높은 기온을 보이고 있다. 전국 건조주의보 건수도 2021년 3월 8건에서 2022년 3월 13건, 2023년 3월 45건으로 2년 만에 8배 이상 증가했다. 경보는 2021년 1건에서 올해 7건으로 수직 상승했다.
강수량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3월 평균 강수량은 2021년 110.7㎜였지만, 2022년 89.4㎜로, 2023년에는 23.9㎜로 대폭 감소했다. 지난 1일까지 올해 전국 누적 강수량은 84.4㎜로, 평년 동기간 강수량(121.1㎜) 대비 67.3% 감소했다. 올해는 1973년 이후 9번째로 적은 비가 내렸다. 국가가뭄정보포털에 따르면 현재 167개 시군 중 약한 가뭄이 10곳, 보통 가뭄이 20곳, 심한 가뭄이 15곳이다. 5월에는 보통 가뭄 지역이 30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고온건조한 날씨에 비까지 내리지 않아 전국 각지의 산림이 말라있는 상태에서 동해에서부터 불어오는 고온의 동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며 고온건조한 바람으로 바뀌어 불고 있어 한반도가 산불 발생에 최적화된 기상 조건이 됐다고 밝혔다.
최돈묵 가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올해는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겨울·봄비가 적게 왔고, 기온이 상승했기 때문에 공기 중의 습도가 낮아 화재가 발생했을 때 연소 확대가 쉬운 상황이었다. 여기에 동해에서 불어온 강풍이 인접 지역으로 산불을 번지게 만들었다”며 “우리나라는 자연발화가 거의 없고, 대부분의 원인이 실화(失火·실수해서 발생한 불)기 때문에 캠핑장 불, 담배꽁초, 쓰레기 소각, 논·밭두렁 태우기 등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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